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억제·신규수요 창출… 항공여행 대중화 산파
2015년에는 매출 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해 동북아 저비용항공사 대표주자로 우뚝 서겠습니다.”

제주항공은 일본에 4개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방콕, 홍콩, 마닐라, 세부 등 4개국 7개 도시 8개 정기노선을 개설하며 국적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창립 6주년을 맞은 제주항공 김종철 대표의 일성이다. 지난 2005년 1월 ‘항공 대중화’를 목표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역사를 연 제주항공의 지난해는 특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여행심리 위축, 고유가와 고환율 등 악재가 연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국제선 운항이 본 궤도에 오르며 지난 2010년 하반기 처음으로 반기 영업이익을 실현한 것. 제주항공은 지난해 순항을 발판 삼아 2011년을 ‘도약을 위한 기반 재정립의 해’로 정하고 이어 2015년에는 ‘동북아시아 저비용항공사 대표주자’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항공업계 ‘공급자→소비자’ 중심 이동
항공업계엔 ‘제주항공 효과’라는 말이 있다. 2006년 6월 김포~제주 노선으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이후 국내선 운임 인상 억제와 여행객 증가 등 여행대중화 기반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공항공사 등 항공업계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연평균 8.5%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던 국내선 운임은 제주항공 설립 논의가 본격화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되어 있다. 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대에 불과했던 제주 방문 관광객 증가율은 제주항공 취항 이후인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9%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6년 제주항공 취항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주항공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을 설립하고, 이후 이스타항공 등 후발주자의 진입이 잇따르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게 제주항공 측의 풀이다.
이처럼 ‘제주항공 효과’는 지난 20여년간 대형항공사 2곳이 점유하고 있던 ‘철옹성’ 항공업계를 뚫은 ‘제3민항’의 취항을 넘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킨 중요한 사건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보편적인 평가다.
근거리 국제선에서의 신규 수요 창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취항 2년여 만인 2008년 7월 부정기편 운항을 시작으로 국제선에 뛰어든 제주항공은 2009년 3월 인천 기점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에 2개의 정기노선을 개설하며 본격적인 국제선시대를 열어 지금은 홍콩과 마닐라, 세부, 방콕, 나고야 등 4개국 7개 도시 8개 정기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제주항공 효과’는 국제선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촉발시켰다. 제주항공이 오사카와 나고야, 기타큐슈 등의 노선에 취항한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1년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양국 관광객은 모두 474만명으로, 취항 이전 1년간인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방문객 431만명보다 약 10% 증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신규 취항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합리적인 운임으로 인한 여행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식이 확대되자 매출액에도 변화가 왔다. 취항 첫 해인 2006년 11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0년 1575억원으로, 연평균 91.5%라는 큰 폭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취항 후 처음으로 31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은 항공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항공 발권카운터 모습.
또 전체매출액 중 국제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04억원으로 전체 매출 674억원의 23%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734억원으로 46%를 차지했으며, 신규 노선이 확대되는 2011년은 전체 매출목표 2114억원 중 51% 수준인 107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선에서 안정적인 운항 기반을 마련한 제주항공이 국제선 확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평가다.
2015년 동북아 대표 저비용항공사 목표
올해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 등 대륙을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처럼 ‘동북아시아 저비용항공사 대표주자’로서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 2대의 항공기가 추가 도입되는 만큼 기존 일본노선 증편과 더불어 동북아시아 핵심노선으로 꼽히는 도쿄 노선 개설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며 “또 2012년부터는 수익선 다변화를 위해 아직까지는 검토단계에 있는 중국 노선 개설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2013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단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올해 2분기 이후 2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2013년부터는 미국 보잉사에 신규 제작 주문한 항공기 6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등 기단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얼마 전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일본항공(JAL)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 영입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께 JAL 출신의 조종사 2명을 영입 대상으로 결정하고, 현재 비자 발급 등 국내 취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 이들은 이르면 3월 안에 채용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항공은 이들 외에도 올 하반기 항공기 추가도입 계획에 맞춰 JAL 출신의 조종사 영입규모를 2~3명 더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기단 확대와 신규노선 개설, 기존노선 증편 등을 통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2015년에는 51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선은 물론 일본 노선에서의 수송분담률 확대를 통해 2011년부터 연간 흑자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동북아시아 저비용항공사 대표주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성장은 항공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펌프에서 처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것처럼 제주항공은 지난 6년 동안 잠재됐던 새로운 여행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 같다”면서 “이제 제주항공 10년을 지켜보면 더 놀랄만한 항공의 역사가 새로 써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