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강남점 ‘강남 학부모 클럽’ 서비스…홈플러스 ‘미트클럽 The M’ 운영
주부 이모씨(55)는 최근 한 온라인쇼핑몰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처음에는 매달 내야 하는 월회비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회원 혜택을 고려해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이용하면 이득이라는 점에 끌렸다. 이씨는 “기존에도 자주 쓰던 서비스였는데 유료회원 가입을 하고 나서 다른 곳은 아예 쓰지 않게 됐다”며 “예전 같았으면 화장지나 생필품을 마트에서 샀을 텐데, 요샌 돈이 아까워서라도 일부러 해당 앱에서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DM미트파티를 연 모습 / 홈플러스 제공
유통업계는 현재 경쟁의 포화상태다. 포털사이트에 무엇을 검색하든 수십·수백 개의 물품이 최저가 순으로 나열된다. ‘10원’에도 민감한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최근 대형마트들도 ‘유통 전쟁’을 선포하며 온·오프라인 불문하고 성장전략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핵심은 차별화다. 그 가운데서도 충성고객을 잡아두기 위한 차별화 시도가 ‘회원제 서비스’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구매 유도보다는 ‘풀인(pull-in)’으로
지난 8월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정 지역이나 나이, 관심사에 맞는 ‘뾰족한’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제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도 지역 특색에 맞게 점포 내 키즈카페 등을 비치해 특정 고객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유통업계가 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회원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보기 드문 경우다.
서울 대치동의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7월 27일 지역적 특색에 맞는 ‘강남 학부모 클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근 지역의 특성상 자녀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밤까지 기다려 다시 데려오는 학부모들이 많아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이들의 선호를 고려해 인근 학원 할인, 스터디카페·주차비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 첫 3개월은 무료지만 이후 3개월 간 매달 3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만 혜택이 적용된다. 8월 7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시작 일주일 만에 5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인근엔 학원 시간이 되면 5차선 도로가 2차선 도로가 될 정도로 학부모 차량이 많아진다”며 “강남점 사례를 살피며 차후 안산점 등 지역 특색이 강한 점포들을 위주로 이런 타깃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분야에 집중된 소비자를 유도하는 회원제도 있다.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 ‘미트클럽 The M’과 이마트의 ‘와인스타클럽’이 그 예다. 홈플러스가 지난 4월 론칭한 미트클럽은 육류 소비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위한 회원제 서비스로, 축산상품 관련 혜택 및 이벤트를 제공한다. 지난 6월엔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식 기회 등을 제공하는 ‘EDM미트파티’를 열기도 했다. 와인 쪽에 강세를 보여온 이마트는 지난달 ‘와인스타클럽’ 회원제와 함께 원하는 와인을 예약 주문 가능한 스마트오더 등을 도입했다.
‘세대’에 타깃을 맞춘 전략도 유효하다. 신세계백화점이 2017년부터 운영해온 ‘레드클럽’은 기존 백화점 VIP 기준이 2030에게 높다는 점을 감안, 실적 조건을 연간 40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젊은 세대들이 선호할 만한 혜택을 신설한 등급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8월 7일 기준 대상 고객이 전체 고객 대비 79% 늘었고, 이들 가운데 2030 고객 비중은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저렴한 제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가전·명품잡화는 백화점을 선택하는 쇼핑 성향을 감안해 연간 구매 기준뿐 아니라 분기별 실적으로도 선정이 가능케 했다”며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더 자주 방문, 구매하는 ‘록인(Lock-in)’ 효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료회원제가 가능 혹은 불가능한 이유
“서울은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차별화된 가치를 갖고 있다.”
코스트코 설립자 짐 시네갈 회장이 2011년 <시애틀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세계 점포 가운데 양재점은 부동의 세계 1위를 지켜왔고, 한국 코스트코 매출은 2010년 1조5800여억원에서 2018년 기준 3조9200여억원까지 급상승했다. 유료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료회원 가입 서비스는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 다양한 PB(자체브랜드) 상품 구비 등 기존 대형마트들과 차별성을 지니자 유료회원제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세계 1위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이 유료회원제인 ‘아마존프라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도 한 요인이 됐다.
국내 유통업계서 유료회원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온라인커머스다. 다만 관건은 유료회원제 비용만큼 혜택이 확실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9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앱 ‘요기요’는 배달앱 최초로 월 9900원 유료회원제를 도입했다. 유료회원에게 월 10회, 1회마다 3000원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시장조사 결과 월 10회 이상 배달앱을 사용하는 고객이 전체의 12.9%에 달했다”며 “기존 월 2~3회 이상 이용해오던 고객들은 회원 가입이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쿠팡, 지마켓, 옥션 등도 ‘로켓와우’ ‘스마일클럽’ 등 유료회원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로켓와우 가입자 수는 17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달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자사 유통계열사 온라인쇼핑몰을 한데 모은 ‘롯데ON’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월 2900원에 다양한 계열사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롯데오너스’ 회원제를 개시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사정은 약간 다르다. 온라인 커머스, 배달업계가 유료회원제를 적극 도입, 실험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형마트들은 아직 ‘무료회원제’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불과 4㎞ 떨어진 곳에 입점, 매장 구성이나 취급 물품 등에 있어서도 코스트코를 의식했지만 코스트코의 핵심 정체성인 ‘유료회원제’만큼은 가져오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이 운영하는 온라인 몰 ‘더 클럽’ 역시 무료배송 등을 혜택으로 내걸었지만 별도의 이용료나 가입비는 받지 않는다.
이처럼 국내 대형마트들이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유료회원제를 실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마트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국내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료회원제를 위해서는 충성고객, 타깃층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어야 하는데 현재 오프라인 마트 업계가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고 온라인 분야에선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모험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는 주로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산업부 기자 deepdeep@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