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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 금감원 직원 ‘대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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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과다채무자에게 무담보 대출에 회수불능 채권으로 상각처리

금융감독원(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잇따라 구속된 가운데 이번에는 금감원 직원에 대한 부산저축은행의 특혜성 대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이를 제때에 적발하지 못한 금감원의 허술한 직원 관리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여의도의 금감원 건물. / 김영민 기자

서울 여의도의 금감원 건물. / 김영민 기자

부산저축은행의 감독과 검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직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회수 불능 채권으로 상각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상각채권은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발생했을 때 해당 금액을 수익에서 차감해 일반 채권에서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부산지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 지난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A씨는 2003년부터 부산지원에서 민원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A씨는 대출 당시 다른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3억5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는 과다채무로 인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것. 그러나 그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4000만원을 담보도 없이 빌렸다. 이와 관련, 부산지역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금감원 직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특혜성 대출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에서는 A씨 같이 과다채무자들은 소액대출이라도 심사를 엄격히 한다”며 “그러나 A씨의 경우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거나 대출해주지 않을 경우 부산저축은행으로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원에 근무하는 금감원 직원에 대해 피감기관인 부산저축은행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극히 개인적인 사항이라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현재 본인이 제출한 경위서를 토대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적발 못한 금감원, 직원관리 도마에
이와 관련해 A씨는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제16조(금전의 대차금지 등)’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통상적인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하는 경우 외에는 직무 관련자에게 금전을 대차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 같은 특혜성 대출 의혹을 갖게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채권자인 부산저축은행의 채무자인 A씨에 대한 관대한 태도다. 부산저축은행은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A씨에게 대출해주고, A씨가 대출이자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통장 가압류 등 채권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A씨의 개인회생절차 개시 한 달 전에 채권을 상각처리해주기도 했다. A씨는 2006년 법원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 같은 해 4월 개인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됐다. 부산저축은행은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직전인 2006년 3월 A씨에 대한 채권을 상각처리했다. 개인회생이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해 있는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해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와의 법률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6월 22일 국회 정무 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예금 사전인출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6월 22일 국회 정무 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예금 사전인출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이 연봉이 4000만원이 넘는 A씨에 대해 월급을 가압류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대출금을 갚게 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면서 “부산저축은행이 아무런 조치를 안 하고 채권에 대해 상각처리까지 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부산저축은행이 파산된 상태이고, (비상대책위에서 사무실을 점거하고있어) 자료 접근도 불가능해 왜 채권회수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권을 상각처리했다 해도 A씨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 큰 문제는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최근까지 A씨가 대출받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일반적으로 금감원은 2년마다 모든 저축은행에 대해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6년여 동안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인력이 한계가 있는 데다 검사도 금액이 큰 것 위주로 하다보니까 본인이 신고하기 전에는 소액대출은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감찰팀은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 A씨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도 이와 관련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대출 사실 6년동안이나 몰라
금감원은 A씨의 대출금이 상각됐다는 것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금융기관 채권 대손 인정업무 세칙’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500만원 이상의 채권을 상각할 경우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금감원에 보고토록 돼있다. 금감원으로부터 대손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각채권자의 명단도 함께 첨부된다. 실제로 <주간경향>이 입수한 ‘채권 대손상각’ 자료(부산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 보고한 자료로 2006년 3월 작성)에 따르면 A씨에 대한 채권 상각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올라온 채권 상각 총액만 보고받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보고받기 때문에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동안의 개인회생 절차가 마무리돼, 법원에 면책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8월 말에 면책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제창 의원은 “금감원은 A씨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대기발령 등 인사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의 직원관리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의 사정을 담당하는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직원 재산등록 대상을 기존의 2급(부국장)에서 4급(선임 조사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감찰팀 관계자는 “여태껏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감찰 목적으로 직원들의 계좌추적은 불가능했다”며 “재산등록이 4급으로 확대되면 직원들의 부채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감원 직원들의 철저한 신용관리와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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