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3 증권시장 코넥스, 중소기업 숨통 틔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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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자문사 역할이 중요, 성공 여부는 2년 후 판가름”

바이오 벤처기업 에스엔피제네틱스를 운영하는 신형두 대표는 7월 1일을 기다렸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3 증권시장 ‘코넥스’(KONEX·Korea New Exchange)가 개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에스엔피제네틱스도 코넥스에 상장했다. 2000년 회사를 만든 신 대표는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다른 부분을 일컫는 SNP 연구분야에서 유명한 연구원이지만, 회사의 성장은 쉽지 않았다. 회사의 도약을 위해 준비한 것이 코넥스 상장이다. 코넥스를 발판 삼아 코스닥에 진출하는 것이 신 대표의 바람이다. 신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을 키우려면 자금확보가 중요하다. 코넥스가 자금확보의 통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3월 1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가 주최한 코넥스 시장 상장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코넥스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한국거래소 제공

3월 1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가 주최한 코넥스 시장 상장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코넥스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한국거래소 제공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수한 기술력, 미래 잠재력 등 가치는 높지만 자본력과 매출이 작아서 코스닥에 상장하지 못하는 기업을 위해 개설한 자본시장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에 이어 3부 리그 장내 시장인 셈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내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도 부합하는 정책이다.

개인투자자 제한조치, 코넥스 활성화에 독?
7월 1일 개장한 코넥스에는 10개 증권사로 구성된 지정자문사의 심사를 통과하고 자기자본금 5억원 이상, 매출 1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한 21개사가 상장했다. SW기업, 소재장비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포함됐다. 코넥스의 개장에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코넥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넥스와 비슷한 제3 주식시장인 프리보드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5년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기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장외시장인 프리보드가 출범했지만 현재 유명무실해졌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고 있는데, 출범 첫 해 1000개 기업 유치가 목표였지만 6월 28일 현재 상장법인은 50개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연구원은 “코넥스와 프리보드는 차이가 있다. 코넥스는 장내 시장이지만, 프리보드는 말 그대로 판이었다. 호가만 제시하면 되는 판이었다”면서 “프리보드는 방치한 장외 시장이기 때문에 기업정보가 투명하지 않아서 투자자 보호가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프리보드의 실패를 교훈삼아 내놓은 보완책이 ‘지정자문사’ 제도다. 이 제도는 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10개의 증권사로 꾸려진 지정자문사가 기업과 짝을 지어 코넥스 상장부터 상장 유지까지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지정자문사 제도는 영국 런던거래소의 대체투자시장(AIM)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AIM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중소기업 전용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넥스에 2개의 기업을 상장시킨 우리투자증권 IPO팀 나유석 부장은 “증권사 입장에서 지정자문사 역할은 수익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미래를 보고 코넥스 상장 자문을 했다”면서 “기업을 선정할 때도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따졌다. 지정자문사 제도가 코넥스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넥스에 일반 개인 투자자는 투자를 할 수 없다. 기관 투자자, 벤처캐피털, 3억원 이상 예탁 가능한 개인 투자자만 코넥스 거래를 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조치가 코넥스의 자본 유동성을 부족하게 하는 요인이 될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나유석 부장은 “주위에서 투자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유동성 부분은 조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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