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라면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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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맛짬뽕’, 팔도 ‘불짬뽕’, 오뚜기 ‘진짬뽕’ 특징 비교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예전보다는 한 차원 높아진 짬뽕라면이 지난해 10월부터 잇따라 나와 입맛을 자극한다. 소비자들은 저마다 어떤 짬뽕라면이 더 맛있다는 체험기를 카페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하고 있다. 어떤 제품은 20일 만에 2000만 봉지, 70일 만에 3000만 봉지나 팔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동안 짬뽕라면 안 먹어본 집이 있다면 ‘간첩’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짬뽕라면 가운데 대세라고 할 만한 농심 ‘맛짬뽕’, 팔도 ‘불짬뽕’, 오뚜기 ‘진짬뽕’의 특징을 비교해봤다. 요즘 유행하는 식대로 표현하면 ‘짬뽕라면 3대 천왕’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봉지라면이라고 해도 면 요리의 기본은 면발이다. 두꺼운 면인지, 칼국수 같은 납작한 면인지, 일반 라면 같은 면인지에 따라 식감이 확연히 달랐다. 제품별 특성을 ‘면발’ ‘스프’ ‘풍미’ 등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보려 노력했지만, 음식 품평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맹점은 있다.

한 소비자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짬뽕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소비자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짬뽕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농심 맛짬뽕> 올록볼록 굴곡면 식감 특별
맛짬뽕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면발이다. 이전 라면에서 유례가 없던 굴곡면을 썼다. 자칭 “농심 50년 제면 노하우를 담은 야심작”이라고 했다. 맛짬뽕은 3㎜ 두께의 굵은 면으로, 겉에 작은 홈을 넣어 굴곡을 줬다. 표면이 올록볼록한데, 마치 4가닥의 가는 면을 붙여놓고 살짝 꼬아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단면은 마치 네잎 클로버 같다. 얼핏 보면 가운데 구멍이 없는 마카로니 같기도 하다. 겉에 드러나진 않지만 짜왕처럼 다시마를 면 안에 첨가했다.

식감도 이 굴곡이 주는 탱탱함이 매력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면발에 홈이 파여 있어 굴곡 형태의 면 단면 사이로 얼큰하고 진한 짬뽕 국물이 잘 배어들어 풍미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면이 국물과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나서다. 면의 식감은 맛짬뽕을 으뜸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면발 때문이라도 맛짬뽕은 일단 먹어볼 만하다.

그런데 라면의 특성을 결정 짓는 주요소인 스프로 오면 분위기가 좀 바뀐다. 맛짬뽕은 분말스프를 넣었다. 스프에는 소고기와 돼지육수를 사용해 진하고 고소한 국물맛을 기본으로 해물맛이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경쟁제품처럼 향을 더할 야채볶음 조미유(기름)가 추가로 들어 있다. 처음에는 조미유를 깜빡 잊고 그냥 시식했는데도 맛이 괜찮았다. 아차 싶어 바로 투입하자 불맛이 확 살아나며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줬다. 맛짬뽕은 분말스프 때문인지, 인공적인 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이는 물론 주관적이다.

짬뽕의 불맛을 내기 위해 오뚜기와 농심은 중화요리용 팬인 ‘웍(wok)’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 눈에 띈다. 농심은 “웍을 닮은 고온 쿠커로 200도 이상 온도에서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를 볶아 불맛을 냈다”고 설명했다. 중식에서 짬뽕 불맛은 웍에서 기름으로 볶을 때 야채 표면의 수분이 증발돼 순간 그을리면서 발생하는 향이 들어간 것이다. ‘숯불의 불맛(스모크)’과는 엄연히 다른 불맛이다.

짬뽕라면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

<팔도 불짬뽕> 사천식 매콤한 불맛 화끈해
팔도 불짬뽕은 액상스프를 채택했는데, 물 끓일 때부터 건더기스프와 같이 넣는 조리법이 다소 다르다. 액상스프를 먼저 넣는 이유는 먼저 팔팔 끓여 풍미를 확실히 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면도 영향을 미쳤다. 불짬뽕 면은 2.5㎜로 상대적으로 얇은 걸 썼기 때문에 액상스프를 늦게 넣으면 끓이는 동안 면이 불 수 있다. 면에 양파농축액을 가미한 것도 특징이다. 팔도는 “1984년 팔도 비빔면부터 고집해온 30여년 액상스프 기술력을 집약했다”고 자랑했다.

불짬뽕의 최고 장점은 이름에서 보듯 불맛이다. 농심 맛짬뽕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만큼 불맛이 색다르다. 조미유를 마지막에 넣기 전에라도 한 숟가락 먹어보면 진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조미유를 더하니 화끈한 불맛이 배가됐다. 조미유는 매콤한 고추기름 맛으로, 짬뽕의 특성을 더해준다. 그 중에서 불짬뽕의 조미유가 가장 강한 편이다. 강한 불맛을 조절하려면 차라리 조미유를 빼거나 적게 넣어도 괜찮아 보였다.

팔도 측은 “짬뽕은 대개 해물 베이스와 고기육수 베이스로 만든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일반 중식당은 해물을 쓰지만 맛집 짬뽕전문점은 고기육수를 많이 쓴다”며 “불짬뽕에는 사골을 베이스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고기육수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야채 엑기스와 건더기를 여러 가지로 더했다고 한다. 건더기스프에 오징어, 목이버섯, 양배추, 홍피망 등을 넣었다.

불짬뽕은 최근 주목받는 중식 요리사 ‘이연복 셰프가 인정한 짬뽕라면’으로 광고한다. 다만 이 셰프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건 아니다. 이 셰프는 “팔도 불짬뽕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은 먼저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둘러주고 청양고추와 파, 마늘을 볶은 후 추가로 삼겹살을 넣고 함께 볶다가 불짬뽕을 끓여주면 삼겹살의 고소한 맛과 채소의 개운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뚜기 진짬뽕> 중식당과 엇비슷한 국물맛
오뚜기 진짬뽕은 앞서 두 짬뽕라면을 먹은 다음 시식해보니 밋밋한 기분이 들었다. 맛짬뽕처럼 면발이 특출나지도 못하고 불짬뽕처럼 화끈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게 바로 진짬뽕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짬뽕은 비교 제품 가운데는 여느 동네 중식당에서 먹는 짬뽕에 그나마 제일 근접한 맛이 났다. 사실 고추기름을 많이 쓰는 중식당이나 매콤한 사천식을 빼면 대개 짬뽕은 가볍게 매콤하며 칼칼한 느낌이 든다. 진짬뽕은 그런 평범하면서도 진한 맛을 추구한 듯하다.

진짬뽕은 불짬뽕과 달리 건더기스프를 넣고 물을 끓인 뒤에 액상스프를 면과 같이 넣도록 조리법을 소개했다. 건더기스프는 불짬뽕과 비슷하고, 해물맛이 강한 편이며 게맛살과 목이버섯이 들어갔다. 불맛을 ‘인위적으로’ 키우지 않아서 재료 맛이 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첫 숟가락을 뜨면 농심의 예전 오징어짬뽕 맛과 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오징어, 홍합, 미더덕 중 오징어 맛이 진하게 들어간 때문으로 보이는데 곧 익숙해졌다.

진짬뽕의 인기 비결로 김규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고온에서 야채를 볶는 웍을 통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의 불맛’, 직접 닭을 끓여 추출한 100% 시원하고 진한 육수, 홍합·오징어·미더덕 등 해물 조합, 짬뽕에 어울리는 풍부한 건더기, 라면의 면폭이 3㎜ 이상인 점을 꼽았다.

진짬뽕은 진한 육수맛을 내려고 사골육수는 물론 닭육수를 섞은 점도 특징이다. 연구원들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랭킹 1위 짬뽕 맛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시식하면서 닭육수의 비법을 찾았다고 한다. 진짬뽕이 상대적으로 불맛을 내세우지 않은 배경도 닭육수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볶음면 형태의 간짬뽕과 나가사키 짬뽕라면 등 전통의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갓짬뽕’을 내놓고 가세했다. 삼양 갓짬뽕은 굵은 면에 돼지뼈 육수와 해산물로 국물 맛을 냈다. 맛짬뽕처럼 분말스프 형태이며, 오징어·다시마·건미역·목이버섯·청경채 등 10가지 건더기스프에다 조미유로 불맛을 더했다. 한 네티즌은 “전통 짬뽕에 가깝지만 가장 매운 짬뽕라면 같다”고 평했다.

사람의 입맛은 제각각이라서 저마다 최고 짬뽕라면을 다르게 꼽는 편이다. 전문 요리사들도 어떤 매체 평가에서는 불짬뽕, 다른 데서는 진짬뽕에 최고 평점을 매기곤 했다. 이 둘이 액상스프를 적용한 덕분에 높은 평을 받은 것 같다. 면발도 오히려 맛짬뽕이 아니라 갓짬뽕에 더 점수를 준 종합평가도 있다. 어느 짬뽕라면이 제일 나을지는 직접 끓여보고 각자 판단해봤으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짬뽕라면을 먹고 나니 동네 ‘삼선각’ 같은 중식당 짬뽕이 또 그리워졌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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