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세보증금은 왜 차별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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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반환 보증하는 상품… 다가구·단독주택 세입자들에겐 그림의 떡

‘깡통전세’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험) 상품을 찾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다가구·단독주택 세입자들에게는 문턱이 높아 가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험은 집을 빌려준 임대인의 사정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보증금 반환을 보증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원룸 등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은 가입 자체가 쉽지 않아 이들 서민층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모습. / 서성일 기자

경기 남양주시의 한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모습. / 서성일 기자

직장인 박모씨(33)는 올해 초 준공한 신축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입주했다. 입주 전 중개를 받은 공인중개사에게서 임대인인 건물주가 금융기관에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건물가격에 비해 근저당 설정액이 크지 않기는 했지만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세보험을 알아봤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신축주택이어서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만큼 계약 종료 후 이사할 때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세입자들이 몰려 반환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전세보험 상담사로부터 구체적 사정을 말하기도 전에 “다가구주택이면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박씨의 전세보증금은 2억5000만원, 박씨를 포함해 6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의 시세는 20억원 안팎이다. 전세보험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는 올해 1월까지 다가구·단독주택일 경우 주택가격의 60%를 초과하는 선순위채권(근저당액 등 전세보증금보다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담보채권에 보험 가입 신청자보다 앞선 순위의 전세보증금 합계)이 있으면 가입이 불가능했다. 2월부터는 제도가 보완되면서 선순위채권 한도가 80%까지 높아지긴 했지만 60% 기준이던 당시에도 박씨의 계산으로는 선순위채권 액수가 주택가격의 60%인 12억원을 넘지 않았다. 박씨는 “몇 번이고 공고에 나와 있는 안내문을 꼼꼼히 찾아보고 가입신청을 하려던 차였는데 그저 다가구주택이라는 이유로 가입조차 못하게 되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집주인의 실질적인 동의도 받아야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는 주부 오모씨(35) 역시 박씨처럼 전세보험 가입에 실패한 경우다. 오씨는 같은 건물의 다른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면서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힘들게 돌려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전세보험 가입을 알아봤다. 그러나 오씨 역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어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답을 들었다. 선순위채권이 가입 가능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집주인인 임대인의 실질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해당 주택에서 살고 있는 모든 세대에 대한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데 임대인의 협조 없이는 서류 발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때를 대비해 전세보험에 가입하려 한다는 뜻을 임대인에게 전하며 어렵사리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데 왜 무시하느냐. 동의하지 않겠다’는 매몰찬 대꾸였다. 오씨는 “아파트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더라도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금방 팔리고 환금성이 좋으니까 전세보험에 가입하라고 받아주면서 정작 보증금 돌려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은 가입이 어려운 상태로 놔두는 건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 세입자들의 전세보험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들 세입자의 보험 가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사 관계자는 “다가구주택도 다른 주택유형처럼 보증대상에 동등하게 포함되기 때문에 다가구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 가입이 안 된다고 했다는 부분은 보다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세부적인 기준에서 보증상품 가입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 보다 구체적으로 상담하면 제한이 되는 원인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가구나 단독주택 등 주택유형으로 가입 여부에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밝힌 내역에 따르면 실제로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 중 93.7%는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있는 데 비해,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세입자 비율은 6.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48.1%이고, 나머지 주택유형들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파트 전세 세입자들과 다른 주택 세입자 간의 전세보험 가입률 격차는 두드러진다.

서민층을 위한다는 제도 취지 반영해야

문제는 최근 수도권에서는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주택시장이 침체될 기미를 보이면서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가 확산될 우려가 커진다는 데 있다. 집값이 주택담보대출 액수와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도 낮게 떨어지면 세입자들은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전세보험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현상도 이와 같은 걱정이 반영된 현실을 보여준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는 4만3918건, 금액은 9조4931억원으로 1년 전인 2016년의 가입건수(2만4460건)와 금액(5조1716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2월 두 달 동안 가입건수가 9071건, 금액으로는 1조9960억원에 달하면서 전세보험 가입자 수가 여전히 늘어나는 점도 당분간 깡통전세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규제가 나오기 전까지 유행하던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시장에 뛰어든 임대인들이 자칫하면 주택가격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갭투자를 한 임대인들은 아파트 시장에 더 몰려들긴 했지만 아파트와 다가구·다세대주택을 같이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들도 많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고 갭투자에 실패한 여파가 아파트 세입자에게만 미칠 것으로 봐선 안 된다”며 “보증금 반환을 못하거나 늦어지는 피해는 아파트나 다가구 세입자 모두에게 똑같은 피해이기 때문에 전세보험 가입이 어려운 다가구 세입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현재 보험 가입자 비중이 아파트 세입자에 편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월부터 도입한 보완책이 작용하면 다가구·단독주택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보였던 가입조건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다가구·단독주택의 특성을 감안해 다른 주택유형과는 달리 선순위채권 한도를 특별히 완화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앞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다자녀가구 등 사회배려계층에 대한 보증료 할인폭도 늘려 서민층을 위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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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