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모집 인재 찾는 우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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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먹방’이 뜨고 있다. 덩달아 맛있는 음식을 찾는 미식가들이 신바람이 났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미식가는 ‘식객(食客)’쯤 될지 모르겠다. 식객의 본래 의미는 지금과 많이 다르다. 춘추전국시대 때 식객의 의미는 인재였다. 당시엔 식객들은 자신이 섬길 지도자를 찾아다니면서 ‘유세(遊說)’를 했다. 세상을 얻을 수 있는 지략을 설명하는 것을 유세라고 했다. 지도자는 자신과 의기투합되는 유세를 편 사람을 자신의 집에 모시며 융숭한 대접을 했다. 전국시대의 사군자 중 한 명인 맹상군은 무려 3000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그가 이 많은 식솔을 거느린 것은 세상에 쓸모 없는 인간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위기에 처했던 맹상군을 구한 것은 보잘 것 없는 식객들이었다. 진의 소양왕에게 의심을 받아 목숨을 잃을 위기 속에서 도둑질 잘하는 식객과 닭울음 소리를 잘 내는 식객이 그들이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계명구도(鷄鳴狗盜)다. 작은 재주가 큰 구실을 한다는 의미다.

세상은 변했다. 작은 재주나 기발한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작은 재주를 가진 인재는 세상에 널려 있다. 그 재주가 활개를 펼 수 있게 하는 것은 열린 인사제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안목만큼이나 열린 제도도 중요하다.

인천우체국을 찾은 고객들이 우편과 예금, 보험 등 우정서비스와 관련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과장급 경력개방형 직위인 인천우체국장과 대구우편집중국장을 공개 모집했으며, 4월께 임용될 예정이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인천우체국을 찾은 고객들이 우편과 예금, 보험 등 우정서비스와 관련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과장급 경력개방형 직위인 인천우체국장과 대구우편집중국장을 공개 모집했으며, 4월께 임용될 예정이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그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중국의 체계적인 인사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공교롭게도 약골의 제왕이었다. 조조의 손자인 조예다. 그는 뒤에 위나라 명제가 됐다. 그의 주변에는 명성을 앞세운 권문세족이 득세했다. 그는 권문세족도 미워했지만 그들에게 쏟아지는 명성도 미워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그에 의해 제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고사가 탄생했다. ‘화병충기’(畵餠充饑)가 그것이다. 직역을 하면 ‘그림의 떡으로 배를 채울 수 없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뜻은 전혀 다르다. 조예가 그의 충신 노육에게 요직인 중서시랑을 천거하라고 요청하면서 한 말이다. 명성만으로 인재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노육은 이에 대해 “명성만으로 인재를 판단할 수 없지만 수양이 높고 행실이 훌륭한 명망가도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시험을 통한 인재 등용을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구품관인법(九品官人法)이다. 이 제도는 당나라 때 과거제도가 실시되기 이전까지 중국의 관리 등용제도로 활용되었다. 과거제도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오늘날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평민에게 관직을 개방했던 구품관인법은 민간 전문가들에게 개방한 공무원 개방제도로 환치해도 되지 않을까. 공무원 개방제도인 개방형 직위 채용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정부의 국·과장급 고위 직위에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개방형 직위 채용이 실시된 지 올해로 16째를 맞는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스스로 조직 경직성과 배타성을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개방형 직위(428개) 중 민간인 임용자는 8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부전문가 유치를 통해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직사회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유일한 정부기업인 우정사업본부는 조금 다른 듯하다. 해마다 민간 전문가에게 자리를 개방했던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도 경북지방우정청 대구우편집중국장과 경인지방우정청 인천우체국장 등을 공개모집하고 나섰다. 이들 자리는 과장급 직위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공정한 심사를 통해 철저한 능력검증을 거쳐 선발함으로써 우정사업본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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