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정부는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하나는 소비자를 위해 ‘신속한 환불’을 촉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입점 업체를 위해 다양한 ‘금융 및 세정 지원’을 하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정산기한 설정’이나 ‘자금 별도관리’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이하에서는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며,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이번 사태를 이해하고 티몬·위메프(티메프)와 입점 업체 그리고 소비자 간에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티메프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 통상 티메프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로 불린다. e커머스 업체는 규제의 관점에 따라 통신판매 중개업자, 대규모 유통업자, 선불업자, 개인(신용)정보의 관리 주체 등으로 다양하게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브로커다.
e커머스 업체의 성격이 브로커인 만큼 그 수익 창출 원천은 기본적으로 수수료 수입이다. 상품 판매자는 입점할 때 입점 수수료라는 입장료를 내고,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중개 수수료를 낸다. 이것은 브로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가사도우미를 알선하거나, 아파트의 매매나 전세를 중개하거나, 청춘남녀의 맞선을 주선해주는 결혼정보업체들이나 주식 매매를 중개해주는 금융투자회사들이 모두 이런 수수료 수입으로 돈을 번다.
그런데 티메프는 두 가지를 더했다. 그리고 이것이 핵심이다.
공정위, 판매대금 임의운용 집중 조사해야
하나는 고객한테 받은 상품 구입대금 중 판매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입점 업체에 적기에 전달하지 않고 이를 자기 맘대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매수자로부터 직접 수령한 집값을 매도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본인이 일정 기간 임의로 굴리다가 나중에 전달하는 것과 유사하다. 원론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아파트 매매의 현실도 그렇지 않다. 그런데 티메프 같은 e커머스 업체들은 그렇게 한다. 구체적으로 e커머스 업체는 일주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수령하지만 입점 업체들은 약 50일 정도가 지나야 그 돈을 받는다. 이번 사태는 이 기간이 지나고도 티메프가 입점 업체에 돈을 주지 않아서 촉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입점 업체는 왜 이런 불리한 조건에 응했을까? 아마도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 제약 때문일 것이다. 판매자가 소비자와 만나는 경로는 다양하다. 판매자가 직접 오프라인 상점을 개설할 수도 있고, 대중 매체 등을 이용해서 광고를 할 수도 있고, 우편이나 e메일 등으로 직접 소비자를 표적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식이 소비자를 많이 확보한 티메프 같은 e커머스 업체에 입점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판매자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 광고비, 우편 등을 통한 직접 홍보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티메프가 판매대금을 50일 정도 임의로 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은 그 금액만큼 입점 업체가 티메프에게 단기로 돈을 빌려준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운용 이익만큼 입점 업체가 티메프에게 추가로 이익을 공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대신 입점 업체는 소비자를 직접 접촉하는 데 따르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면 윈-윈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티메프는 원래 이런 명목으로 판매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입점 업체는 상품을 팔 때마다 공식적인 판매 수수료와 비공식적인 판매대금 단기 운용이익의 합계액을 티메프에 납부한다고 볼 수 있다.
e커머스 업체와 입점 업체 간 수수료 약정이 이처럼 다층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단기 운용이익만이 목적이라면 수수료 약정을 복잡하게 하는 관행은 설득력이 없다. 그냥 판매 수수료를 현실화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자금의 운영에 수반되는 이익은 단순한 투자 이익이 아니라 ‘자금의 가용성’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는 판매대금이 모회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다른 업체의 인수 자금에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판매대금의 단기적 임의 운용’의 목적은 상당히 어두운 것일 수 있고, 입점 업체가 이에 응하는 것은 부당한 시장 지배력에 굴복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e커머스 업체 명시적 규제’ 종합 입법 필요
그렇다면 e커머스 업체는 어떻게 교섭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e커머스 업체가 가진 최종 병기는 ‘해당 사이버 장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소비자의 규모’와 ‘해당 소비자에 관한 개인정보’다. 입점 업체가 e커머스 업체를 찾는 이유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면 해당 접점을 많이 보유할수록 e커머스 업체의 교섭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잠재적 소비자를 다수 확보하고, 그 소비자로부터 최대한 개인정보를 쥐어짜기 위한 e커머스 업체의 활동이 연유한다. 몇 해 전 문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가 할인 가격으로 상품권을 발행한 이유가 그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함이었고, 최근 문제가 된 카카오페이가 업무위탁이라는 변칙적 방법으로 고객의 결제정보를 알리페이에 넘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경우에도 다양한 모바일 상품권의 환불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아 티메프의 경우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티메프가 일반 브로커와 다르게 추가로 한 두 번째 일이다.
그렇다면 e커머스 업체를 어떻게 규율하는 것이 적절할까? 지금 당국이 거론하는 정산기한 설정이나 판매대금의 별도 관리는 미봉책일 뿐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e커머스 업체가 한편으로는 소비자를 유인해 대규모 소비층을 구축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발판으로 입점 업체들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부당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e커머스 업체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포섭하는 종합적 입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가칭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거래와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 법은 공정한 거래를 통한 입점 업체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판매준칙, 손해배상 책임,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재무적 건전성 확보 및 개인정보 보호 준칙, 감독 주체와 감독 권한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통일적 규율 방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제 새 단장을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입법 노력을 기대한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