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채화’, 우표로 다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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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새롭게 선보인 ‘궁중채화’ 우표. 배경은 ‘궁중채화’가 그려진 조선시대 서화 ‘정해년의 궁중잔치’ 일부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새롭게 선보인 ‘궁중채화’ 우표. 배경은 ‘궁중채화’가 그려진 조선시대 서화 ‘정해년의 궁중잔치’ 일부 / 우정사업본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서화 ‘정해년의 궁중잔치’는 1887년 고종이 양모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연 궁중연회의 모습을 10폭 병풍에 담은 작품이다. 연회장 기둥과 잔칫상 위에 흰색 꽃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참석자들의 머리 위에도 꽃이 장식돼 있다.

추위가 매서운 1월에 활짝 핀 꽃들이 의아하다. 사실 연회에 사용된 꽃은 종이, 비단 등으로 제작한 조화인 ‘궁중채화’다. 조선시대 연회장 등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 우리나라 무형유산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된 전통조화의 모습을 담은 ‘궁중채화’ 기념우표 54만4000장을 지난 9월 3일 발행했다.

우표에 실린 작품은 ‘벽도준화’와 ‘홍도준화’다. 정해년의 궁중잔치에 사용된 궁중채화를 재현한 것이다. 준화는 꽃항아리인 화준에 장식한 꽃을 뜻한다. 두 작품은 항아리에 복숭아나무를 세운 뒤 비단으로 만든 붉은색과 흰색 복숭아꽃을 붙이고, 새와 곤충으로 장식한 공예작품이다.

채화라는 용어는 고려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당시 궁중에 소속된 장인들이 궁중채화를 제작하면 왕이 연회에 참석한 외빈에게 직접 꽃을 하사했다.

이 전통은 조선시대로 이어졌다. 조선시대 왕실 행사 기록인 ‘의궤’에는 궁중채화의 종류와 재료, 형태 등이 기록돼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는 채화의 종류를 어잠사권화(御簪絲圈花), 수공화(首拱花), 준화(樽花), 상화(床花) 등으로 구분했다. 상화는 상차림 위에 얹는 채화, 잠화는 머리에 쓰는 채화다.

궁중채화는 조화지만 천연 재료를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질감을 표현했다. 채화를 만들기 위해서 생화에서 뽑아낸 염료로 소재를 자연 염색했다. 이후 일정 기간 물에 담근 뒤 발로 밟는 과정을 2~3개월가량 반복하고, 뽑아낸 염료를 비단 등에 먹이고 다듬이질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섬세한 과정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했다. 준화 하나를 만드는 데에 2000여 송이의 꽃이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공들여 만들어진 채화는 주로 궁궐의 큰 행사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연회 등에 썼다. 고종은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에게 궁중채화 작품을 선물했다. 궁중 관료들의 전유물이었던 건 아니다. 사대부의 연회나 민가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궁중채화는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잠시 끊겼다가 국가무형유산 제124호 황수로 장인이 고문헌을 통해 복원했다. 경남 양산시 한국궁중꽃박물관에 가면 궁중채화 전시를 볼 수 있다.

궁중채화는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도회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국빈만찬장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기념우표는 가까운 총괄우체국이나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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