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속 별자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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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는 경이롭다. 경이로움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 중에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다. 별과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절로 동심과 추억이 피어난다. 수많은 소설에서 별을 통해 사랑을 얘기하고, 수많은 시에서 별을 통해 꿈과 낭만을 노래하는 이유이다.

감성이 예민한 소설가를 만나면 ‘별’은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황순원의 소설 <별>에서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어머니와 누이였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그 쓰라림을 안다. 별은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어느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알퐁스 도데는 소설 <별>에서 한 목동의 아름답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별은 순결함과 순수함을 상징한다.

우정사업본부가 2월 27일 발행한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특별우표 중 하나.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2월 27일 발행한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특별우표 중 하나.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욕심이 없는 어떤 한 과학자에게 별은 천사가 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대학 재학시절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별과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모든 삶의 고통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해주는 천사들”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불빛 속에 사는 현대인이 별을 볼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별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별을 바라보며 느끼는,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이나 꿈, 낭만도 희미해졌다.

우정사업본부가 밤하늘의 별과 동심을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2월 27일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특별우표 16종을 발행, 사계절의 별들을 우표 속에 담은 것이다.

이번에 발행한 특별우표에는 황도 12궁과 사계절을 대표하는 별자리가 묘사됐다. 특히 우표 속에 숨은 그림찾기 재미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우표 안에 360개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망원경으로 본 천체의 실제 별자리 사진이다.

이 사진은 아마추어 천문가인 고 박승철씨 작품이다. 천체 사진 주변에 그려진 별자리 모양(황도 12궁)을 숨은 그림 찾듯이 별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김진호 우정사업본부장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 별자리를 우표에서 찾아보면 흥미와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봄의 사자자리, 여름의 곰별자리, 가을의 천마 페가수스, 겨울의 오리온자리 등 대표적인 사계절 별자리를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표 디자인을 바꾼 것도 눈에 띈다. 기존의 사각형 모양에서 벗어나 반원형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이런 디자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다. 외국에서도 그 사례는 많지 않다. 1997년 싱가포르에서 원형의 윗부분을 잘라낸 반원형 우표를 발행한 게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인 관념을 깬 파격적 디자인인 셈이다.

이 우표를 디자인한 심재용 디자이너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와 한국천문연수원과 깊은 논의 끝에 표현 실체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아낸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사각형 모양은 갇혀 있는 느낌을 줄 것 같아 과감하게 곡선 디자인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곡선을 이용한 우표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 2011년 한국 캐릭터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가 최초의 원형우표다. 그 이후 아프리카 초원과 사막 등을 이미지화한 ‘아프리카 대초원 특별우표’를 부채 모양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심재용 디자이너는 “곡선 디자인은 훨씬 자연친화적이고 우리 민족 정서에도 맞는다”면서 “제작기술의 발전과 인쇄기술의 고급화로 디자인의 다각화가 훨씬 용이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종전보다는 쉬워졌다고 하더라도 우표 디자인은 역시 실험정신이 요구되는 작업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주를 한 장의 우표에 담는 것처럼.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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