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31)는 지난해에 결혼했으며, 맞벌이 부부로서 두 사람의 월 수입은 세후 480만원 가량 된다. 결혼할 때 부모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안 돼 전세자금 마련 목적으로 근로자전세자금대출 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최우선적인 재무 목표는 부채를 빨리 상환하는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한 월 이자 12만원 외에 월 130만원씩 정기적금을 납입해 부채상환 자금을 마련해 가고 있다.
![[재무설계]맞벌이 신혼 대출상환 계획](https://img.khan.co.kr/news/2010/05/17/20100519000288_r.jpg)
권씨 부부는 대출을 빨리 상환하고 싶어했지만 근로자전세자금대출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저리로 대출해 주는 상품이어서 금리가 4.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권씨 부부와 같은 경우 대출을 빨리 갚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권씨 부부가 4~5년 뒤에 교통이 더 편한 곳으로 이사갈 계획이기 때문에 대출을 상환하더라도 그 시점이 되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반복하는 형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다음 대출을 갚고, 또 대출을 받아 집을 늘리고 다시 대출을 상환하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집은 마련되지만 평생 대출만 갚으면서 인생의 다른 재무 목표들에 대한 준비를 하기 힘들다. 권씨 부부의 경우 노후를 대비한 연금 가입도 안 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고, 4~5년 뒤 주택을 이전할 때 필요한 자금도 적립식 펀드를 통해 지금부터 일부 투자해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대출을 다 갚고 나서 투자에 나선다면 투자기간이 짧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저리의 대출인 경우 대출 상환에 진력하기보다는 대출 상환과 함께 다른 재무 목표도 함께 준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씨 부부에게는 적금이 만기가 되면 우선 대출 상환을 하고 이후 변액연금과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을 권했다.
또한 권씨 부부는 보장성 보험에 지나치게 많이 가입돼 있어 보험 리모델링도 권했다. 신혼부부의 경우 월 수입의 6% 정도로도 충분히 보장을 준비할 수 있다. 자녀도 낳고 경제 상황이 변하면 그에 따라 보완하면 된다. 필요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혼 초기에 보험료를 과도하게 납입해 저축 여력이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큰 손해가 된다.
최종률<한국재무설계·CFP> cavall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