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주부의 아이디어로 대박난 ‘가젤형 기업’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딸 같은 30세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할아버지 같은 70대 인턴. 상상만으로도 기발한 커플이다. 고령화시대 노인들이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게 됐으니 마냥 소설 같은 설정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이다.

줄스(앤 해서웨이)는 의류 쇼핑몰 회사 ‘어바웃더핏’의 대표다. 전업주부이던 그녀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성공했다. 줄스는 멋진 패션 센스를 지니고 있으면서 틈을 이용해 체력관리를 하고, 야근하는 직원들을 챙겨주고, 아이 학교행사까지 챙기는 ‘슈퍼맘’이다. 때마침 투자자들은 커진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새 CEO를 찾자고 제안한다. “어떻게 일군 회사인데!” 줄스는 마뜩잖지만, 자신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남편과 아이와 멀어져가는 상황이라 대안이 없다.

이 회사 인턴으로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이 온다. 나이든 인턴이 불편스럽지만 70세 인턴은 어느새 회사 내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좌충우돌하던 줄스도 어느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영화 속 경제]<인턴>-주부의 아이디어로 대박난 ‘가젤형 기업’

벤은 은퇴한 전화번호부 제작회사의 부사장이다. 세계 여행을 하고, 요가와 요리, 화초 재배, 중국어를 배우며 인생 2막을 시작했지만 뭔가 공허하다. 벤은 “뮤지션에겐 은퇴란 없다.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다. 내겐 아직 음악이 남아있다”며 인턴을 시작한다. 일은 그의 삶에 난 구멍을 메우는 일이었다.

줄스의 ‘어바웃더핏’은 스타트업 회사다. 스타트업(start-up) 회사란 설립되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말한다. 1990년대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 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원래는 혁신적인 정보통신(IT)기업을 칭했지만 지금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을 아우른다.

줄스는 ‘쇼핑몰에서 옷을 구입할 때 상품의 착용후기가 아주 자세히 적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아이디어로 ‘어바웃더핏’을 세워, 쇼핑몰 대박을 일궈냈다. 창업 1년 반 만에 회사는 100배 이상 커졌고, 직원도 220명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성장과 고용증가가 빠른 기업을 ‘가젤형 기업(Gazelles Company)’이라 부른다. 가젤형 기업은 매출액 또는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성장한 기업으로 정의된다. 빠른 성장과 함께 고용 증가가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속 70㎞ 이상으로 빨리 달리면서도 높은 점프력을 갖고 있는 것이 영양류인 가젤과 닮았다는 데서 착안됐다. 작고 빠른 성장이라는 점에서 강소기업, 혹은 히든 챔피언과도 닮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매출액과 세계 시장 점유율에 방점을 두고 고용은 상대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젤형 기업과 다르다.

가젤형 기업 중에서도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슈퍼 가젤형 기업’이라고 한다. 가젤형 기업이라는 단어는 1981년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버치가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지는 최근 경제생태계에서 각국 정부는 가젤형 기업을 키우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벤은 힘들어하는 줄스에게 “네가 1년 만에 이룬 것을 보라”며 힘을 준다. 그러면서 “일하고, 사랑하라. 사랑하고 일하라. 그것이 인생의 전부다”라는 프로이트의 말을 전해준다. 일과 사랑은 서로 포기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단 여성이 일도, 사랑도 모두 성취하기 위해서는 줄스의 남편처럼 가사를 맡아주는 좋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가부장시대에 아내가 가사를 맡았던 것처럼 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영화 속 경제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