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동해 물개·서해 점박이물범·남해 바다거북·제주 남방큰돌고래 중점 보호
3월 5일 오후 1시. 울릉도 주민인 김성일씨는 저동리 내수전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몽돌해변에 이상한 생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길이 90㎝, 무게 20㎏의 새끼 점박이물범이었다. 지난 겨울 울릉 신항 내에서 거의 매일 출몰하듯이 했던 녀석이었다. 인위적으로 포획당한 흔적과 특별한 상처가 없어 사인은 탈진이나 탈수로 추정됐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물범은 멸종위기종이다. 해양수산부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점박이 물범은 주로 서해안 백령도 쪽에서 많이 서식했다. 한때 300여 마리 넘게 발견됐지만 개체수가 급속히 줄었다. 어떤 이유로 울릉도까지 넘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정부의 보호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울릉 신항 내에서 점박이물범이 새끼를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잇달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더뎠다. 급속한 연안개발로 인해 한반도에서 멸종되어가는 멸종위기 종들을 다음 세대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독도 강치처럼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될까. 해양수산부가 한반도 연안에서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든 해양동물의 회복에 나서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달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개체수 확대까지는 만만찮아 보인다. 지금처럼 갯벌이 파괴되고 항구가 개발되는 상황에서는 해양생물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수공간을 개발한다며 콘크리트로 연안을 뒤덮는 것도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시계방향)물개, 점박이물범, 남방큰돌고래, 푸른바다거북 / 고래연구센터
‘우리바다 국가대표’로 지정 관리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은 모두 52종에 이른다. 기수갈고둥 등 무척추동물이 24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남방큰돌고래 등 포유류가 15종이다. 거머리말 등 해조류와 해초류 7종, 장수바다거북 등 파충류가 4종이다. 가시해마, 복해마 등 어류도 2종이다. 보호대상해양생물은 한국 고유의 종이거나,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거나,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이다. 또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종도 지정될 수 있다. 해수부는 2006년부터 보호대상 해양생물을 지정했지만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에 그쳤고, 개체수는 매년 감소했다.
해수부는 올해 전략을 바꿨다. 단순 모니터링과 수동적인 보호에서 개체수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일단 각 연안에 한 마리씩, 4마리의 보호종을 ‘우리바다 국가대표’로 지정하고 개체수 회복을 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바다 국가대표’는 동해 물개, 서해 점박이물범, 남해 바다거북, 그리고 제주 해역의 남방큰돌고래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우리 바다에서도 해양동물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고, 멸종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멸종 보호 생물종들이 머무를 수 있는 인공휴식처를 만들어주고 인공 증식기술을 개발해 개체수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최근 동해안에는 해양포유생물인 물개와 큰바다사자, 물범 등이 간간이 목격되고 있다. 연해주나 일본 북해도 서부에서 점박이물범 등의 개체수가 늘어났는데, 이들이 독도나 울릉도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에는 수산과학원이 독도 및 심해 생태계 수산자원을 조사하던 중 물개 두 마리를 발견해 화제가 됐다. 물개는 수과원의 자원조사 전용선인 탐구20호에 접근했다. 물개는 동해, 오호츠크해, 쿠릴 열도,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에 서식한다. 일반적으로 물개는 수온이 차가운 해역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우리나라 연안으로 남하하고, 봄철이 되면 다시 북상한다. 때문에 5월 말 독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우리바다 국가대표 4종 포스터
멸종된 독도 강치 복원사업 진척 없어
바다에 서식하는 파충류인 바다거북은 전세계 열대와 온대지역에 8종이 서식한다. 이 가운데 한국 근해에는 푸른바다거북, 붉은 바다거북, 매부리거북, 장수거북 등 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가 구조 1년 반 만에 방류됐다.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는 2014년 10월과 11월 부산과 거제 앞바다에서 자리그물(한곳에 쳐놓고 고기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한 거물)에 걸렸다. 근처 부산아쿠아리움으로 옮겨져 수술과 재활훈련을 받았다.

푸 른바다거북 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종이다. 등딱지 밑에 있는 지방질 때문에 녹색으로 보여 푸른바다거북으로 불린다. 그물에 걸려 익사하거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흡입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해안이 개발되면서 산란장이 줄어들어 서식지가 대폭 감소한 탓도 컸다. 지난해 방류됐던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는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됐다. 방류 당시 두 마리의 등에 인공위성추적장치(GPS 수신기)를 부착했다. 그런데 이 중 한 마리의 신호가 일본에서 끊겼다. 거북은 지난해 11월 말 부산에서 722㎞ 떨어진 일본 나가사키현 후쿠에지마섬 육상으로 올라간 뒤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가 확인해 보니 푸른바다거북은 지난해 11월 일본 어부에 의해 잡혔는데, 일본 어부가 거북등에 부착된 GPS 발신장치를 제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한 마리는 1200㎞ 이상 이동한 일본 규슈 최남단야쿠시마섬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의 무대인 야쿠시마섬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곳으로, 푸른바다거북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상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서는 고래연구소가 남방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를 추적하고 있다. 태산이는 2009년 6월, 복순이는 같은 해 5월에 각각 불법포획됐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동물단체의 도움으로 돌고래쇼장에서 구조돼 지난해 7월 제주 바다에 방류됐다. 제주도 해안에 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100여마리가량. 그 무리 속에 태산이와 복순이도 섞여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남방돌고래는 현존하는 돌고래류 중 가장 작은 종으로, 평생 제주도 주변에서만 회유한다. 고래류 중에서 가장 지능이 뛰어나 돌고래쇼 등에 많이 이용되는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종은 한 번 멸종되면 다시 되살리기가 불가능하다. 해수부는 독도 강치 복원에 나서고 있지만 진척은 없다. 독도에 설치된 ‘독도강치 기원 벽화’가 전부다. 19세기만 해도 독도 인근에 3만~5만 마리가 산 것으로 추정 되지만 일본의 남획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멸종위기종 보호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해안에서 거의 사라졌던 명태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1970~1980년대 연간 7만여톤이 잡히던 명태는 2008년 이후 단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해수부는 부랴부랴 ‘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나섰지만 명태를 확보할 수 없어서 현상금까지 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어민들이 몇 마리의 명태를 포획했고, 알을 채취해 수정·부화한 뒤 2만여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다. 1월 말까지 고성과 속초 인근에서 잡힌 명태는 40여 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상근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우리 바다 생명체는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들의 자산”이라며 “적극적으로 해양생물을 회복시키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 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