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반려동물, 유학생, 유기농 베트남시장을 읽는 세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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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시장을 예측하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와 통계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어렵게 구하는 객관적 자료는 2~3년 전 수치라서 빠르게 변화하는 베트남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해외투자자들이 바로 이 객관적 자료 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특히 정량적인 자료를 선호하는 서양 기업들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하지만 베트남시장을 유심히 관찰하면 베트남 소비자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펫그루밍 서비스 제공업체의 모습 / 유영국 제공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펫그루밍 서비스 제공업체의 모습 / 유영국 제공

급격히 증가하는 반려동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일시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성공적인 방역으로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려동물 증가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베트남 중·상류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반려견과 산책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호찌민 시내 곳곳에 펫용품매장, 펫미용숍, 펫호텔 등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데리고 나오는 반려견들도 100만~200만원하는 해외 견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성장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자료를 코트라(KOTRA) 호찌민 무역관에서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9년 3년 동안 반려견 수는 13.7% 늘었는데 반려견 용품 시장은 45.1% 성장했다. 반려견 증가보다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먹을 걸 걱정하던 빈곤국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는 중진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은 해외유학생 숫자의 증가로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유학을 보내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베트남에서 서구권 국가로 유학을 보내려면 소득 수준이 상당해야 가능하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신선식품 유통업체 박 호아 싼 매장 내부 / 유영국 제공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신선식품 유통업체 박 호아 싼 매장 내부 / 유영국 제공

2019년 11월 국제교육협회(IIE)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 수가 18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의 발표를 보면 베트남 유학생은 2만3777명으로 미국 전체 유학생의 6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이민국 자료에서도 캐나다로 유학을 간 베트남 국적자가 2016년 5320명에서 2019년 1만1685명으로 늘어났다. 2016년 대비 2019년에 유학생 수가 2배 이상 늘어 난 것이다.

증가한 유학생 숫자에서 또 한가지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서구 선진국에서 유학하다가 베트남으로 복귀한 젊은층이다. 이들이 베트남 소비문화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주요 요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 식음료시장, 화장품시장, 여행시장 등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해외유학생 숫자 증가와 관련이 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는 몇년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베트남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을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업종들은 무엇이 있을까?

신선식품, 유기농 식품시장

2018년부터 호찌민 도심 곳곳에 유기농 식자재 매장, 유기농 과일 전문점, 유기농 식당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대형 할인점 내에도 유기농 과일을 별도로 진열한 공간이 늘고 있다. 시장 점유율 41%로 베트남 1위 슈퍼마켓 체인인 쿱(Co.op)마트는 최근 최고급 슈퍼마켓인 파인라이프(Finelife) 매장을 열고 과일·채소는 물론 화장품과 같은 공산품까지 1만7000여개의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채 안 되는 곳에서 정말 이런 고급 시장이 커지는 것이 맞느냐고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시장에 대한 수치화된 보고서가 나올 즈음에는 누구나 알 정도로 시장이 커져 있을 것이다.

유기농까지는 아니지만 베트남 소비 트렌드를 빨리 읽은 또 다른 유통업체도 신선하고 깨끗하게 손질된 농수산물을 공급하며 성업 중이다. 모바일월드라고 하는 베트남 1위 휴대폰, 전자제품 유통·판매업체가 2018년 박 호아 싼(Bach Hoa Xanh)이라는 신선식품 전문 유통업체를 시작했다. 2019년에는 600여개, 2020년 700여개 신규 점포를 연달아 열었다. 2020년에는 21조2600억동(약 1조6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수산물과 축산물을 냉장·냉동 보관하지 않고 판매하는 비위생적인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매하는 베트남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꾸겠다며 150~200㎡(45~60평) 규모의 중소형 슈퍼마켓 형태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박 호아 싼은 2021년 500개 추가 점포 개설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7)반려동물, 유학생, 유기농 베트남시장을 읽는 세가지 코드

이렇게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신선식품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냉장·냉동 콜드체인 시장이 덩달아 커졌다. 태동한 지 얼마 안 된 베트남 편의점 산업도 콜드체인 산업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인구 약 5000만명의 대한민국 편의점 수가 약 5만개인데 인구 1억의 베트남 편의점 수가 약 3000개니 앞으로 최소 한국만큼의 편의점 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할수록 덩달아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앞으로 잘될 사업이라고 예측하고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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