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본 ‘SM 인수전의 본질’
SM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은 어느새 규모가 1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 사이에 불붙은 인수 경쟁으로 SM 주가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카카오가 지난 3월 7일 공개매수 가격으로 밝힌 1주당 15만원은 주가의 천장이 아닌 바닥으로 자리 잡는 기묘한 상황이다. 이는 시장이 이들의 인수전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어제는 하이브, 오늘은 카카오가 유리해 보일 만큼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기쁨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수익이 늘어난다는 기쁨과 오는 3월 31일 주주총회가 끝나면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돌아봐야 하는 것은 돈의 속성이다. ‘돈을 쓰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돈의 속성에 기반해 SM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지난 3월 8일 서울 중구에 있는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그를 만나 ‘금융계에서 바라본 SM 인수전의 본질’을 들어봤다.
-카카오가 1주당 15만원에 SM 주식 35%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경쟁자인 하이브가 제시한 1주당 12만원보다 25% 높다. 이날 SM 주가는 15% 넘게 오른 반면, 카카오 주가는 3% 넘게 빠졌다. 카카오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실 얼마에 샀느냐 하는 부분은 핵심이 아닌 것 같다. 미래에는 15만원이 싼 것일 수도, 비싼 것일 수도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카카오가 SM 주식을 사는 것이 ‘과연 카카오 주주들에게 좋은 것인지’, ‘카카오엔터 상장에 좋은 것인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상장하며 모회사 주주들만 피해를 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특히 카카오는 자회사 상장 이벤트가 줄줄이 나오며 논란이 됐던 회사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처럼 이번 인수의 최종목표가 만약 카카오엔터의 상장이라면 카카오 주가의 할인폭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현 단계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나. 카카오는 SM 인수가 본인들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한 이야기다. 카카오엔터가 상장을 목표로 SM을 인수한다면 ‘너희 돈으로 하라’는 것이다. 사우디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지금 카카오 돈도 투입해 SM 주식을 비싸게 사고 있지 않나. 주주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그렇게 자금 여유가 있는 회사였나. 차라리 그 돈으로 업무 관련성이 높은 AI 등에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카카오 이사회는 당연히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충분히 검토했는지’ 등을 주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미래에 기대만큼 발생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시너지 효과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될 수가 없다. 당장 카카오 주가는 빠지고 있지 않나.”
-카카오엔터가 유치했다는 해외자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나.
“정확한 내부 사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 유치 관점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 자금과 같은 FI투자(재무적 투자)는 당연히 독소조항이 따라온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몇 년 안에 상장을 조건으로 하는 식의 옵션이 붙는다는 뜻이다. 카카오엔터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런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몇 가지 이행해야 할 의무가 따라붙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이제 진짜 고민을 해야 하는 쪽은 카카오가 아닌 SM의 주주들이 된다.”
-어떤 의미인가.
“SM 주식을 단기간에 샀다가 팔 목적인 사람이라면 공개매수가 좋은 상황인 것이 맞다. 그런데 SM 주식을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장기투자할 사람이라면 고민을 해봐야 한다. 카카오의 주당 15만원 공개매수 가격은 하이브의 12만원 공개매수 때와 비교해도 분명 오버페이다. 게다가 이들이 지분 100%를 인수해 완전 매입한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40% 정도 인수해 지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경우 소액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된 사례가 거의 없다. 즉 오버페이한 만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올라서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SM을 카카오엔터와 합병해 버릴 수 있다. 이때가 되면 합병비율이 문제가 된다. 카카오엔터는 비상장 상태인데 외국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카카오엔터의 가치는 높게 잡고, 상대적으로 SM의 가치를 낮게 후려칠 수 있다. 카카오엔터의 가치를 10조원이라고 하고, SM은 현재 시가총액 정도인 3조~4조원으로 평가해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 이 둘이 합치면 14조원이 돼야 하는데 실제 합병을 하면 시가총액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한 7조원 정도가 됐다고 하면 그때부터 SM의 가치는 4조원이 아니라 2조원 정도로 줄어버린다. 주가로 환산하면 10만원 정도로 평가절하되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되면 이런 것이 가능하다.”
-실제 카카오엔터가 상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미래에 발생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을 왜 지금 걱정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논리대로라면 카카오가 SM 지분 40%를 확보해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말은 어떻게 믿나. 카카오가 자선사업가인가. 카카오가 하는 말 외에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과거 행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카카오는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들에게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해외에선 상장할 때 구주매출 등으로 모회사 주주들에게 보상을 해준다. 카카오는 이런 행보가 없었다.”
-카카오엔터 상장을 가정하더라도 이게 SM 인수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나.
“카카오엔터가 일단 투자를 받았으면 분명 이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돌려줘야 한다. 돈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통상적인 경우 4~5년 안에 합의된 가치 이상으로 상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추론의 여지는 여기서 발생한다. 현재 카카오엔터만 상장을 해서는 합의된 가치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SM이 갖고 있는 여러 IP가 합쳐지면 기업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내부적으로는 이 가치문제에 대한 계산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투자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보상이 있어야 하고, 이는 적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집중해 보면, 다소 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은 카카오의 행보도 이해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하이브는 왜 철수를 못 하는 것인가.
“하이브는 이미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에서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권한은 전부와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면 카카오엔터와 SM이 합병하더라도 하이브는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서로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SM을 적정가보다 비싸게 사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인수하든 비싸게 산 만큼 빼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엔터산업의 소비자인 팬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도 있나.
“SM이 판매하는 각종 상품에 대한 가격상승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각종 굿즈 상품 판매의 수익 배분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오버페이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회수한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카카오, 하이브뿐만 아니라 SM 사태의 주요 행위자 중에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도 있지 않나. ‘기업지배 구조 개선’, ‘주주 이익 확대’ 등을 말하며 시작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들이 오버페이 경쟁을 만든 장본인 같기도 한데.
“사실 얼라인의 행보가 애초에 밝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의 장기적 목표와 완벽히 부합하냐고 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3년 뒤 30만원이다’ 하는 식으로 장기적 관점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오히려 얼라인의 행보는 단기적 주가 상승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면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설명된다.”
-가장 이해가 어려운 것은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라인이 설명한 대로 카카오가 SM을 가져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몇 년 뒤, 카카오엔터와 SM이 합병을 한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제야 카카오가 자율적 경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할 것인가. 그때 얼라인이 여전히 주주로 남아 있다는 보장은 있는가. 그때 모든 욕을 먹는 것은 얼라인이 아니라 행동주의 전체가 될 것이다. 행동주의도 결국 특정 기업,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행동주의의 목표인 경영 개선, 주주 이익 확대 등의 가치는 희석되는 것이다. 행동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SM 사태의 본질과 관계없이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 것 같은데.
“정말 주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가 환호하겠지만 버블이 끼면 반드시 터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언제일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혼란한 상황이 종료됐을 때 주가가 올라간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때도 이득을 보겠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본다는 말이다. 그게 지금 환호하고 있는 투자자가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