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옥상, 놀이공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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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현대아이파크몰 풋살경기장 예약 ‘하늘의 별 따기’… 동물원·테마파크 등 다양

직장인 강모씨(29)는 매주 수요일 새벽 출근 전에 백화점에 들른다. 문도 열지 않은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 축구를 하러 간다. 백화점에 풋살경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풋살경기장은 실내에서 하는 5인제 미니 축구 경기다. 백화점이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차원에서 비어 있는 옥상 공간에 풋살경기장을 만들면서 젊은 남성들에게 새로운 ‘놀이공간’이 생긴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옥상이 변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도 통상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옥상에 최근 풋살경기장을 설치하며 남성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백화점 옥상에 동물원이나 소규모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과 마트의 옥상 공간 활용은 고객서비스 차원도 있지만 관련 매출 상승과 집객효과 등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쇼핑에 밀려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과 마트 입장에서는 대규모 옥상 공간은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려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문을 연 테마파크 ‘주라지’ 전경 /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문을 연 테마파크 ‘주라지’ 전경 / 신세계백화점

고객 서비스 강화해 매출 상승 효과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옥상의 5개 풋살경기장에서는 24시간 경기가 열린다. 야간에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조명탑과 샤워실, 휴게실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전 예약을 받는 매달 말일이면 백화점 홈페이지는 학기 초 수강신청을 받는 대학교 홈페이지를 방불케 할 만큼 북적거린다. 주말과 평일 새벽·야간 등 인기가 높은 시간대는 1시간 안에 예약이 모두 마감된다. 아이파크몰 풋살경기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월 평균 8000여명 수준이다. 직장인과 대학생, 풋살 동호인 등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유소년 축구교실과 기업 체육대회 대관 등이 나머지 30%를 채운다. 특히 주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후 저녁 운동을 즐긴다고 업체 측은 설명한다. 한 달에 한두 차례 가족 동반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아이파크몰이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만든 때는 2012년 4월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 하는 시도였다. 대한축구협회장을 겸직하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3)의 영향도 컸다. 풋살경기장 인기가 높아지며 2013년 2개 구장을 추가로 열었고, 올해 3월에 또 2개 구장을 새로 만들었다. 아이파크몰은 향후 실내 구장 1개를 추가 조성해 전천후 풋살 경기를 할 수 있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일엽 현대아이파크몰 마케팅 이사는 “풋살경기장 오픈 초기에는 직장인과 동호인 중심이었는데 최근에는 유소년 대회가 자주 열리고 친목 체육대회에 주부 대상 교실까지 열리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덕분에 백화점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도 지난해 12월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만들었다. 수원점 옆에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종합쇼핑몰 ‘AK앤’을 새로 지으면서 7층 건물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도입한 것이다. 2개의 인조잔디 구장에는 야간경기에 필요한 조명탑과 샤워실, 락커룸, 응원석 등 부대시설이 함께 마련됐다. AK앤이 풋살경기장을 유치한 것은 주력 소비층과 관련이 깊다. 젊음과 트렌드, 맛 등 세 가지 콘셉트로 개장한 AK앤은 유행에 민감하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를 타깃층으로 삼았다. 입점 매장도 신사동 가로수길의 로드숍은 물론 스트리트패션, 키덜트, 마니아 스포츠용품 관련 브랜드가 대거 포함됐다. 미니카 서킷장과 풋살경기장 등 놀거리가 들어선 것도 20~30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옥상에 들어선 풋살경기장. / 현대아이파크몰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옥상에 들어선 풋살경기장. / 현대아이파크몰

실제로 AK앤의 풋살경기장은 인근 10여개 대학의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며 인기 시간대인 평일 야간과 주말에 예약을 하려면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월 이용객은 1000명 정도로, 개장 후 누적 이용객 수는 8000여명에 이른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의 흐름은 백화점과 영화관, 쇼핑몰 등이 한데 모인 복합 문화공간 쪽으로 가고 있다”며 “여기에 스포츠를 더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했기 때문에 지역의 쇼핑 명소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옥상에 소규모 테마파크를 꾸몄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점 9층 스카이파크에 2013년 7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상설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를 열었다. 4000여㎡(약 1200평) 규모의 주라지는 탐험과 놀이, 휴식을 테마로 한 가족형 테마파크를 표방한다. 전체 디자인은 미국 유명 건축 스튜디오의 대표 디자이너인 알란 마스킨이 맡았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주라지는 ‘공룡의 땅’, ‘아프리카 마을’, ‘빗물 정원’, ‘바오밥 숲’, ‘해적선’ 등 놀이기구와 체험시설이 포함된 5개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신세계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좋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옥상에 마련된 체험 텃밭 ‘시티팜’에서 고객들이 작물을 심고 있다.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옥상에 마련된 체험 텃밭 ‘시티팜’에서 고객들이 작물을 심고 있다. / 롯데백화점

롯데 청량리점에선 미니 텃밭 운영
신세계가 기존의 옥상 정원을 ‘놀이터’로 바꾼 것은 부산지역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들를 만한 놀이공원이 없는 부산에서 쇼핑과 레저 등을 함께 제공해 차별화를 이루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기 위함이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주라지 개장 후 스카이파크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2500여명에서 네 배가량 많은 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연관 매출 상승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라지가 생기면서 센텀시티점 방문 손님은 5% 이상 늘어났고, 특히 30대 고객층이 1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아동 매장과 식당가 매출은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부산 광복점에 소규모 동물농장을 포함한 옥상공원을 만드는 등 옥상 변신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만5700여㎡(약 4700여평) 규모로 문을 열어 국내 최대 규모 인증을 받은 광복점 옥상공원은 어린이를 위한 동물농장과 연인을 위한 ‘사랑의 자물쇠’, 전망대 등의 공간을 갖췄다.

롯데는 서울 청량리점 옥상에 고객이 직접 재배하는 미니 텃밭인 ‘시티팜’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네 차례 총 50가족에게 추첨을 통해 텃밭을 분양하는데, 매번 응모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롯데 관계자는 “텃밭은 부모 고객이 교육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집객과 매출 활성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특히 작물을 계속 가꿔야 하기 때문에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서 지역밀착형 백화점 전략으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형규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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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