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구글에 칼 빼들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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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구글코리아에 3주간 현장조사… ‘독과점에 따른 시장지배력 남용’ 제재 검토

한국 정부가 ‘글로벌 슈퍼 갑’ 구글에 대해 제재를 내릴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코리아에 대해 3주간이나 현장조사를 벌였다.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 게임업체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는 지난해 국내 앱 마켓(시장)의 61.2%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시장 지배적 지위는 구글이 10년 넘게 앱 마켓 수수료율을 매출의 30%나 받아도 콘텐츠 업체들이 대응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구글 입간판. / unsplash 제공

구글 입간판. / unsplash 제공

“악해지지 말자”던 구글, 이제 ‘슈퍼 갑’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점유율은 더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분기 OS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88%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11.9%에 그친 애플의 iOS를 크게 앞질렀다. 유럽연합(EU)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구글에 과징금 43억4000만 유로(5조7000여억원)를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구글에 대한 독과점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독과점에 따른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해 한국 정부도 제재를 내릴 수 있을까. 공정위는 2013년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을 부당하게 배제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2016년에도 구글의 앱 선탑재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각국 경쟁당국이 조사 움직임을 보이면서 과연 ‘구글 제국’에 균열이 생겨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페이지랭크’라는 검색기술을 개발한 것은 1996년이었다. 두 사람은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페이지랭크’는 웹사이트의 중요도를 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따져 결정되도록 한 기술이다. 이들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1998년 구글을 설립했다. ‘구글’은 10의 제곱을 뜻하는 수학 용어 구골(googol)에서 따왔다. 구글은 2000년 6월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 됐고, 2004년 8월 19일 나스닥에 상장됐다. 출발은 주당 85달러. 2018년 8월 29일 현재 주당 1245달러와 비교하면 14년 만에 14배나 오른 셈이다. 2004년 기업공개 당시 230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8617억 달러가 됐다. 무려 37배나 성장했다.

구글은 전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든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은 구글을 상징하는 창립 모토로 유명하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맵’과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내놓고 전세계 위성사진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사람들도 전세계 지형뿐 아니라 도시 안 건물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005년에는 소프트웨어 업체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2006년에는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007년에는 휴대전화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발했다. 오픈 플랫폼인 구글 안드로이드는 중저가 휴대폰에 탑재되면서 누구나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대에 기여했고,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용자에게 이익을 직접 배분하면서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편리한 구글’에 환호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구글은 더 편리해졌고 이용자들은 더 모였다. 검색 사업자에서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한 구글은 불과 10여년 만에 시장 지배력 지위를 남용한다고 비판받는 독과점 사업자가 됐다. 5월 기준 전세계 검색량의 90%를 점유하는 ‘글로벌 공룡’, ‘빅브라더’가 구글의 새로운 별명이 된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스마트폰에 기본 적용되면서 구글은 시장을 장악해갔다. OS를 앞세워 앱 장터 구글플레이,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구글 지도 등 자사 앱들을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하도록 스마트폰 제조회사에 강요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脫구글’ 움직임

구글은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앱 장터 수수료로 22조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상반기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넷슨,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상위 5개 게임업체 매출 추정액은 9042억원이다. 수수료가 30%인 것을 감안하면 구글은 2713억원을 가져간 셈이다. 구글은 동영상 시장도 급속히 장악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내놓은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를 보면 3월 전국 만 15세 이상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의 점유율은 55.9%에 달했다.

조사당국의 불공정행위 조사와는 별개로 최근 콘텐츠 업체들의 ‘탈(脫) 구글’ 움직임이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두 회사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와 게임업체 에픽게임즈다. 두 회사는 앱 장터 수수료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 TV 제조사 등과 협력해 앱 마켓을 통하지 않고도 가입자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내에서 협상 중인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의 이벤트 페이지에서 결제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게임사 에픽게임스는 게임 ‘포트나이트’를 구글 스토어에 출시하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서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 패키지(APK)’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안드로이드 폰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통신3사와 네이버가 만든 안드로이드 앱 마켓 ‘원스토어’는 최근 수수료를 20%로 인하하고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춘 경우에는 최저 5%로 인하했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은 신작 모바일 게임인 ‘카이저’를 ‘원스토어’에도 출시한다. 이러한 시장 변화가 구글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아직은 향방을 알 수 없다.

시장의 변화로는 충분치 않다. 한국에서도 구글코리아는 이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재무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역외탈세, 시장 독과점, 개인정보 침해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회사가 됐다. EU는 시작이다. 오스트리아의 개인정보 보호 단체는 구글에 4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각국 정부가 더 이상 구글의 플랫폼 독과점을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결론을 내지 않는다 해도 이런 흐름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아영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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