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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 ‘저탄소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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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금 이점 지녀 인기 커질 듯… 현대차 그랜저·K7·K5까지 라인업 확대

국내 자동차시장이 하이브리드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2015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국내 자동차시장을 급변하게 만드는 조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여기에 한국에 자동차를 파는 업체들이 연비나 온실가스 배출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하는 법도 입법예고되어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차량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와 과징금 제도는 국내에 ‘하이브리드 전성시대’를 여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은 경·소형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인프라 부족으로 아직까지 개인이 사서 몰고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세제혜택에 보조금까지 얻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12월 16일 오전 서울 양재동 The-K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아자동차의 ‘K7 하이브리드 700h’와 ‘K5 하이브리드 500h’ 출시 발표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 16일 오전 서울 양재동 The-K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아자동차의 ‘K7 하이브리드 700h’와 ‘K5 하이브리드 500h’ 출시 발표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내수시장의 78%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2013년 12월 그랜저 하이브리드, K7·K5 하이브리드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 강자 토요타와 한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국내에서도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 예고되고 있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관리하는 제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강자 토요타와 격돌 불가피
한국에도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연비)과 배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대기환경보전법이다. 한국 정부는 2012년부터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에 한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하나를 충족시키도록 강제를 하고 있다. 1단계로 자동차 메이커와 수입사는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0g/㎞ 이내, 연비는 17㎞/ℓ 중 하나를 지켜야만 한다.

하지만 두 법의 한계가 있다. 기준만 나와 있고, 처벌규정이 없는 것. 쉽게 말하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처벌규정을 담는 입법예고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처벌규정을 두기 위해 부처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5년까지 지켜야 하는 기준은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다들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2년에는 30%의 차량이 두 기준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하고, 2015년에는 100% 차량이 두 기준 중 하나를 넘도록 단계별 기준을 두고 있다”면서 “현재 두 법에는 처벌규정이 없어서 보완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두 가지 기준 중에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새롭게 마련될 기준은 2015년까지의 기준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역사는 5년이 채 안 됐지만,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2009년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2011년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2013년 12월 그랜저와 K7 하이브리드까지 소형차부터 준대형차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2012년 2월 한국토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이 신차 발표회에서 신형 프리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토요타 제공

2012년 2월 한국토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이 신차 발표회에서 신형 프리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토요타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현대차의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상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우수한 상품성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고급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옳은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고, 이를 뚫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차량 유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공학과)는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를 전 차종으로 넓혀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세계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이브리드 차종이 있느냐 없느냐가 차 판매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며 “현대·기아차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특허를 피한 하이브리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지금은 연비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라인 전 차종 확대
하이브리드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토요타다. 1997년 8월 일본에서 코스터 하이브리드 EV를 출시한 후 같은 해 12월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를 내놓았다. 이후 2013년 3월까지 하이브리드 모델 누적 판매대수가 500만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3년 4월 현재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승용차 19개 모델을 80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토요타 관계자는 “2013년 3월 말까지 판매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효과가 동급 가솔린엔진 차량과 비교할 때 약 3400만톤에 달한다”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해 기후 변동의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2년 사상 처음으로 한 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고, 2013년에는 16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강동완 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주력 차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존 일본 중심으로 성장하던 친환경차 시장이 미국과 유럽의 성장으로 지역적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Hybrid)의 사전적 의미는 ‘잡종’ 또는 ‘이종간의 혼성’이다. 가전과 IT의 결합으로 기존 제품에 전혀 다른 형태의 기능이 추가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TV가 달린 냉장고다. 자동차에 있어서 하이브리드는 차량을 움직이는 데 사용된 가솔린 엔진에 새로운 형태의 구동력을 제공하는 동력원을 결합한 차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것이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동력원이 되고, 고속에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상황에 따라 차량을 움직이게 한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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