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우표 디자인 공모대전 ‘김홍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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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우표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우표 디자인을 다양화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5월 8일부터 5월 31일까지 ‘2018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대전’을 개최한다. 특히 이번 공모대전은 최근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 AI 기술을 우표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AI 디자인 부문’(김홍도 프로젝트)을 신설한 것이다. 단 응모조건이 있다. ‘이미지 변환 S/W’를 통해 김홍도 화풍으로 변환한 후 출품해야 한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김홍도 프로젝트의 취지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시도해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변화를 좀 더 친절하게 국민들께 알리려는 것”이라며 “올해는 김홍도 화풍을 주제로 한 ‘김홍도 프로젝트’로 그 첫걸음을 딛고, 내년에는 국내 유명화가의 화풍으로 제2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I-KOREA 4.0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8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

2018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

이 부문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서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출품자는 AI가 단원 화풍을 인지하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단원의 화풍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 한 잔’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단아하고 꼼꼼하다는 얘기다. 각본 없는 승부의 순간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린 그의 대표작 <씨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화폭에 담긴 씨름꾼과 구경꾼의 표정과 몸짓 속에는 승패의 갈림은 물론 계절, 신분, 나이, 시대의 풍속 등 수많은 얘기가 담겨 있다.

두 번째는 균형감과 통일성이다. 그림의 전체적 구도는 원형이다. 경기장 주변에 둘러앉은 구경꾼들이 한창 힘겨룸을 하고 있는 두 명의 씨름꾼을 향해 앉아 있다. 주제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구도다. 터질 듯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에 안정감과 균형감을 높이기 위해 수학의 원리가 적용됐다. 마방진이 그것이다. 정사각형에 1부터 차례로 숫자를 적되, 숫자를 중복하거나 빠뜨리지 않고 가로·세로·대각선에 있는 수들의 합이 같은 것이다. 이 그림에는 모두 22명이 등장한다. 대각선으로 연결하면 ‘5-2-5’와 ‘8-2-2’ 구도다. 하지만 하층부보다 상층부에 많은 사람을 분포시킴으로써 씨름의 역동성이 묻히지 않게 했다.

하지만 이 그림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것은 ‘이탈된 시선’이다. 등장인물 중 단 한 사람, 엿장수만이 씨름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먼산을 바라보는 듯하다. 긴장감을 이완시킨다. 숨통을 터준다.

뿐만 아니라 서양미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사람들은 짙은 붓을 사용했다. 어른들 뒤에 물러나 앉아 있는 어린이를 훨씬 진하게 붓터치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그림 속 등장인물(모델)을 가까이서 보고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씨름꾼은 아래서 위로 쳐다보는 듯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풍경과 대비된다. 다중시선이라는 기법을 적용한 덕이다.

풍속화의 진수는 해학이다. <씨름>에는 ‘에지’ 있는 해학이 숨어 있다. 씨름꾼이 넘어질 것 같은지 몸을 피하는 구경꾼의 손 모양이다. 오른팔에 왼손이 달려 있다. 왜 그랬을까. 단원의 의도된 실수다. 이런 해학은 <무동>에서도 악기를 연주하는 한 사람이, <타작>에서도 볏짚을 들고 있는 사람의 오른팔에 왼손이 그려져 있다. 모두가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만 그렇다는 게 흥미롭다.

김홍도의 그림은 하나같이 <씨름>처럼 많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이 김홍도의 화풍을 어떻게 묘사할지 사뭇 궁금하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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