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와 플랫폼의 ‘이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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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성장에 따른 수익 사용자에게 나눠주는 기업 늘어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페이스북, 우버와 같은 거대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으로도 불린다. 플랫폼 기업은 지식과 정보, 미디어와 유통, 모빌리티 분야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최적의 상대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거나 참여자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버는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시켜 승차요금의 20~25%를 수수료로 받는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구글은 각각 소셜미디어와 채팅 서비스, 지식검색 같은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나 쇼핑에서 수익을 얻는다.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리프트의 로고가 인쇄된 부착물이 지난해 5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시의 한 차량 앞 유리창에 붙어있다. 리프트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1억 달러(1130억원) 규모의 주식공모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리프트의 로고가 인쇄된 부착물이 지난해 5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시의 한 차량 앞 유리창에 붙어있다. 리프트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1억 달러(1130억원) 규모의 주식공모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플랫폼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의 증가는 대부분 주식을 소유한 벤처캐피털이나 창업자들에게 돌아간다. 플랫폼 성장에 기여하는 참여자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이 거두는 이익을 공유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고 있다.

운전자에게 현금 보너스 주는 이유는

미국의 차량 호출업계 2위 업체인 리프트는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1억 달러(약 1130억원) 규모의 주식공모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날 운전자를 위한 보너스 정책도 함께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리프트는 올해 2월 25일 기준으로 1만건 이상의 호출을 완료한 운전자에게 1000달러(약 113만원)를, 2만건의 승차를 완료한 운전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여금을 주기로 했다. 상여금은 3월 19일에 지급된다. 운전자는 이를 현금으로 받는 대신 리프트의 주식을 공모가에 살 수도 있다.

통상적인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공모가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방안은 운전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로 주식거래가 시작되면 그 가치가 거래 첫날부터 크게 상승할 수 있어서 공모가에 주식을 사는 것은 매력적인 기회가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업공개를 할 우버 역시 비슷한 보상안을 준비 중이다.

모빌리티 분야의 대표적 플랫폼 기업인 두 회사가 운전자 보상책을 들고 나온 것은 플랫폼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대식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이 추구하는 성공전략의 근원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확장”이라며 “플랫폼에 더 많은 사람이 들어와야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될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가지 않고 자신의 플랫폼에 묶어두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프트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운임을 크게 할인해 탑승자들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 카풀업체인 풀러스도 이미 지난해 11월 일부 조건을 갖춘 운전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이익공유 방안을 발표했고, 이달부터는 완전 무상카풀인 ‘풀러스 제로’를 시작했다.

현금 대신 주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조치도 플랫폼에 대한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다. 마치 1980년대 중반 유행했던 종업원지주제도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줘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도록 하는 유인책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허 교수는 “현금이 아니라 주식을 준다는 건 이용자들을 그 플랫폼의 운영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기업과의 관계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영속적인 관계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택시 운전사 정도의 소득을 바라는 운전자와 더 싼 가격의 이용료를 원하는 이용자 간에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지 않으면 우버 모델은 지속될 수 없다. 최근 <플랫폼의 생각법>을 펴낸 이승훈 가천대 IT대학 교수는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에서 크게 문제가 안 생기는 이유는 가격을 공급자가 정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버는 기존 택시시장을 파괴하면서 들어와 택시 면허비를 폭락시키고, 시간당 임금을 떨어뜨리면서 충돌을 빚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우버나 리프트가 운전자 이익 공유방안을 내놓은 것은 기존 산업의 반발과 이윤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잇따르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 뉴욕시 택시리무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자들은 시간당 11.90달러의 순수입을 올렸다. 만약 우버가 리프트와 동일한 보상체계를 갖춰 우버 운전자가 2만 번의 호출에 응하면 1회 호출로 50센트의 보상을 추가로 받게 된다. 시간당 10.6회의 운행을 하면 추가로 5.32달러를 벌게 된다.

플랫폼 업계 새로운 트렌드 될까

이렇게 되면 뉴욕시가 올해 1월 1일부터 우버와 같은 차량호출 운전자의 최저임금을 17.22달러로 올린 것과 같게 된다. 뉴욕 택시 운전사들의 줄어든 시간당 임금과도 비슷하다. 만약 주식 가격이 공모가보다 올라가면 운전자가 추가로 받는 보상은 더 커진다.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 주식 가격은 공모가에서 4배 정도 오른 상황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시간당 임금이 유지되어야 공급자가 끊임없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리프트와 같은 이익공유안은 줄어든 소득을 보상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익을 공유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그 영역은 아직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허 교수는 경쟁이 심한 플랫폼 산업에서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지만 종업원지주제도 정도의 수준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승리자가 시장 전체를 가져가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경쟁이 심한 영역에서는 참여 고객들이 헤비유저로 남도록 하는 인센티브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랫폼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으로 아예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해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부가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조합주의’가 부상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플랫폼 조합주의는 플랫폼의 참여자가 주인이 되면서 이익 전체를 갖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숙박공유 업체인 ‘위홈’의 조산구 대표는 “현재의 이익공유 방식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기존 산업의 견제와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전면적으로 플랫폼 성장의 이익을 참여자들이 갖는 방식은 중간자가 없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수수료 수익이 없는 대신 거래에서 이용하는 토큰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 토큰을 발행하면서 ‘화폐주조차익’과 유사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여행하는 사람은 잠만 자는 게 아니라 밥도 먹고, 쇼핑도 한다. 호스트는 보험도 들고 청소도 해야 한다”며 “본질적인 서비스인 숙박공유 중개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그런 부가서비스에서 수익을 내 플랫폼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카카오나 위챗이 기본 서비스인 채팅에서 돈을 벌지 않지만 데이터 기반의 쇼핑, 콘텐츠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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