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정부의 세수입 여건이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7월까지 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43조4000억원 감소했다. 7월 세수진도율(세수총액에서 실제로 걷은 세수의 비중)은 54.3%로, 최근 5년 평균인 64.8%와 비교해 10%포인트 넘게 차이를 보였다. 기재부 장관은 경제의 상저하고를 기대한다지만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추세대로 간다면 최근 5년 세수진도율을 기준으로 예측할 때 연말까지의 국세 총수입 규모는 335조8000억원 규모로, 2023년 세입예산 대비 65조원이 부족하게 된다.
기재부는 세수결손을 불용재원, 세계잉여금, 기금 등을 활용해 메꾸려 하고 있다. 매년 기재부는 편성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10조원 규모, 그리고 세계잉여금으로 수조원대의 재원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재부는 2023년 2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가져와 메우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급 세수오차, 근본 원인은
큰 규모의 세수오차는 법인세 분야, 그리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같은 자산거래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두 가지 분야 모두 과세대상의 경기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에 따라 기업의 이익은 변하는데 수출대기업의 이익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대외경제적 여건이 나쁘면 내수경제가 완충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라서 세수입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특이한 현상은 수출대기업 중에서도 소수의 대기업에 대부분의 세수입을 의존한다는 점인데, 이는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수의 수출대기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 국가의 재정운용이 크게 제약받는다. 법인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근로소득과 배당의 지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소비에도 효과를 미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의 세수입에 영향을 준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도 경기변동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시장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늘어나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의 세수입이 늘어난다. 자산시장의 경기사이클은 기업실적의 일반적인 경기사이클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통상 더 길고 굴곡이 깊은 경기사이클을 보여준다.
결국 세수오차는 세수의 변동성이 큰 것과 떼어서 얘기하기 어렵다. 세수 변동성이 크면 세수오차가 대체로 크게 나오게 마련이다. 소수 경제집단에 경제력 집중이 지나친 것이 우리 경제의 약점인데 다른 불공정, 불평등 측면에서의 문제점과 아울러 세수예측의 어려움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러기에 세수오차를 생각하기 이전에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소수 수출대기업에 국가가 자원을 몰아주고 이 소수 집단의 성과에 전전긍긍하는 경제발전 모형은 위태롭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024년 국가 전체 예산의 방향을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문재원 기자
세수추계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세수추계는 경제전망치를 전제로 다시 추계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경제성장률 전망보다 더 어렵다. 경제전망을 전문으로 하는 예측기관들의 성장률 전망도 틀리는 사례가 많다. 하물며 이 틀리기 쉬운 전망자료를 바탕으로 추계하는 세수작업을 오차 없이 해내기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출대기업 집단의 성과가 전체 경제의 성장과 세수입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우리의 경우 세계경제의 많은 변수가 세수입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세수전망은 기재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이전(회계연도 전년도의 7월)에 이루어진다. 예산안 통과시점(전년도 12월)이나 회계연도 개시시점(1월)과 상당한 시차가 있고, 세금이 실제로 정부로 들어오는 시기(회계연도의 1~12월)와는 평균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러니 세수전망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 해의 중반이 지나가면 세수입의 추세가 거의 결정되고, 더 이상의 큰 변화가 어려운 시기가 온다. 한 해의 7월에서 9월, 즉 3분기 정도인데 그 시기에 추세를 보며 이루어진 전망치는 그 전해에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준비한 세입전망보다 당연히 훨씬 더 정확하다.
그러므로 기재부는 매년 8월 그 이듬해 분의 예산안 제출과 함께 이듬해 분의 세수입 추계자료를 제출한다. 그때 당해연도의 세수입 추이를 감안하면서 전년도에 제출한 당해연도의 세수추계 예측치를 재추계해 수정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세수입의 재추계를 당해연도 2월과 8월에 걸쳐 두 차례 이행하고 결과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세입 및 세출의 추경이 필요하다면 국회가 그렇게 결정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정확한 세수입에 대한 정보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감세 철회하고 세입 확충해야
세수예측을 정확하게 해서 오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정부와 학계에서 기울여야겠으나 커다란 세수오차 발생과 세수입의 변동성이 우리 경제에서 소수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된 탓이라면 세수오차를 줄이려는 과제를 단시간의 노력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해소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세수변동성을 염두에 둔 재정운용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해나가야 한다. 최근 5년 세수입의 이동평균치를 기준으로 명목성장률을 감안하고 경기 대응에 필요한 예산 규모를 가감해 예산총량을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 장기적으로 필요한 경제사회구조의 변화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 재정투자는 예외로 해야 한다.
감세정책의 도그마에 빠져 줄어든 세수입 보충을 위해 외평기금 등 총지출 밖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거나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운용은 적절치 않다.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다른 건 재정정책의 의사결정과정은 정치과정의 일부라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이 담당하지만, 세금과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재정정책의 경우 정부가 제안한 내용을 국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그러하고, 국가운영의 핵심적 구조로 틀이 짜여 있는 내용이다.
기재부가 일정한 비율의 예산을 불용해 남기도록 부처나 공공기관에 지시하는 건 주어진 권한의 남용이다.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 부처나 기관에 배정한 예산을 기재부가 자의적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기재부가 법에 의거해 용도가 지정된 기금을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전용하는 것도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일이다. 감세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