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4> 고장나 버림받은 장난감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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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함께 자라는 영화가 있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어른으로 변해가는 시각을 따라 영화도 눈높이를 맞춘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가 그런 영화다.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1999년에 2편이, 2010년에 3편이 나왔다. 그리고 9년 만에 4편이 나오기까지 총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빠와 함께 1편을 봤던 아이는 이제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비행사 버즈를 만난다.

<토이 스토리 4>는 생명을 가진 장난감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토이 스토리의 네 번째 이야기다. 새 친구 ‘포키’를 찾는 여정을 떠난 우디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았다. / 디즈니

<토이 스토리 4>는 생명을 가진 장난감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토이 스토리의 네 번째 이야기다. 새 친구 ‘포키’를 찾는 여정을 떠난 우디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았다. / 디즈니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은 3편에서 대학생이 되어 떠난 앤디와 헤어진다. 이제 옆집 꼬마숙녀 보니의 장난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던 보니는 수업시간 중 포크로 장난감 ‘포키’를 만든다. 그제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 보니는 포키를 어느 장난감보다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포키는 보니에게서 탈출을 꿈꾼다. 보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디는 실종된 포키 찾기에 나선다.

우디 앞에 나타나는 새로운 적은 인형 개비개비다. 1950년대 만들어진 개비개비는 지금껏 한 번도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골동품 가게에 전시돼 있다. 개비개비에게도 사랑을 받을 기회는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보며 꾸준히 골동품점 주인할머니를 찾아오는 손녀 하모니다. 하지만 하모니는 개비개비를 들었다가도 다시 내려놓는다. 소리박스가 고장나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비개비는 자신의 소리박스를 고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결국 고친다. 이제 하모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생산된 제품에 흠집이 있을 때 이를 손질해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되파는 제품을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이라고 한다. ‘새로 꾸미다, 재단장하다’라는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나온 용어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다보면 약간의 흠집이나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버리기보다 재손질해 정가보다 30~40% 할인해 판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꽤 오래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으로 별도의 매장을 설치해 러퍼브 전문코너를 운영하기도 한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국내에서 노트북·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 판매가 시작돼 최근에는 TV·에어컨 등 가전제품, 가구, 화장품, 장난감 등으로도 확대됐다. 시장규모도 약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황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질 때 시장이 커질 수 있다.

리퍼브 제품처럼 정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전시제품 판매도 있다. 기존 매장에 전시되었던 제품을 싸게 사는 형태다. 생산자와 정식 유통계약을 맺지 않고 제3의 업체가 유통하는 병행수입도 있다. 공식 유통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했지만 1995년부터 허용이 됐다. 벌크도 정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별도의 박스 없이 본체만 유통되는 상품을 말한다. 다만 정식 유통계약을 맺지 않은 상품을 구입할 경우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보상을 받거나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포키를 찾던 우디는 우연히 여자친구인 도자기 인형 보핍과 재회한다. 먼저 세상에 나온 보핍은 어느새 용감한 인형이 되어 있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장난감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디 인생의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 영화에 답이 있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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