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는 겨울이 올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욕심과 욕망을 가진다면 그들의 봄날은 따뜻할 것이다. 탐욕을 부린다면 가지고 있던 것까지 잃을지도 모른다. 정보공개 등으로 개혁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1년 전인 2017년 10월 필자는 ‘회계감사 받는 유치원, 봄날은 갔다’라는 글을 <주간경향>에 썼다. 당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권의 국·공립 보육시설 40% 확대 공약에 분노해 집단휴업을 결의했다. 국·공립의 확대는 운영난을 가져올 것이고 교육청의 일제감사까지 예고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 건물 문이 닫혀 있다.
하지만 집단휴업은 싸늘한 여론에 밀려 철회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 감사대상이 축소되고 국·공립 증설예산은 10% 증가에 머물게 됐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의 보육예산 증가로 오히려 예산이 늘게 된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겉으로는 승리한 싸움이었다.
문제는 한유총 등 사립유치원들이 승리의 관성에 취해 상황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조짐은 대선 때부터 있었다. 안철수 후보가 한유총과 만나 국·공립 증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꺾였다.
현재 유치원들의 상당수는 전두환 시절 사립유치원 증설을 위해 학비 제한이나 자격 제한을 없앤 결과 들어섰다. 따라서 사학재단들처럼 보수정권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향이 완전히 다른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과거 ‘개혁조치-집단행동-개혁 무산-기득권 수호’라는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하지만 유치원들은 이를 읽지 못했다.
사립유치원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용도가 제한되어 있는 건물들은 분명히 자신이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재산권을 주장할 만한 내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방관 혹은 조장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당장 지원을 끊으라고 주장하다. 하지만 75% 이상이 사립에 다니고 있다. 보육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폐업 등의 협박이 통한 이유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우선 ‘에듀파인’에 연동시키고 지원금 항목을 보조금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유치원 개혁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입형, 임대형, 병설유치원 등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어린이집에도 좀 더 문호를 열어두어야 한다. 동시에 중기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국·공립을 신설한다. 지금 경기도를 제외한 도 지역은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대부분 30%를 넘는다. 문제는 대도시다. 서울 18%를 비롯, 대부분 20%가 되지 않는다. 저항이 적은 지방도시에 국·공립이 집중된 탓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늦어진 것이 아니다.
퇴로도 열어주면 된다. 가령 재산 매각 유예기간을 한 10년 정도 더 두는 것이다. 특히 학교용지로 되어 있는 유치원들은 원래 낮은 가격 매입의 특혜가 있었으므로 정부가 그 가격에 사주면 예산도 절감된다.
정부와 여당은 10월 25일 당정협의를 통해 대대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 어찌 되었든 사립유치원에는 겨울이 올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욕심과 욕망을 가진다면 그들의 봄날은 따뜻할 것이다. 탐욕을 부린다면 가지고 있던 것까지 잃을지도 모른다. 정보공개 등으로 개혁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