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서비스 차별화…취항 4년만에 영업실적 개선
제주항공이 수송실적과 영업이익 면에서 제 궤도에 오르며 펄펄 날고 있다. 취항 4년 만에 500만명 탑승, 영업실적 턴어라운드 예상 등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 최근엔 일본과 동남아 등 근거리 국제선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나고야에 이어 가을께 홍콩, 마닐라, 세부에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경제]제주항공 500만 승객 ‘원가절감의 힘’](https://img.khan.co.kr/news/2010/08/30/20100831000751_r.jpg)
2006년 애경그룹이 설립한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은 후발 신생 항공사들의 시장 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후 국내 항공시장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해 항공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경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를 ‘제주항공 성장기의 원년’으로 삼은 뒤 향후 10년 동안 제주항공의 성장과 발전에 그룹의 역량을 집결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2006년 취항 첫해 25만명의 승객을 수송한 이후 지난해에는 국내선과 국제선 합계 151만명을 수송하는 등 연평균 84.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는 7월 말 기준 121만명을 수송하며 3분기 중 전년 수송실적을 돌파할 전망이고, 9월 중순께엔 수송객 5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매출실적 역시 취항 첫해 11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878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664억원 등 연평균 96%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사업목표 1400억원을 초과해 1500억원까지 기대하는 눈치. 기대대로라면 취항 후 계속되고 있는 영업실적이 올 하반기 중에 ‘턴어라운드’(방향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주항공 500만 승객 ‘원가절감의 힘’](https://img.khan.co.kr/news/2010/08/30/20100831000963_r.jpg)
제주항공의 비상은 저비용항공사의 눈부신 약진이 배경이다. 제주항공 취항 이듬해인 2007년 6.4%에 불과했던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은 2009년 27.4%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7월 말에는 35%까지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항공사의 70~80% 수준 운임과 차별화한 서비스 등을 경쟁력으로 수송분담률을 높인 것이 주효한 것. 게다가 ‘파이 나누기’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전체 항공 이용객 수를 늘리는 효과도 낳으며 보편적인 소비패턴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하늘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취항 후 잇단 외부 악재로 저비용항공사 시장 안착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는 등 난관에 부딪친 것. 제주항공 관계자는 “그룹이 취항을 준비하던 2004~2005년 미국 에너지 통계국이 집계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1갤런당 평균 137.14센트였다”며 “그러나 막상 비행기를 띄운 2006년 6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4년간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1갤런당 215.2센트로, 사업계획 대비 57%나 폭등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 이후 18년 만에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제주항공에 대한 대형항공사의 견제와 2007년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신종플루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는 최대 위기였다.
올가을 동남아 3개노선 신규 운항
결국 해결점은 원가절감이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철저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안정적 운항 기반을 구축한 것이 제주항공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특히 이같은 가격 경쟁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해 양대 항공사 중심의 독과점 체제에서 비롯된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변모시키며,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차별화한 기내 무료서비스로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승무원라운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모습.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국제선에 취항하며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한 것도 위기 극복의 큰 동력이었다. 제주항공은 2008년 7월 11일 제주~일본 히로시마간 국제선 운항을 시작으로, 2009년 3월에는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인천~방콕과 김포~오사카 노선에 취항했다. 올해 들어서도 김포~나고야 노선 취항에 이어 오는 10~11월 중으로 인천~홍콩, 인천~마닐라, 부산~세부 등 3개 정기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특히 김포~오사카, 김포~나고야 노선은 국토해양부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충족시킨 후 운항권을 얻어야 하는 노선으로, 2개 노선에 대한 운항권 취득은 제주항공이 명실상부한 ‘제3민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라며 “노선 확대와 더불어 현재 5대 운용 중인 B737-800(189석) 항공기를 9~10월 중 2대 추가 도입하고, 2013년부터는 신규 제작 주문한 항공기 6대를 연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제주항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저비용항공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맏형 격인 제주항공에 대해 ‘배우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특히 올해 3월 김포~나고야 취항 직전 일본 나고야 추부국제공항과 함께 실시한 취항 기자회견에서 각 부문의 다양한 운항원가 절감 방안 등에 대해 소개된 후 일본 언론들의 취재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 6월 30일에는 NHK의 정통 뉴스해설 프로그램인 ‘클로즈업 현대’가 제주항공과 호주의 젯스타 등 일본에 취항하고 있는 주요 저비용항공사에 대해 약 30분간 집중 조명하며 향후 일본 항공산업의 방향에 대해 점검하기도 했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ANA의 이토 사장이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시작됐으며, 최근 ‘근거리 국제선 취항을 목표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다’는 현지 보도 후 더욱 가열돼 8월 중에만 8개 매체가 제주항공을 취재·보도했다”고 전했다.
시장개방 대응 정부 정책지원 절실
제주항공은 이같은 분위기를 발판으로 동북아 시장 확대에 나서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에어아시아는 오는 11월 인천~쿠알라룸푸르 등 동북아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초저가 특가 이벤트를 내세워 취항 전 이미지 제고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어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저비용항공사의 한국 시장 공략도 강화될 전망이다.
![[경제]제주항공 500만 승객 ‘원가절감의 힘’](https://img.khan.co.kr/news/2010/08/30/20100831000964_r.jpg)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차별화한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동남아국가의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가격 경쟁력은 제주항공도 확보하고 있다”며 “동남아 저비용항공사는 ‘하늘 위의 편의점’이라 불리며 모든 기내서비스를 유료화했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부대 서비스가 무료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서비스 유·무료의 차이가 아니라 타깃 시장 소비자 태도와 관련된 문제로, 국내 시장 안착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저비용항공사 등의 항공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전용 여객터미널을 건립하거나,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대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공항이용료나 이착륙료 인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