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구글 경쟁사업자 부당배제 이유로 공정거래위 신고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4월 15일 안드로이드 OS 기반 휴대단말기의 검색엔진 탑재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들을 부당하게 배제한 이유로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4월 15일, 다음이 발송한 보도자료다. 다음뿐 아니라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같은 날 구글을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국내 굴지의 포털들이 공동보조를 맞춘 것이다.
포털들의 구글 공정위 신고는 근래에 없었던 초강수다. 공정위에 신고가 들어갈 경우 공정위는 일단 3개월 내에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에 대해 신고자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그 후 실제 조사에 들어갔을 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업계에서는 실제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어도 2~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하자면, 포털들로서는 당장 실익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들이 공정위 신고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포털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배적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구글의 검색 프로그램만 기본으로 깔게 하면서 다른 검색사업자들의 검색 프로그램을 프리로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털·구글 코리아 보도자료 ‘공방’
NHN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한 이동통신사와 요금합산 청구계약(Carrier Billing)을 체결하고, 타 이통사와도 같은 계약을 추진하면서 경쟁 서비스의 선탑재를 배제할 것을 계약조건으로 뒀다”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마케팅 제휴계약을 통해 구글 외 다른 사업자들의 검색창 및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선탑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조사들이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탑재와 사용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호환성 검증과정(CTS: Compatibility Test Suite)을 지연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포털들은 구글의 ‘불공정행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다음의 정지은 기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최근 다음이 검색 선탑재를 위해 여러 형태로 시도하는 과정에 구글이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관련해서 이통사 제조사 담당자의 진술이나 오간 이메일 등을 확보해 공정위에 신고할 때 근거자료로 같이 첨부했다”고 밝혔다.
포털들은 최근 무선검색시장 점유율에서 구글이 보이는 ‘약진’의 이유가 바로 그 불공정 행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인터넷 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지난 3월 조사한 ‘모바일웹 검색서비스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 네이버(55.8%), 2위 다음(15.7%), 3위 구글(15.3%), 4위 네이트(9.4%)의 순이다.
같은 시기 유선(PC) 인터넷 검색의 순위와 비교해보면 모바일 검색에서 구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구글의 유선인터넷 점유율은 1.7%로 네이트의 5.3%에도 훨씬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메트릭스의 결과만 보면, 모바일검색 1, 2위 사업자가 연합하여 3위 사업자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1월과 비교해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점유율은 오히려 올라갔다(네이버 51.9% →55.8%, 다음 15.2% →15.7%).
지난 4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 겸 구글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에서 구글 애드몹 트래픽은 작년 한 해 500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구글코리아의 기자간담회 주제는 “모바일 광고, 지금 시작하세요”였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스마트폰 구매자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매우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라며 “모바일 광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구글이 내놓은 애드몹 광고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기법을 담고 있다. ‘클릭투 콜’ 서비스는 페이지에 연결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바로 전화가 걸리는 제품이다. ‘클릭투 맵’은 지도로, ‘클릭투 비디오’는 비디오로 연결되는 형태의 광고다.
구글 포석은 결국 모바일 검색 광고
구글코리아의 이날 기자회견은 개인에서 기업에 이르기까지 잠재적인 광고주를 타깃으로 연 기자회견이다. IT 전문가들은 “애드몹과 같은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탑재 광고가 안드로이드 OS 공개배포의 진정한 이유”라고 말한다. 즉 구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OS의 공개배포 이유를 단순히 선의, 구글의 기업모토인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의 실현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OS를 제조업체, 이통업체에 공개해서 널리 확산시킨 뒤 실제 수익은 애드몹과 같은 모바일검색 광고에서 얻어내겠다는 장기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포털들이 구글을 공정위에 제소한 까닭은 이런 구글의 전략이 당장 포털들에게 닥친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털 본부장급 관계자는 “솔직히 그동안 유선인터넷에서 구글은 맥을 못 춰온 반면에, 우리가 신고한 것과 같은 부당행위를 통해서 구글은 모바일검색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온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4월 15일, 포털들이 공정위 신고 사실을 알리자 구글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드로이드는 세계 최초 완전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즉 모든 소스가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택하는 것은 통신사나 제조사의 선택사안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는가도 디바이스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비즈니스 결정사항이다. 우리는 완전 무료로 공유되는 안드로이드 오픈 플랫폼을 통해서 국내 개발사, 제조사, 통신사, 소비자 등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이 생겼다고 믿고 있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구글의 태도는 언제나처럼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정도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홍보 담당 상무에게 물었다. “모바일플랫폼 안드로이드가 오픈 소스라는 것은 이것은 이미 구글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발은 구글이 주도했지만 33개 회사와 같이 만들어서 공개한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버전 업 할 때마다 소스를 공개하고 있고, 누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구글코리아의 입장은 휴대전화 제조사나 이통사들이 구글검색을 선탑재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해 그 회사들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정김 상무는 “인증이라고 하지만 안드로이드 제품은 구글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포털들이 호환성(CTS) 테스트를 문제삼지만, CTS 계약서는 이미 인터넷에 다 투명하게 올라와 있는데 거기에 구글 검색을 넣어야 한다든가 이메일을 선탑재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산 휴대폰과 다르게 한국의 경우, 유달리 선탑재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호환성 테스트가 좀 더 걸릴 뿐, 구글검색 포함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구글코리아 측 입장이다. 그는 “같은 논리라면 더 폐쇄적인 애플은 왜 신고를 안 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덧붙여 반문했다.
관련 학계나 IT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은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포털들의 공정위 신고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오픈웹’ 운동을 주도해온 김기창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4월 15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오픈 소스라는 것은 무료라는 의미도 있지만 더 정확한 개념은 그 소스가 누구에게나 공개된다는 것”이라며 “즉 누구나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 수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구글에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네이버 폰을 만들고 다음 폰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소셜 웹 혁명>을 펴낸 IT 평론가 김재연씨는 “이전의 MS의 IE(인터넷 익스플로어) 끼워팔기와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당시 MS는 운영체제 점유율을 바탕으로 번들링으로 IE를 포함시켰고, 그것이 유럽 법원 등에서 독과점 문제로 제소를 당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이 ‘수직통합’과 시장점유율인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개방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수직통합을 강제하기 어렵고, 시장점유율도 아이폰 등 경쟁 OS와 같이 고려하면 독점적 지배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신고, 포털 주장 성립 어렵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들이 왜 구글을 제소하게 되었나의 문제로 귀착된다. 김씨는 “구글의 주수입원은 결국 광고시장이고, 안드로이드로 들어오면서 갖고 있는 가장 큰 생각 역시 모바일을 통한 광고수입일 것”이라며 “포털들이 모바일이 들어오면서 시장점유 상황이 뒤바뀔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시범적인 모바일/소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구글이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기반으로 시장 탈환을 노리는 것에 대해 길게 보고 내놓는 수”라고 말했다.
구글 정김경숙 상무는 “구글이 그동안 유선에서는 검색시장을 파고들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모바일은 이미 4년 전부터 시장 상황을 내다보며 준비해온 것인데 최근 들어 사업에 들어오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다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이나 네이버도 안드로이드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면 차라리 그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IT 평론가 김재연씨는 이번 포털들의 구글 공정위 신고와 관련, “포털들이 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PC웹시대에 갖고 있던 시장점유를 모바일 앱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모바일 영역에 있어서 글로벌 이용자 중심 서비스들의 약진에 맞서서 소위 한국식 이용자 패턴을 중시하는 국내 포털의 운영전략이 PC웹을 넘어서 모바일앱 혹은 소셜 웹 시대까지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