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변화의 씨앗···‘기회수도 경기’ 꽃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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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10조원 외자 유치 ‘돈 버는 도지사’…김동연 경기지사 취임 1주년 인터뷰

사진 / 경기도 제공

사진 /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임 1년을 맞았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전문가’답게 10조원 투자 유치의 성과를 거뒀고, 전임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별화한 ‘기회소득’ 정책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기회패키지’를 포함해 그가 내놓은 다양한 민생 정책도 주목받았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쓴소리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비판의 수위는 더 높아가는 중이다. 수도권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차기 대권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있다.

10조원 외자 유치·임기 내 100조원 유치 달성 “기회의 새 물결이 강물처럼 넘치는 ‘기회수도 경기’를 만들겠습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1년 동안 10조원의 외자를 유치하면서 ‘돈 버는 도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계 1위로 꼽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미국) 연구개발센터와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미국) 신소재 첨단 연구 및 제조시설을 각각 유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네덜란드)의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했다. 올해 들어서는 세계 1위 산업용 가스 기업 린데(미국)의 반도체 희귀가스, 수소 충전시설 및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이 경기도에 터를 잡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투자 유치의 꽃을 피웠다.

지난 3월 첫 해외 출장에서는 미국 5개 지역과 일본 2개 지역을 방문해 4조3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산업용 가스 기업인 에어프로덕츠(미국)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 반도체 진공 장비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인 알박(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개발 연구소 등을 유치했다. 이와 함께 평택에 현대모비스 첨단 자동차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 투자 유치로 경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1년 변화의 씨앗···‘기회수도 경기’ 꽃필 것”

김 지사는 “지난 1년간 ‘돈 버는 도지사’가 돼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녔다”면서 “그 결과 외자 10조원을 유치했으며, 임기 내 100조원 투자 유치라는 공약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기국제공항,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등 핵심 공약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경우 이미 추진 조직, 예산, 조례 등 기반을 확보했고, 로드맵에 따라 시·군별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초 국회토론회에 국회의원 48명이 참여하는 등 많은 국회의원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21대 임기 내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경기국제공항은 도민 의견을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일로,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년 기회패키지부터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까지 “지난 1년간 ‘변화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제는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기회의 꽃’을 피울 차례입니다.”

경기도는 청년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패키지’를 포함해 다양한 민생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저소득 청년에게 외국대학 무료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의 경우 본궤도에 올랐다. 7월부터 8월까지 미국 미시간대·뉴욕주립대 버팔로대·워싱턴대, 호주 시드니대, 중국 푸단대 등 5개 해외 유명 대학에 200명을 보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내 청년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격차를 좁히고, 다양한 진로 개척의 기회를 마련한다.

함께 추진 중인 ‘경기청년 갭이어’는 1인당 최대 500만원의 지원금으로 청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생, 미취업 청년, 이직 희망 청년 등 19~34세의 청년이 대상이다. 이들이 기획하는 진로 탐색을 위한 프로젝트·분야별 멘토링·역량강화 교육 등을 진행한다.

‘경기청년 역량강화 기회 지원’ 사업은 도내 거주하는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에 필요한 자격 기준 획득 기회를 더 고르게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토익 등 어학 19종, 한국사 등 국가 기술 자격 544종, 국가 공인 민간 자격 95종에 해당하는 응시료를 실비로 지원한다. 1인당 연간 최대 지원금은 30만원이며, 1개의 시험당 최대 10만원까지 3회에 걸쳐 받을 수 있다. 시·군별 사업비 소진 시까지 선착순으로 지원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23일 화성 YBM연수원에서 열린 2023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 예비교육에 참석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23일 화성 YBM연수원에서 열린 2023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 예비교육에 참석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경기청년 기회사다리 금융’ 사업을 통해 청년층의 안정적 금융 생활도 지원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5~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나의 계좌에서 저금리 대출과 우대금리 저축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 21일 하나은행과 1조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안에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예술인·장애인을 위한 ‘기회소득’ 사업도 추진 중이다.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에게 연간 150만원, 중증장애인에게 월 5만원씩 6개월간 모두 30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더해 기회소득 지원 대상을 플랫폼 노동자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것으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차별화한 정책이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직업훈련장애인 기회수당을 도입하고, 장애인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누림통장 대상자를 만 19세에서 만 19~21세로 확대하기도 했다. 정부의 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노인일자리를 9만 개에서 올해 10만 개로 늘렸고, 결식아동 급식지원 단가는 1식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상향했다.

2022년 8월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긴급복지 핫라인(010-4419-7722)’을 개설해 지난 6월 말까지 위기가구 1841가구를 지원했다.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지자체 최초로 경기도 거주 피해자 123명에게 500만원의 위로금과 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경기 화성시 에이에스엠케이에서 지난 5월 24일 열린 네덜란드 ASM 기공식 모습(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승열 하나은행 은행장이 지난 6월 21일 ‘경기청년 기회사다리 금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경기 화성시 에이에스엠케이에서 지난 5월 24일 열린 네덜란드 ASM 기공식 모습(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승열 하나은행 은행장이 지난 6월 21일 ‘경기청년 기회사다리 금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전력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을 선도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26년까지 원전 6기 규모인 9G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40% 감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공공분야의 경우 민선 8기 동안 전력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31명의 주요국 대사와 만남…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김 지사는 지난 1년간 미국, 중국, 영국을 비롯해 모두 31명의 주요국 대사와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 7월 27일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나 경기도와 영국 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교류 확대를 논의했다. 크룩스 대사는 북한에서 영국대사로 근무한 경험 등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전 대통령, 챕 피터슨 미국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대사,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대사대리, 나이젤 토핑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기후대응대사,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대사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교사절을 만나 경기도와의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 4월 미국 출장 때는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를 만나기도 했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미국 공화당 내 ‘잠룡’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나 눈길을 끌었다. 서울을 찾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서울시장이 아닌 경기도지사를 만나 더 관심이 쏠렸다.

(위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월 28일 경기도청 구청사로 자리를 옮긴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지사와 지난 4월 26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무역·투자 파트너십 행사를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30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위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월 28일 경기도청 구청사로 자리를 옮긴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지사와 지난 4월 26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무역·투자 파트너십 행사를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30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남탓, 언론탓, 과거탓”… 윤석열 정부에 연일 ‘쓴소리’ 김 지사는 지난 6월 30일 경기도청에서 있었던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윤 정부의 정치·외교·경제 분야 전반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김 지사는 “정치의 경우 양당 구조가 더욱 강고해지며 대화와 타협이 없는 완전 대결 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흑백논리를 적용해 우리 편과 상대편을 노골적으로 나누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방으로 외교를 하다 보니 중국과 척을 지는 모습인 데다 국제 경기 악화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외교 삼중고’를 겪고 있어 경제난이 가중된다”며 “외교 문제는 어느 나라와도 척지지 않는 개방된 통상 국가로 나아가도록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말하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축구를 예를 들면, 공격으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침대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 균형 잡힌 대외경제 정책으로의 선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이 문제는 정부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오염수 방류가 제일 싼 방법이고, 다른 방법들은 돈이 수백 배 든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애초부터 오염수 방류라는 프레임에 말려들 것이 아니라 이런 방법에 대해서 강력하게 요구를 하면서 방류는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금이라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 유엔 해양법 위반에 따른 ‘긴급처분’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오염수 방류는) 우리 수산업 어민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의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뚝 떨어지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길 텐데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윤 정부가) 남탓, 언론탓, 과거탓만 하면서 국정 난맥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요한 정책 방향은 당정 협의를 거쳐서 발표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통령이 사고 치면 당정 협의에서 수습하고, 수습 과정에서 또 헛발질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경기침체로 인해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다면 지출 구조조정이나 또는 추경까지 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인진 전국사회부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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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