(15)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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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계정 관련 반박에 관한 재반박

4월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4월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주간경향 1528호에 ‘금융안정계정이 진짜 무기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런데 최근 작성자가 명기되지 않은 ‘금융안정계정 관련 설명자료’(주간경향 사설 관련)라는 문건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자료는 금융안정계정의 도입과 관련된 중요 사실을 은폐하고 일부 사실만 이리저리 꿰맞춰 전체적으로 사실을 오도하는 문건임을 분명히 한다. 이에 이번 글을 통해 금융안정 장치의 도입과 관련한 외국의 경험과 위 설명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안정 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통화신용정책 및 금융감독의 주요 관심사로 대두한 때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부근이다. 이때 미국의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과 연방예금보험공사 그리고 재무부는 이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몇 가지 새로운 정책수단을 도입했다.

우선 미 연준은 주로 은행의 우량 자산만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하던 통상의 관행을 깨고 부실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한 거의 모든 금융권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부보금융기관(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대가로 보험 보장을 받는 금융기관)의 부채 중 예금보험의 대상이 아닌 부채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에 나섰다. 비부보 부채의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당연히 예금보험기금을 사용할 수는 없어 재정 지원을 받았다. 재무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 지원에 나섰다.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재무부의 프로그램은 모두 재정을 동원하는 것이므로 가볍게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이사회 모두가 각각 3분의 2 이상의 서면 의결로 유동성 지원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재무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과 협의하고, 나아가 미국 상하 양원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미국과 유사한 금융안정 장치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엄격한 의사결정 구조를 채택했다. 일본이 도입한 위기대응계정의 경우 내각총리대신을 거쳐야 하고, 유럽연합(EU)의 은행 회생 및 정리 절차의 경우에는 EU 집행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도 한국은행의 역할을 광의의 금융안정으로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시작됐다. 국회가 먼저 나서서 2011년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한국은행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2009년엔 금융안정기금 예보 설치 반대 

또한 2009년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개정해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에 ‘금융안정기금’을 설치, 201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했다. 관련 조문은 현재도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대부분 살아 있어 한시성을 명시한 일부 조항을 삭제할 경우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상태다.

한 가지 주목할 건, 금융안정기금을 정책금융공사와 예금보험공사(예보) 중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를 두고 당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때 금융위원회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예보에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반대했다. 그 이유는 첫째, 부실(우려)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예보가 정상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설립 목적과 맞지 않고, 둘째, 예보가 두 기금을 동시에 관리할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고, 셋째, 예보의 지원대상은 부보금융기관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비부보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 등이었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금융안정기금은 정책금융공사로 가고, 예보는 부실(우려)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쪽으로 최종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이번 금융안정계정은 이런 배경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현재의 금융위가 과거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면서 금융안정계정을 예보가 가져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위 주장의 문제점은 지난 주간경향 칼럼(전성인의 난세직필 ‘금융안정계정이 진짜 무기 되려면’, 1533호)에 상세히 적었다. 여기서는 금융위가 배포했다는 설명자료의 문제점만을 적시한다.

한은 유동성 지원 기능 취약한지 논의 필요 

첫째, 설명자료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기능이 제약받을 수 있으므로 예보가 추가로 유동성 지원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되기 이전인 2008년 10월 27일에도 이미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한시적으로 은행채, 특수채, 주택저당증권 등을 포함시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기능이 과연 취약한 것인지, 또 취약하다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둘째, 설명자료는 외국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발동하기 위해 대통령 협의 및 상하 양원 의결(미국), 내각총리대신(일본), 집행위원회(EU) 등 해당 국가 최고위층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은폐하고 있다. 재무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과 ‘사전협의’하는 선에서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지만 잘못된 것이다.

셋째, 예보의 예금보험기금은 원래 부실(우려) 금융기관의 정리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정상 금융기관 지원에 그 돈을 사용하겠다는 이번 개정안은 문제다. 그런데 설명자료는 예금보험기금을 정상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에 사용하는 이유로 그렇게 함으로써 부실을 예방해 궁극적으로 예보기금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원 목적이 부실의 사전 예방이라면 과연 유동성 위기가 실제 부실로 연결될 것인지, 또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그 위기에 대처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해 관계기관과 전문가의 엄밀한 판단과 국정 최고 책임자의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소비용의 원칙’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유동성 지원이 부실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의사결정 과정은 그러나 너무도 형식적이다. 최소비용의 원칙은 배제돼 있다.

넷째, 설명자료는 이 제도가 감독실패를 은폐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위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감독실패의 은폐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왜 그런가?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상정한 상태에서 그런 상황이면 응당 개입해야 하고 실제로 개입한 적도 있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미흡할 수 있다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가정을 한 점, 과거 금융안정기금 도입과정에서 자신이 했던 주장을 정반대로 번복해 이번에는 예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 최소비용의 원칙하에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예금보험기금을 사용하면서 대통령의 책임이나 국회의 감시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점 등이 그런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앞으로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번 개정안이 가지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엄정하게 심사할 것을 촉구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의 난세직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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