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여 명 사실상 실직… 비상대책위, 전·현 대표 고발
지난 4월 11일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운영을 중단했다. 배차 콜이 남아 있는 일부 타다 드라이버들만 이날 새벽까지 일을 했다. 1만2000여 명의 타다 드라이버들은 이 날짜로 사실상 실직 상태에 들어갔다.

4월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연합뉴스
예고된 수순이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현 쏘카 대표)는 지난 3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춘다”며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VCNC는 이후 타다 서비스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타다 베이직에 투입했던 카니발 차량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 중단 과정에서 타다 드라이버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3월 13일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대표에 취임한 박재욱 대표가 4월 10일 드라이버 전용 앱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고 사과한 게 거의 전부다.
불법파견 의혹, 근로기준법 위반 등 숱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체로 침묵을 지켰던 드라이버들은 사업 중단이 가시화되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3월 19일 출범한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4월 9일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박 대표를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타다가 파견직으로 계약한 사람들은 운수업에 파견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고, 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주휴수당, 퇴직금을 주지 않아 파견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상생 말하면서도 대화 노력 없어”
비대위 측은 지난 3월 25일 VCNC를 항의 방문했지만 사측과 협의 자리를 갖지 못했다. 김태환 타다 비대위원장은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고 본사 항의 방문도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너무 괘씸했다”면서 “만날 소통과 상생을 말하면서도 우리에게는 대화의 노력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한 3월 13일 페이스북에서 “타다를 금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VCNC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드라이버 실직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실패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타다 베이직의 영업 중단을 일종의 ‘폐업 엑시트’로 본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도 “차량·차고지 확보에 1만 명이 넘는 드라이버를 ‘고용’하면 사실상 적자는 당연하다”면서 “이재웅·박재욱 두 대표가 타다가 사업성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그 책임을 정부와 국회로 밀어내고 자신들은 여전히 혁신의 아이콘으로 살아남아 향후 다른 사업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구 팀장은 “기존 업계에서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위험한 사업 모델을 시작하면서 기존 시장의 주체와 소통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기존 업계를 구태와 반혁신으로 몰고 가면서 고립을 자초했다”며 “자신들이 여객법 개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타다 측은 드라이버의 고용 문제에 직접 관여할 부분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음식점을 못 하게 국가에서 법을 통과시켜 폐업했는데 조합원이 음식점 주인에게 왜 문을 닫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일부 사업장의 임금 체불에 대해선 “협력업체의 잘못이지 우리와는 관계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타다 서비스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성종 민노총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은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 유예기간이 있으니 그 기간 동안이라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사들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해도 수익을 창출한 당사자인 드라이버들에게 서비스를 접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이재웅 전 대표 재판도 영향 받을 듯
타다 비대위는 4월 3일 서울시에 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노조를 설립하면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인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상급 단체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플랫폼유니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태환 위원장은 “앞으로 제2의 타다 드라이버를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노조와 플랫폼유니온을 결성할 계획”이라며 “노조 설립은 4월 말 안에 가능하고, 플랫폼유니온은 올해 하반기 안에는 출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교현 팀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노동법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많은 개인사업자를 양성하고 함부로 쓰고 버리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이 함께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드라이버뿐 아니라 가사노동자, 쿠팡 플렉스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등 플랫폼 형태로 일하는 분들을 아우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 참여자는 오는 4월 26일까지 1차로 모집한다. 타다 드라이버는 협력업체와 ‘개인사업자’로 위탁계약을 맺는데, 타다 비대위는 드라이버가 실질적으로는 하청 소속 근로자에 해당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라이버 앱을 통해 대기지 이탈을 감시하고, 배차 거부와 취소, 고객평가 별점으로 근로 감독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타다 드라이버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봤다. 권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불리한 판정(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이 나오긴 했으나 당시엔 드라이버들이 회사에 찍히면 배차를 받지 못해 세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타다 기사들이 여러 자료를 준비해서 소송하는 거라 노동위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서 (타다 기사처럼) 구체적인 노무 감독을 받았거나 급여의 성격이 시간제 급여일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더 나아가 VCNC나 쏘카와의 파견 관계가 인정되면 이재웅 전 대표의 1심 법원 무죄 판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이재웅·박재욱 대표가 유사택시 영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타다는 택시와 다른 초단기 렌터카 사업이고, 기사와 승객 간의 노무 이용 관계를 중간에 알선한 것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알선이 아닌 파견 혹은 근로자 공급이 된다. 이렇게 되면 알선만 가능한 개정 전 여객법에 모순되고 유상운송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권 교수는 “타다나 배달앱 기사처럼 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기존 법으로도 포섭될 수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국민 인식이 확산되면 기존 노동법 질서가 포괄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의 외연을 넓히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