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마스크까지 쓰니 체감온도는 더 높다. 에어컨을 ‘살살’ 켜기로 유명한 공공기관들도 올해는 태세를 전환한 모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6월 12일 “전국 우체국 창구와 집배원 작업장의 냉방기 사용기준 온도를 26도로, 2도 낮췄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규정에 따라 평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왔다.

올해 최대 규모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을 앞둔 지난 6월 12일 시험장인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요. 여름엔 이렇게 물 한잔 얻어 마시고, 겨울에는 옷을 여러 벌 껴입는 식으로 날씨를 이겨내죠.” 2008년 여름 낮, 35도의 뙤약볕에 편지를 배달하던 서울중랑우체국 집배원 김종현씨가 <매일노동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나가던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가 건넨 보리차 한잔을 막 마시던 참이었다. 대면 자체를 꺼리는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에 다닐 때, 서류를 가지고 우편취급국에 가는 게 일과의 큰 낙이었다. 나무 많은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서 우편물을 부치고 오는 시간 동안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2층짜리 낮은 건물의 낡은 계단을 올라가면, 허리가 꼿꼿하고 돋보기안경을 쓴 연세 지긋한 분이 혼자 창구를 보고 계셨다. 꼭 시간이 멈춘 곳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여름에는 땀방울 닦으며 문을 열었고, 그늘진 실내의 서늘함이 고마웠다.
조용하던 서울 성북동의 우편취급국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대개의 우체국은 낮 내내 무척 붐빈다. <신입 우체국 공무원 3년 에세이>(2018년)와 <신입 우체국 공무원 4년 차 에세이>(2019년)를 쓴 김정원씨의 경험을 잠시 훔쳐보자. “우편창구 업무의 큰 줄기를 이해하면 매우 단순한데 가끔은 번잡할 정도로 이종의 서비스가 다수 있고 고객이 언제, 무엇을 요청할지 모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듯하다.” 종일 긴장한 탓에 몸이 뻣뻣해 퇴근 후 수영을 하러 가도 자꾸만 몸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우체국 직원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세이에서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후배 직원을 맞이하는 긴장감도 드러내 보인다. “며칠 후 행정 9급 신입 여직원이 우체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을 갓 마친 신입직원은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왔고, 이러한 이들의 직장생활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4년차인 김씨는 20대인 이 신입이 얼마나 빨리 일을 배우는지에 크게 감탄한다.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김씨는 수험생 시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해이해지려는 자신을 다잡으려 오직 가족과만 연락했고, 친구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스마트폰은 영어단어를 외우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2014년 4월에 시험을 치르고, 9월에 면접을 본 후 10월에 합격을 통보받아 마침내 12월, 서울 노량진우체국에 방문해 급여통장을 개설한다.
하필 이렇게 뜨거울 때 시험철이 돌아왔다. 지방직 9급 시험은 지난 6월 13일 치러졌다. 국가직 9급은 오는 7월 11일 치러진다. 당초 3월로 예정됐던 시험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름까지 밀리게 된 것이다. 선선해질 즈음 합격통보가 전해질 것이다. 그날을 그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