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게시판에 낮은 인사고과 사례 잇달아… 회사 측 “그런 사실 없다”
삼성그룹의 단체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가 수년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줘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사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사내 게시판에는 “휴직을 이유로 인사고과를 낮게 줄 거면 회사 인사규정에 차라리 명시를 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남녀고용 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육아휴직을 이유로 사측이 직원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하는 건 불법행위다. 삼성웰스토리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직장에서 퇴근한 엄마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를 하원시켜 집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 김영민 기자
“육아휴직으로 불이익” 주장 잇따라
<주간경향> 확인 결과 최근 삼성웰스토리 사내 게시판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사고과를 낮게 받았다는 항의글이 잇달아 올라와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시글을 토대로 재구성해보면 직원 A씨의 경우 연말을 앞둔 11월까지 일을 한 뒤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삼성웰스토리는 상·하반기에 연간 2회의 업무평가를 실시한다. A씨의 경우 하반기가 끝날 무렵까지 일을 했으므로 이를 반영한 업무평가를 받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A씨는 하반기 업무평가에서 최하점에 해당하는 ‘NI’를 받았고, 그 원인을 출산휴가에서 찾고 있다. A씨는 게시글에서 “무거운 몸으로 회사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며 “왜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NI를 받아야 하나”라고 적었다.
상반기에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B씨 역시 “상반기 업무평가에서 NI를 받았다”며 게시글을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B씨는 “휴직에서 복직한 뒤에야 NI를 받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후 진급도 연달아 탈락해 일주일을 울었다”고 적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들어가기 직전 연도 업무평가에서 ‘최상(EX)’ 등급 바로 아래 단계인 ‘VG’ 등급을 받았던 C씨 역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걸쳐 있는 2년간 업무평가는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
삼성웰스토리는 업무평가 점수에 따라 급여를 차등제공하는 ‘성과연봉제’를 운영 중인 기업이다. 최상위 ‘EX’ 등급을 받을 경우 보너스 300만원과 함께 급여가 5% 인상된다. VG 등급은 200만원 보너스와 3%의 급여 인상이, 그 아래 등급인 ‘GD’ 등급은 급여만 소폭 인상된다. 최하위 등급인 NI를 받을 경우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된다. 업무평가는 이처럼 급여뿐 아니라 승진에도 영향을 끼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업무평가 점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성과연봉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직원들을 상대평가해 등급을 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직원 100명이 모두 일을 잘했더라도 업무평가 때는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반드시 최하점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때 최하점을 받아야 하는 ‘희생양’이 바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되고 있다는 게 의혹을 제기하는 직원들의 주장이다.
한 직원은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NI를 받았길래 고과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고생한 거 알고 훌륭한 인재인 거 아는데 NI 줄 사람이 없어 휴직에 들어간 널 줬다. 휴직 후 내 밑으로 복직하면 EX를 주겠다. 그럼 그게 그거다’라고 말했다”며 “고과자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다른 게시글에는 “임신하려면 승진한 뒤 하라는 말을 들었다”, “업무평가가 끝날 때까지는 육아휴직을 가지 않는 게 좋다” 등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관련된 사내 분위기를 전하는 내용들이 올라와 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 사례가 게시판을 통해 잇달아 폭로되자 성과연봉제의 폐지나 휴직자의 업무평가 기준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삼성웰스토리의 직장협의회인 ‘한마음협의회’에도 전달돼 협의회 측도 최근 사측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 측은 사내 게시판 답변란을 통해 “사측에 육아휴직자의 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하위고과를 주는 일이 없도록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며 “모성보호 대상자(여직원)들의 하위고과와 관련해 최근 확인 결과 모성보호 대상자의 하위고과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졌다면 이는 ‘남녀고용 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불법행위다. 이 법 19조 3항에서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조항도 명시돼 있다. 19조 3항을 어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노동부 “문제 확인되면 실태점검”
사측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은 전혀 없다”며 이의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업무평가는 개인의 업무실적 및 기여도를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며 “특히 육아휴직, 병가 등으로 근무기간이 짧은 직원들의 업무 기여도 또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자 교육 및 평가 검증절차를 시행하여 평가에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게시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직원들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최하고과를 받았을 것”이라며 “고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평가이의신청제도를 통해 고과가 산정된 이유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과에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을 하라는 취지지만 실제로 이 같은 제도를 ‘맘놓고’ 이용할 직원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웰스토리의 한 직원은 “나도 육아휴직할 때 최하위 고과를 받았고, 주변 다른 동료 역시 대부분 육아휴직 때 최하등급을 받았다”며 “그래도 회사의 눈밖에 날까봐 이의제기할 엄두를 못냈다”고 밝혔다.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금속노조 웰스토리지회는 4월에 열린 협상에서 육아휴직자에 대한 부당처우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지만 사측이 번번이 사실을 부인해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노조의 임원위 지회장은 “교섭에서 출산·육아휴직자에 대해 부당고과를 주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사측을 대리해 교섭에 나온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이 형사고소 운운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며 “이후 노조 차원에서 사례 수집에 나섰고, 그 결과 사내 게시판에 여러 건의 불이익 피해사례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자회사다. 삼성물산 역시 2016년 육아휴직 근로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보도를 접하고 사실확인 작업을 벌였던 노동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를 확인할 만한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근로계약서 작성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과징금 처분을 내렸던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직원을 차별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삼성웰스토리 관련 문제 역시 내부적으로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실확인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