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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올드보이’들의 우국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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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맞아 ‘건전재정포럼’ 창립… 복지확대 공약 맞서 재정 지킴이 자처

9월 26일 건전재정포럼에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강봉균 포럼 총괄대표, 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 최영진 기자

9월 26일 건전재정포럼에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강봉균 포럼 총괄대표, 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 최영진 기자

전직 경제관료, ‘모피아’(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의 영문 약자 ‘Ministry Of Finance’와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를 결합한 말. 이들이 정계·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세력을 구축한 것을 빗대 모피아라고 부르고 있다)로 불리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건전재정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해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경제관료 출신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오니까 올드보이를 다 만나는구먼.”(진념 전 경제부총리)

9월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는 거물급 전직 경제관료 출신들이 ‘건전재정포럼’ 창립식장에 모였다. 100여석 남짓 되는 행사장에 경제관료, 학계인사 등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오랜만에 보는 인사들과 인사를 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거물급 전·현직 경제관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럼 창립식 축사를 위해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건전재정포럼 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 군산대 석좌교수), 강경식 전 부총리(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현 삼정KPMG 고문),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 강원대 교수),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해 논란이 됐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시종일관 조용하게 자리를 지켰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신경 안 쓰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헌재 전 부총리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다. 신경 안 쓴다”면서 “건전재정포럼 활동은 강 장관이 열심히 하면 계속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창립 취지를 보면 포럼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욕구는 더욱 늘어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를 받아들여 과도한 복지 확충이나 미래 성장동력을 저해하는 공약 등을 채택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흐름이 건전재정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거물급 전직 경제장관 등 다수 포진
포럼 총괄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장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포퓰리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국민 여론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1개월 반을 준비해서 포럼 창립식을 열게 됐다”면서 “선거 때 표 얻으려고 복지공약을 쏟아내면 재정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건설 위주의 경제정책이 더 문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4대강 사업 같은 경우 공사한 후에는 돈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 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절대 줄이지 못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이 복지다”라고 말했다.

건전재정포럼은 각종 연구활동 및 공개토론회 등을 열 계획이다. 유력 대선후보 초청 복지공약 토론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경제관료들이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국 OECD 국가 중 공공복지 최하위”
포럼의 활동에 대해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모피아의 특징이 자기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건전재정포럼이나 이영탁 이사장의 세계미래포럼처럼 재경부 출신들이 각종 포럼을 만들어 경제관료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의 지적처럼 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사들은 재무부(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발족)에 뿌리를 둔 경제기획원(1961년)·재정경제원(1994년)·재정경제부(1998년)·기획재정부(2008년·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 출신들이 대다수다. 재무부에 뿌리를 둔 선후배가 건전재정포럼이란 이름으로 함께 뭉친 셈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건전재정포럼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모피아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주도해 왔던 경제정책이 얼마나 차별성이 없었는지, 국민경제가 아닌 기득권을 위한 정책을 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면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복지 지출이 최하위다. 복지인프라 확충이 시대적 과제인 때다. 이런 시기에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치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경제]경제계 ‘올드보이’들의 우국충정?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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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