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 사라져… 검색 중심으로 개편
네이버는 지난 10일 발표한 모바일 개편에서 뉴스를 뺀 자리를 ‘연결’과 ‘발견’이라는 화두로 채웠다. 뉴스 댓글 조작과 자의적 편집 논란을 벗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네이버 서비스와 쇼핑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개편안을 발표한 네이버 커넥트 행사에서 “3000만명이 주목하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은 가장 중요한 발견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네이버의 본질인 연결만 남기고 모든 건 내려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10일 네이버 모바일 화면을 개편해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그린닷이라는 새로운 검색 도구를 도입했다. 그린닷을 누르면 이미지 검색, 음성 검색, 장소 기반 검색 등 인공지능을 이용한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네이버 제공
새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뉴스 서비스의 변화다. 개편안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배열자가 개입하는 뉴스 편집은 사라진다. 모두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콘텐츠나 이용자가 언론사를 구독하는 형태로 바뀐다. 위치도 첫 화면의 중심부에서 오른쪽 첫 화면으로 밀려났다. 이용자가 선택하면 아예 변방으로 밀려나거나 삭제될 수도 있다.
네이버 뉴스를 이용하려면 손을 한 번 넘겨야 하는 ‘허들’이 생겼다.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하루 지난 시점의 반응을 보면 호불호가 엇갈린다. 자주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첫 화면을 비움으로써 더 깔끔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린닷의 기술적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11일 언론 대상 백브리핑에 나선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김광현 리더는 “뉴스를 주로 보던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불편하지만 평소 뉴스 소비를 하지 않은 10대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깨끗하고 좋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측은 첫 화면을 개인화된 공간으로 만들자는 논의를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베타 서비스 반응 엇갈려
검색창 아래 새로 생긴 동그란 녹색 단추인 ‘그린닷’은 네이버의 AI 서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첫 화면은 물론 네이버에서 여는 모든 페이지 아래에 나타나는데 뉴스를 클릭하면 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를 추천해주고 쇼핑 화면에서는 관련 상품을 띄워주는 식이다. 그린닷을 눌렀을 때 화면 상단에 나타나는 키워드 3개는 평소 이용자의 사용 행태와 환경을 분석해 인공지능이 자동 추천한다. 예를 들어 최근 자주 찾았던 검색어는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키워드가 뜨도록 지원한다.
첫 화면에서 왼쪽으로 화면을 넘기면 쇼핑서비스가 담긴 ‘웨스트랩’이 나온다. ‘요즘 유행’ ‘랭킹템’ ‘마이(MY)페이’ 등이 설정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네이버 쇼핑에서 자주 찾은 상품들이나 사용자의 사용후기 점수, 좋아요를 누른 수 등을 토대로 자동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이번 모바일 네이버 개편은 네이버 이용자 중 60%가 검색, 25%는 콘텐츠, 15%는 쇼핑(커머스)을 이용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검색 질의어의 40% 이상도 상품 검색이라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검색 도구인 검색창과 그린닷을 중심에 두고 오른쪽에 기존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왼쪽으로는 쇼핑을 시작으로 사진과 영상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광현 리더는 “익숙함 속에서 어떻게 새로움을 만드느냐가 숙제였다”고 말했다.
이번 네이버 개편안 발표는 공교롭게도 국회 국정감사가 열린 시기와 일치한다. 올해 국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드루킹 사건으로 촉발된 포털 뉴스의 댓글 조작 논란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측은 정치적 상황과 이번 개편은 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전문가들 역시 네이버 모바일 개편을 정치상황과 연결짓기보다 네이버의 성장전략 측면에서 취해진 결정으로 보고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은 네이버가 콘텐츠·서비스 중심 포털에서 검색 중심 포털로의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포털이 기본적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의 포털인데 네이버는 검색 포털과 콘텐츠 포털의 중간을 지향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포털에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실험적 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한 “구글이 검색 중심이면서도 콘텐츠를 노출하는 전략으로 가고, 반대로 네이버가 콘텐츠 중심에서 검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다”라고 봤다. 구글은 올해 검색 메인 화면을 바꿔 검색창만 존재하던 방식에서 아래로 화면을 스크롤하면 뉴스 등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말에는 검색 서비스 시작 2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 기술을 검색 서비스에 대거 추가했다. 핵심은 ‘디스커버’라는 단추다. 그린닷과 비슷하게 버튼을 누르면 인공지능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검색이 입력에서 ‘터치’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네이버 측의 전망과 일치하는 흐름이다. 네이버와 구글이 서로 닮아가는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다.
통신사 뉴스 소비 줄어들 듯
국내에서 네이버와 경쟁하는 다음이 최근 모바일 메인의 색깔에 카카오의 상징이라 할 노란색을 강조하는 등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편한 것도 네이버의 모바일 개편과 맞물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네이버는 자체 시험 결과 뉴스 트래픽이 기존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뉴스를 비롯한 모든 화면 판은 이용자 선택에 따라 뒤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했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화면이 한 판씩 넘어갈 때마다 트래픽은 몇백만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언론전문가는 “네이버는 현재 유튜브 때문에 이용자들이 이탈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며 “뉴스라는 위험한 상품이 이용자가 떠나는 데 기여하지 않길 바라는 심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 댓글 조작 논란에 환멸을 느낀 젊은 이용자들이 동영상·사진 위주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뉴스를 일단 밀어낼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그러나 아직은 시험기간이라 성급한 판단은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다만 통신사의 트래픽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용자가 뉴스를 구독하는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거대 언론사, 특히 통신사 뉴스 트래픽이 포털에서 굉장히 높은데 상당히 많이 빠질 것 같다”며 “구독으로 바뀌면서 뉴스 통신사들의 실시간 속보를 보기 어려워지는 구조로 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주영재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