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독식했던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MB임기 다하면서 핵심과 멀어져
최근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이 소금회 회원으로 밝혀짐에 따라 소금회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검찰로부터 170억원의 횡령과 150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배임)을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소금회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의 줄임말로, 소망교회에 다니는 금융인들이 만든 일종의 선교 모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도 소금회 멤버라고 보도됐지만 <주간경향> 취재 결과, 김 회장은 소금회 회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소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창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소금회 회원이 확실히 아니다”라며 “일부 언론 보도가 왜곡돼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소금회가 세간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소금회 회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 이 대통령의 금융·경제정책 관련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재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소금회 회원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계에서는 소금회를 ‘금융계의 파워 인맥’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말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소금회 모임에 참여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다음부터는 소금회 모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 의원도 현 정부에서는 소금회 모임 참석을 피했다. 금융인 출신이 아닌 이 대통령과 이 의원이 소금회 회원이 됐던 것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력과 국회의원 당시 금융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 의원은 국회에서 신한국당 정책위원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지내는 등 경제·금융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소망교회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대통령은 한때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소망교회를 위해 무료로 교회 건물을 지어줬다. 이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이 대통령은 당시 새벽에 나와 주차봉사(주차관리)를 하는 등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강만수 회장·이종구 의원 등도 회원
소금회 멤버 중에서는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강 회장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났으며,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캠프’의 경제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는 MB(이명박)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7·4·7(연간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달성)’ 공약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 경제특보 등을 지냈다.
지역구(강남갑)에 소망교회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도 소금회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소금회 모임에 참석함으로써 인맥 형성과 지역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종구 의원은 “요즘에는 이상득 의원, 강만수 회장 등 세간에 알려진 유명인사들은 소금회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망교회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소금회가 그렇게 힘 있는 조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19대 총선에서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 금융계 핵심 역할을 했던 소금회 회원들이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다해가면서 핵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현 정부 초기에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이우철 전 생명보험협회장과 장병구 전 수협신용 대표도 현직에서 물러나 있다. 장병구씨는 수협신용 대표 당시 종교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재임 당시 수협 광고에서 “주님의 사람을 키우는 은행, 수협은행”이라는 멘트가 나와 민주당 김우남 의원 등의 항의로 광고가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이 전 회장은 부동산신탁 전문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며, 장 전 대표는 뚜렷한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초창기 멤버였던 류시열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직무대행),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사장 등도 금융권 핵심인사 반열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소금회 초대 회장을 지낸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카이스트 초빙교수를 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는 이두희 우리금융 사외이사, 최운열 삼성카드 사외이사. 이병화 하나대투증권 상근감사위원, 이창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 있다. 이병화 감사는 금감원 인력개발실 교수를 지냈으며, 최운열 사외이사는 서강대 부총장 출신이다. 이두희 사외이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대 인맥으로, 현재 고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년하례식 참석인원 줄어들어
소금회는 지난 1996년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사장,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의 주도로 창립됐다. 소금회 창립 당시 멤버는 70∼80명이었으며, 현재 회원은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금회 회원들은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은행·증권·보험업계 등에도 포진돼 있다. 신도 수만 7만명이 넘는 소망교회에는 소금회뿐만 아니라 소건회(소망교회 건설인 선교회) 등 각종 전문분야의 모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소금회 모임에 상시적으로 나오는 회원은 40여명 정도다. 소금회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모임을 갖는다. 모임은 예배를 보고 특강을 듣는 순으로 진행된다. 특강 주제는 경제·금융·재테크·건강 등 다양하다. 과거에는 특강에 외부 강사를 초빙했으나. 최근에는 각 금융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고 있다.
소금회 회원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소금회가 한때 이명박 정부의 ‘금융 인재풀’이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완벽한 오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금회 회장인 이창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소금회는 현 정부와는 관련이 없는 순수한 금융인들의 선교 모임”이라며 “개인적으로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불순한 생각을 갖고 모임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금회는 매년 2월 신년하례식을 개최한다. 이 신년 모임에는 소금회 회원 전원이 초청된다. 지난 2월에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신년하례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 신년하례식에는 참석자들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것이 소금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무렵인 2008년 2월 신년하례식에는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신년하례식 참석자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