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노믹스를 꽃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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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의 핵심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정보기술, 정보를 다루는 기술, 정보와 관련된 기술,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이니 바로 ‘정보’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정보’란 매우 과학적인 무엇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물리학자인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면 정보라는 참으로 모호한 개념에 대한 과학적 정의 자체가 어렵다. 지금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흐르고, 돌아다니는 데이터에 대해 정량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과학기술이 측정하고,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는 양적인 것이 아니다. 정보의 가치는 질적인 대목에 달려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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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프라,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이후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 우리가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 접속·소비·과금 방식이 달라져 바야흐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대중화된 넷플릭스에서는 우리의 드라마, 영화 등 작품이 꽤 쌓였고 올해 최고의 히트작 <오징어게임>으로 확인됐듯 국내 이용자만이 아니라 글로벌 흥행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디즈니플러스도 국내에 상륙했다. 디즈니, 이 브랜드는 한 세기가 된 콘텐츠 세계의 명품 아닌가. 디즈니의 간판스타 미키마우스는 1928년생으로 내 아버지보다 형님이다. 그의 여친 미니마우스와 도널드 덕, 구피 등 동물 캐릭터들을 비롯해 백설공주, 신데렐라, 피노키오, 인어공주, 아메리칸 인디언인 포카혼타스, 중국의 여전사 뮬란까지 다 디즈니 패밀리다.

스티브 잡스가 일으켜 세운 경쟁자 픽사스튜디오까지 합병해 <겨울왕국>도 디즈니의 소유물이다. 뮤지컬로도 대흥행하고 있는 <라이언 킹>과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소속된(?) 어벤져스의 마블도 디즈니가 사들였다.

캐릭터 왕국, 전 세계 어린이와 가족들 시장의 흥행의 제왕, 디즈니는 상상의 세계에서 전 세계 문화권, 바다와 자연, 동식물, 나아가 우주까지 장악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면 스토리의 제국이다. 스토리. 이 칼럼의 핵심 키워드다. 우리의 OTT들도 이제 글로벌 OTT와 안방극장에서, 또 한류의 세계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브랜드도 없고 콘텐츠도 달리는데다 기술과 서비스의 우위도 만들어야 해 이미 뛰고 있는 선수들인데 갖춰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핵심역량을 하나의 강점에 맞춘다면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를 성장시킬 자양분이 모여 있다. 스토리의 발굴과 수집, 구성과 다듬기 그리고 창의적 작품화에서 전략적 상품화까지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역사에 대해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곰과 호랑이의 동굴생활, 마늘과 쑥, 웅녀의 탄생, 환인과 환웅, 이어 등장하는 단군설화와 홍익인간이라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 공동체의 뿌리를 설명하는 스토리는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는 많이 발간됐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로서 널리 알려진 디지털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나 드라마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몇해 전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명량>을 떠올려보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어떠했나. 만들면, 물론 잘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우리가 사랑해준다. 흥행이 보장된다. 이제 우리의 IT산업도 다양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결합하면서 스토리 경제, 스토리노믹스가 바탕이 되는 이야기 종주국의 구조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일단 재미있지 않겠는가.

<최영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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