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픈마켓 ‘바로옥션 on’의 불편한 진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가격비교사이트에 나온 가격보다 바로옥션 가격이 오히려 비싸 “아리송해”

직장인 박모씨(41)는 요즘 인터넷 쇼핑에 빠져 있다. 오토캠핑을 위해 여러 가지 장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장비 가격 때문에 아내의 눈총을 받지만,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테니 걱정마라”며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뒤진다.

박씨가 구매하려는 상품은 50만원대 오토텐트. 그는 가장 먼저 다나와, 비비, 어바웃 등의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오픈마켓의 가격을 비교했다. 동일한 제품인데도 오픈마켓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2만~5만원까지 있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곳이 옥션이었다. 옥션을 클릭했다. 옥션 사이트에 들어가서 상품에 대한 사용자의 평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괜찮은 제품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4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가 옥션에 이어 국내 1위 오픈마켓인 G마켓을 인수했다. 사진은 당시 이베이 이재현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의 회견 모습. | 연합뉴스

2009년 4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가 옥션에 이어 국내 1위 오픈마켓인 G마켓을 인수했다. 사진은 당시 이베이 이재현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의 회견 모습. | 연합뉴스

‘바로옥션 on’ 클릭하면 화면 달라져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옥션 사이트 왼쪽 상단에 있는 ‘바로옥션 off’다. 바로옥션 off 아이콘을 클릭하게 되면 ‘바로옥션 on’으로 변한다. 이 기능을 켜면 ‘쿠폰 혜택’ ‘마일리지 적립’ ‘이벤트 참가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박씨는 당연히 바로옥션 on으로 했다. 그러자 상품이 나왔던 화면이 옥션 메인 페이지로 바뀌었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선택한 제품을 다시 검색했다. “어, 이상하다, 가격이 올랐네.” 박씨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동일한 텐트인데도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본 가격보다 비쌌다. 박씨는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옥션 메인 화면에서 제품을 다시 검색했다. 하지만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봤던 최저 가격의 동일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박씨는 다시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옥션에 들어갔다. 다시 바로옥션 on을 클릭하면 상품 구매 화면은 다시 옥션 메인 페이지 화면으로 바뀌었다. 메인 페이지에서 다시 제품을 검색해봤지만 가격비교 사이트에 나왔던 가격의 제품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박씨는 “이상하네, 왜 이러지”라고 투덜거렸지만, 바로옥션 on 상태에서 검색한 오토텐트를 구입했다. 마일리지 혜택도 얻고, 1000원짜리 쿠폰도 사용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게 오토텐트를 샀다고 위안했다.

박씨는 바로옥션 on의 혜택을 받아서 물건을 싸게 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비싸게 구입한 것이다. 박씨가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옥션에 들어온 후 바로옥션 on을 켜지 않았다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봤던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옥션 on 기능을 켜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나온 가격보다 높아진 값에 물건을 사야만 한다. 옥션에서 마일리지나 쿠폰 혜택을 준다고 바로옥션 이용을 홍보하지만 가격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돈을 주고 혜택을 받는 꼴이 돼버린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았다” “사기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가격의 변화가 옥션만의 상황인지, 다른 오픈마켓과 인터넷쇼핑몰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직접 살펴봤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픈마켓과 인터넷쇼핑몰로 꼽히는 옥션, 11번가, 인터파크를 대상으로 했다. 결론적으로 11번가와 인터파크에서는 그런 현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독 옥션만 달랐다. 옥션에서는 바로접속을 이용하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본 최저 가격의 동일제품 가격이 비싸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8월 15일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유명업체의 오토텐트를 검색했다. 옥션은 47만1960원, 인터파크 49만200원, 11번가 53만5800원으로 검색됐다.

인터파크와 11번가는 가격 변동 없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제일 가격이 낮은 옥션을 클릭했다. 바로옥션 off 상황에서 가격은 47만1960원이고, 제품번호는 A7835XXXXX이다. 바로옥션 on을 켜니 옥션의 메인 화면 페이지로 바뀌었고, 제품 검색 창에 제품번호를 직접 기입해 제품을 찾았다. 하지만 가격이 51만3000원으로 변경됐다. 마일리지와 쿠폰혜택을 얻기 위해 바로옥션 on을 했더니 가격이 3만8000원 오른 것이다. 마일리지와 쿠폰 혜택을 받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것이다.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같은 제품을 검색해본 결과 51만3000원으로 바로옥션 on 상태의 가격과 같았다.

한 유명 브랜드의 텐트를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들어갔을 경우와 바로접속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한 결과 옥션만 가격이 달라졌다. 11번가와 인터파크는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위부터) 옥션, 11번가, 인터파크의 가격 화면. | 캡쳐 이미지

한 유명 브랜드의 텐트를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들어갔을 경우와 바로접속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한 결과 옥션만 가격이 달라졌다. 11번가와 인터파크는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위부터) 옥션, 11번가, 인터파크의 가격 화면. | 캡쳐 이미지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인터파크를 클릭했다. 바로접속 off 상황에서 가격은 49만200원으로 떴다. 바로접속 on을 해서 상품코드 17685XXXXX를 직접 기입해서 동일제품을 찾았는데, 가격은 49만200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도 49만200원이었다. 11번가도 마찬가지다. 바로가기 on과 바로가기 off 상황, 스마트폰 어플 가격 모두 53만5800원으로 같았다.

요즘 주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제습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가격 차이가 나는지 비교했다. 유명 브랜드 10리터형 제습기를 샘플로 사용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 검색된 가격은 옥션의 경우 30만3570원, 인터파크 31만5600원, 11번가 32만7030원이다.

바로옥션 off 상황에서 10리터형 제습기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본 것처럼 30만3570원이다. 상품번호는 A7747XXXXX. 바로옥션 on 상황에서 상품번호를 직접 기입해 제품을 검색한 결과 32만3000원으로 2만원이 비싸졌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인터파크에 접속했을 때 바로접속 off 상태에서 가격은 31만5600원이다. 바로접속 on 상태로 전환해 상품번호 17907XXXXX를 직접 기입해 제품을 검색한 결과 가격은 31만5600원 그대로였다. 11번가도 마찬가지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11번가에 접속했을 때 가격은 32만7030원, 바로가기 off 상태였다. 바로가기 on으로 전환하고 상품번호 76255XXXX를 검색한 결과 가격은 같았다.

옥션에서만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들어갔을 때 바로옥션 off와 바로옥션 on의 가격이 차이가 났다. 11번가나 인터파크의 경우에는 바로접속을 사용하지 않을 때와 사용했을 때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텐트, 자동차 루프백, 생활용품 등을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검색한 후 옥션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들어가거나, 바로접속을 해서 들어가는 것이나 가격 차이는 없다”면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하건 아니건 간에 바로접속을 하는 고객에게는 마일리지나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바로접속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옥션이 그렇게 하는지 몰랐다”
옥션과 지마켓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가격을 올리는 것은 가격비교 사이트와의 제휴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은 대부분 가격비교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 비교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오픈마켓과 인터넷 쇼핑몰은 가격비교 사이트에 수수료를 주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의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는 가격비교 사이트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주고 있다”면서 “오픈마켓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비교 사이트와의 제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마켓이 가격비교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더라도 11번가와 인터파크의 경우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직접 검색을 하면 가격비교 사이트에 나와 있는 최저가격의 제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옥션과 지마켓에서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나온 최저가 물품을 직접 검색하면 그 물품을 검색할 수 없다. 옥션과 지마켓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최저가로 물건을 사는 소비자에겐 마일리지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판매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생활용품을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마케팅 담당자 A씨는 “옥션이 그렇게 하는지 몰랐다”며 “만일 그렇다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오픈마켓에서 자동차 용품을 파는 판매자 B씨도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오픈마켓에 제품을 내놓을 때 가격은 판매자가 정한다”면서 “판매자가 10만원으로 가격을 정하면 오픈마켓에서는 일정 수수료를 판매대금에서 떼간다. 오픈마켓은 이 수익에서 제휴를 맺은 가격비교 사이트에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션과 G마켓을 소유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한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두 오픈마켓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수가 2000만명 정도(중복 회원을 포함하면 3000만명으로 추산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1년 이베이코리아의 총매출액은 4441억원이었지만, 2012년에는 62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선두 업체가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를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소비자를 속인다는 비판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바로옥션을 이용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소비자는 옥션이나 G마켓에서 직접 물건을 검색해서 구입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오픈마켓에 들어온다”면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허위 가격을 내는 경우도 있고, 판매자가 단독으로 할인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바로접속을 하면 마일리지나 쿠폰 혜택이 있기 때문에 바로접속이 더 유리한 고객도 많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왜 저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잘 모르겠다”며 “원인을 찾아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