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 듯 혁신 아닌 애플 AI, 게임체인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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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음성비서 시리, 내 정보 분석해 질문에 답한다

애플·삼성, AI 스마트폰 놓고 하반기 경쟁 본격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애플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애플이 생성형 AI를 적용한 첫 번째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한 후 평가가 분분하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AI 에이전트(비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새로운 기술이 없다는 혹평이 엇갈렸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은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개인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는 챗GPT를 이식해 더 똑똑해진다. 애플이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빅테크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이 본격화된다. 삼성전자는 북미 AI 연구센터를 통합하고 시리 개발 임원을 총책임자로 영입해 수성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 개인정보 보호하는 AI 개인 비서 등판

애플은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를 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구동하는 자사 기기 운영체제(iOS)에 AI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2022년 11월 챗GPT 공개 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애플이 내놓은 첫 AI 관련 발표로 관심을 모았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AI 시스템을 ‘애플 인텔리전스’라고 소개했다. 애플은 경쟁사들과 달리 AI 성능을 내세우지 않았다. 타 기업들이 뛰어든 범용인공지능(AGI·인간 수준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다. 애플은 AI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일상에서 어떻게 AI를 계속 쓰게 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애플이 꺼내든 카드는 ‘AI의 개인 비서화’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디바이스(기기)에 저장된 개인정보(사진·메시지·메일·음성녹음·캘린더) 등을 읽고 분석한 뒤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큐레이팅(선별)해 답변을 제시한다. 생활 속 AI의 효용성을 높여 애플의 주요 매출원인 하드웨어 기기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외 새로운 아이패드 OS(운영 체제)에서 애플 펜슬로 계산식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답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생성하는 젠모지(Genmoji) 기능,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 등을 선보였다. AI 기술만 놓고 보면 새로운 내용이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I폰을 비롯해 경쟁사들이 선보인 기술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발표 당일 “시장 기대를 넘는 혁신이 없었다”며 주가가 2%가량 빠진 이유다.

애플의 주가는 인텔리전스 발표 이튿날 바로 반등했다. 최고가를 갱신하며 시총 1위를 탈환했다. 시장은 아이폰의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AI 기능은 램(RAM) 용량 한계 등으로 스마트폰은 아이폰 15프로부터 적용된다. 태블릿과 PC는 2020년 말 출시된 M시리즈 탑재 제품부터 AI 기능이 들어간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 기능이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서 차별화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게 만들어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애플의 강점인 ‘보안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개인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모두 파악하면서 보안을 유지하는 데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사용자의 개인적 상황이나 맥락과 결합해 유용한 AI 역량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더욱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인정보에 접근할 때도 보안에 만전을 기하는데, 이는 오직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라고 말했다.

혁신인 듯 혁신 아닌 애플 AI, 게임체인저 될까

애플은 ‘온 디바이스(기기 자체 정보 처리) AI’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할 필요 없이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보안 등에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다. AI 특성상 서버의 힘을 빌려야 할 때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가 등장한다. 애플이 직접 개발한 애플 실리콘 칩으로 만든 비공개 클라우드 서버에서 사용자의 명령을 처리해 다시 보내준다.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지도, 데이터에 접근하지도 않는다. 애플은 “두 가지를 합친 방식이 AI에 대한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AI 서비스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을 벗어날 수 없고, 이용자의 데이터와 AI 결괏값을 교환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플은 이를 겨냥해 ‘개인 보안 우선 AI’를 내세웠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만 놓고 보면 차별점이 없었지만,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통제하며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며 “삼성 등을 비롯한 경쟁사들도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수욱 메리츠 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는 본격적으로 AI가 B2C로 확산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B2C 확산의 핵심은 개인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수해 오던 애플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리에 챗GPT를 심기로 한 것도 시선을 끌었다. 2011년 처음 공개된 시리는 생성형 AI를 탑재해 더 똑똑한 대화형 AI 비서로 업그레이드된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시리 앱을 인수할 때부터 AI 결합을 염두에 뒀다. 잡스는 정보의 홍수인 인터넷 세상에서 AI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상이 올 것으로 판단했다. 애플은 “시리는 일일 요청 건수가 15억 건에 달하는 지능형 AI 비서의 원조”라며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며,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했다. 챗GPT-4o는 오픈AI가 지난달 발표한 챗GPT 최신 버전이다. 사람처럼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시리는 회의록을 요약해 동료와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면 해주고 스케줄을 짜달라고 하면 짜주는 등 이용자의 각종 정보를 찾고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자료가 e메일이나 문자, 사진첩 등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도 시리에 물어보면 곧바로 알려준다. 개인정보가 없는 일반 AI 서비스로는 할 수 없다. 시리가 답변하지 못하는 질문이 들어오면, 사용자에게 ‘허락’을 받은 후 챗GPT로 넘어간다. 애플이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며 챗GPT가 필요할 때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챗GPT를 질문에 도움을 주는 AI 옵션 중 하나로 차별화했다. 실제 애플은 구글 등 다른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 챗GPT를 못 쓰는 중국에선 바이두 등 중국 AI 기업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발표 내용을 청취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에서 세 번째) / AFP 연합뉴스.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발표 내용을 청취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에서 세 번째) / AFP 연합뉴스.

■ 귀빈 대접받는 샘 올트먼, 관람객으로 참석

애플은 오픈AI에 이번 파트너십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할 때 샘 올트먼은 무대에 오르지 않고 관중의 한 사람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애플은 1시간 45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챗GPT에 2분 정도만 할애했다. 오픈AI는 수십억명이 쓰는 아이폰에 탑재됐다는 것만으로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성능이 뛰어난 유료화 서비스를 출시했음에도 사용자 수와 경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데 실패해 애를 먹고 있었다. 만약 사용자가 챗GPT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애플은 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라는 플랫폼의 위력이 이번 파트너십에서 다시 확인됐다고 본다. 한국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활성 디바이스는 20억대를 웃돌아 세계인구(약 80억명) 4명 중 1명은 애플 기기를 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반도체 설계 역량 등 모든 것을 통제하는 플랫폼으로서 애플의 경쟁력을 이번 파트너십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를 개발하는 다른 빅테크 회사들도 애플에 AI를 탑재시키기 위해 물밑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구글이 iOS의 기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매년 수십조원을 애플에 주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 일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자체 통화 녹음 기능도 도입한다. 제3자 앱을 통한 우회 방식으로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은 가능했지만, 자체 앱을 통해 녹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2007년 아이폰 공개 후 처음이다. 애플은 미국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통화 중 녹음을 하면 통화 상대방에게 녹음 사실이 자동으로 안내되고, 통화가 끝나면 AI가 요약본을 만들어 제공한다. 요약본은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광둥어, 포르투갈어 등 8개 언어로 우선 지원된다. 한국어 지원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AI 시장에 뛰어들면서 AI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의 AI 기능 중 일부는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온디바이스 AI를 장착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오는 7월에는 AI 기능이 강화된 갤럭시Z플립·폴드6를 선보이며 애플과 격차를 더 벌릴 예정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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