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년’이란 항목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상반기에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수혜자인 청년에게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10개 중 1개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일자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요즘 시장에 가면 청년들이 점포를 여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복합청년몰 조성사업이라고 한다. 예비 청년 상인의 전통시장 창업 지원을 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2016년 시작됐다.

청년몰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청년몰 / 한국관광공사 제공
문제는 이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다수 청년이 음식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휴·폐업률이 높다. 조성된 점포 487개 중 2019년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260개다. 휴·폐업률이 46.8%에 이른다. 요식업 자체가 폐업률이 높고, 정부 지원이 끊기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음식업의 비중은 69.3%로 폐업률이 높은 음식업에 창업이 편중되어 있는 문제도 낮은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사업을 추진하는 중기부도 이를 의식해 2017년까지 청년몰 조성사업을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복합청년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타 기능시설과의 결합을 통해 매출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복합몰 조성이 사업실적 제고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 청년몰 활성화 및 확장 지원에도 국비 54억원이 투입되는데, 청년이 아닌 기존 시장공간의 소유주 및 입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다. 재주는 청년이 부리고 돈은 건물주가 챙기는 셈이 된다.
복합청년몰 조성사업은 하드웨어 조성 및 지원이 중점이지만, 현재 창업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다. 청년몰 조성사업의 실적 및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 청년 창업자에 소프트웨어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청년 창업사업을 통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몰 사업의 성공 사례도 있다. 2012년 문을 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사실상 청년몰이란 개념의 시초이면서 여전히 활기를 띠는 몇 안 되는 곳의 하나이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입지상 덕을 본 점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지역·상인·전통·젊음 등이 공존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에만 1년 가까운 숙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그들이 직접 기획하게 하라는 것이다.
지금 ‘청년’이란 항목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상반기에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수혜자인 청년에게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10개 중 1개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미래연석회의의 분석 결과 청년들에게 예산이 전달되는 직접 지원사업은 11.8%(18개)로 집계됐다. 예를 들면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청년 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인원만큼 기업에 500만원의 세금(대기업은 250만원)을 공제해준다는 ‘청년고용증대세제’이다. 또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사업도 약 3500억원의 사업 중 30% 이상이 관련 기관 비용으로 지출된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친다며, 가르친다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지도 문제다.
다른 나라에는 ‘청년예산’이라는 구분이 없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이제 세계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도시가 됐다. 젊은 창업가들이 몰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활동한다. 청년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인프라만 깔아준다. 임대료가 폭등했지만 이는 성공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지원받는 금액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우선 미혼자는 매달 1800유로(약 260만원) 상당을 지원받고, 기혼자는 최고 2700유로(약 340만원)까지 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예산을 가지고 ‘꼰대노릇’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