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천차만별, 오히려 거부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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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세미나 봇물, 비용은 최고 33배 편익은 최고 70배나 차이

“준비는 해야겠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사실 어렵죠.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망이 천차만별이니.”

11월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통일정책 토론회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통일비용과 통일 편익 분석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정부의 대북전략이 모호한 상태에서 대북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어간다.

연말을 앞두고 통일 관련 세미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1월 25일에는 두 건의 굵직한 통일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예산처는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북한 SOC 개발협력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12월 4일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독일 통일과 그 이후; 독일 통일의 결과와 한반도에 대한 함의’ 세미나를 열었고, 앞서 11월 19일에는 금융연구원과 정책금융공사, KDB금융그룹 주최로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가 열렸다. 5일에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남북한 경제통합과 동북아 경제협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11월 25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북한 SOC 개발협력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11월 25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북한 SOC 개발협력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가정이 다르다 보니 춤추는 전망치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주요 공공기관들은 통일에 대한 전략을 본격 마련해 왔다. 연말에 잇달아 열리는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는 그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각 기관들은 재정, 금융, 건설, 외교적 측면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기관마다 가정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보니 예측치와 추정치도 춤을 추고 있다. 당장 통일이 언제 될 것이고, 어떤 형식으로 통일이 되느냐에 따라 전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남북한의 경제총생산(GDP)과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잡을 것인가, 복지지출을 얼마나 볼 것인가, 통일 외적 효과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통일비용과 편익은 달라진다. 경제분석 시 어떤 분석모델을 따랐느냐도 큰 차이를 낳는다.

통일비용은 적게는 150조원에서 많게는 5000조원 가까이 추산된다. 33배 차이다. 통일의 편익은 차이가 더 크다. 적게는 200조원, 많게는 1경4000조원으로 추산된다. 70배 차이다. 남북통일이 될 경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얻게 될 이익도 전망이 다르다. “남북통일 시 중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강문성 고려대 교수)이라는 의견과 “일본의 이익이 가장 크고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 대체효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그만큼 남북통일 이후의 경제를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망이 엇갈리는 결정적 원인은 통일에 대한 전망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식기 시작한 남북교류는 박근혜 정부가 돼서도 좀처럼 불씨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직전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무산됐다. 인천아시안게임에는 북한 응원단 방문이 무산됐고, 북한 고위층 인사들의 전격 방문으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했지만 국내 탈북단체의 삐라건이 터지면서 남북 분위기는 곧 경색됐다. 최근에는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북측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남북화해 기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11월 23일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유엔 결의안 통과와 관련,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국과 그 하수인들이 유엔 무대를 악용해 조작해낸 인권 결의를 전면 거부, 전면 배격한다”며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또 “대조선 인권결의를 두고 그 무슨 경사나 난 것처럼 까불며 입을 다물 줄 모르는 박근혜 패당에게 따져 묻는다”며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통일비용 천차만별, 오히려 거부감만?
통일비용 천차만별, 오히려 거부감만?

남북관계 경색 상황서 전망은 무의미
전문가들은 5·24 조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 당면한 현안 어느 것도 풀지 못하는 상태에서 통일비용과 전망은 경제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남북 상황이 조금만 변화해도 대부분 폐기할 수밖에 없어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은 11월 19일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개발에 550조원이 들고, 증세 없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모두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추정은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국내 학계·정책금융기관, 금융권의 보다 생산적인 통일 논의를 조성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현 시점에서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단 것은 이 때문이다.

춤추는 통일비용과 편익 분석은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주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비용산출이 안 된 채 ‘몇천조원’ 등의 보도가 나가면서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만 부각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통일의 필요성과 관련, 연령이 낮을수록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졌다. 특히 사실상 통일세대가 될 20대는 ‘필요없다’가 31.6%에 달했다.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거부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 걱정”이라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답변이 73%나 됐는데, 통일의 손익을 따졌을 때 우리 부담이 크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기획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거시경제전략과’를 마련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통일 시 필요한 재정적 충격파 방비책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조차 현 상태에서는 통일 관련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힘들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한 관계자는 “통일비용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6년께 기획예산처가 마련한 시나리오들이 많고, 당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등에 대한 전략도 상당 부분 수립해 놓았다”며 “최근 논의되는 내용들은 당시 검토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주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통일비용과 편익 등은 정치문제가 나오면 계산을 못한다”며 “현 시점에서의 남북한 상황을 기준으로 통일효과를 추산하고 상황 변화가 있을 때 재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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