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연하장 발송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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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 가서 다섯장의 카드를 부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와중에 어렵게 화촉을 밝힌 두 친구에게 한장씩, 한때 같이 살았던 친구들에게도 한장씩. 우편번호를 명확히 표시하겠다고 다섯자리 숫자 앞에 ‘(우)’라고 썼는데 이 사족 때문에 요금을 더 낼 뻔했다. 우편번호 자리에 숫자 외의 글자가 있으면 기계로 처리할 수가 없어 ‘규격 외’로 처리한다고 한다. 듣고 보니 봉투쓰기의 기본인 것 같은데 편지를 써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 모르고 있었다. 빨강 봉투 크기가 들쭉날쭉한 때문에 이미 규격 외로 처리된 것을 다행이라고 할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대폭 감축된 영향으로 올해 국제우편 물량도 크게 줄었다. 11월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 이준헌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대폭 감축된 영향으로 올해 국제우편 물량도 크게 줄었다. 11월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 이준헌 기자

다섯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데 2350원.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 값도 안 되니, 헐하다는 느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이 어려워지자 크리스마스카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영국 유통업체 막스앤스펜서(M&S)는 예측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카톡으로 축의금이며 조의금까지 가상의 ‘봉투’에 담아 전하는 시대에 카드와 연하장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20년 우체국을 통해 전달된 편지·카드 등 통상우편물은 약 27억9000만통이다. 2019년 30억7400만통보다는 9.2% 줄었다. 2018년에는 33억1700만통이 전달됐다. 매년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다. 크게 늘어나던 소포 물량은 2020년에는 증가세가 꺾였다. 2018년 2억7300만통이었던 소포 물량은 2019년 3억2400만통으로 19%나 증가했다. 2020년에는 3억1700만통으로 2019년보다 2.2% 줄었다. 물량이 폭증한 2019년 집배원의 과로사가 이어지고 열악한 노동조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자,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적정 물량을 유지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택배요금을 인상하는 등 조정을 거친 데 따른 결과다.

2020년 가장 극적으로 줄어든 것은 국제우편 물량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행기가 멈추면서 2019년 2000만통이던 국제우편 물량이 2020년 970만통으로 반토막(-51.5%)이 났다. 우본 관계자는 “전 세계 입국금지 조치에 따른 국제노선 단항 및 감축, 중계국의 업무중지 등으로 일부 국가, 일부 서비스에 한해서만 국제우편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가에 대해 한때 국제특급우편(EMS) 발송이 중단됐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20년 10월부터 일부 국가로 보내는 우편에 대해서는 특별운송수수료가 부가되고 있다.

국제우편 물량이 대폭 줄었지만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2020년 EMS 물량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만국우편연합(UPU) 소속 국가들이 EMS 발송을 1순위에 두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캐나다와 일부 유럽국가로 나가는 물량은 50% 이상 늘었다. 교민에게 생필품을 보내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 192개국 중에서 현재 우체국으로부터 우편물 발송 가능한 국가는 42곳이다. 편지와 엽서 등 통상우편물을 보낼 수 있는 나라는 11개국이다. 통상우편·소포·EMS 등 종류에 따라 가부가 다 다르기 때문에 우편물을 보내고자 한다면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한다. 새해에는 카드와 편지를 마음껏 보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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