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면 적정 골프장 수 넘어 수익성 하락 우려 현실로

골프장 건설 규제 완화와 공급 과잉으로 골프장 사업의 경제성이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난지골프장 직원들이 개장에 앞서 잔디를 손질하는 모습. <정지윤 기자>
골프장 사업은 호황인가.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문을 열 것으로 보이는 골프장은 55개(회원제 골프장 23개, 대중 골프장 32개)다. 55개가 모두 문을 연다면 연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고다. 지난해에는 41개(회원제 골프장 10개, 대중 골프장 31개)가 문을 열었다.
영업이익률도 나쁘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3개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18.7%다. 2006년에는 18.0%, 2007년에는 19.6%였다. 2007년과 비교하면 0.9%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2003년 이후 한 번도 18%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더욱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12%에 불과했던 상장 제조업체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만든 대중 골프장의 실적은 그 이상이다. 2007년 이전 개장한 대중 골프장 39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3.0%로 2007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대중 골프장은 2002년 이후 매년 4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장밋빛과 거리가 멀다. 먹구름이 가장 먼저 깔리는 쪽은 대중 골프장이다.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중과세율 인하 조치의 영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대중 골프장 (경영)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중과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그 결과 골프장 입장료에 부과하던 개별소비세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폐지했고, 입장료는 3만 원 정도 내렸다. 그동안 대중 골프장은 입장료 기준으로 3만~5만 원에 해당하는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 사이의 가격 차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중과세 인하로 대중 골프장 먹구름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후 대중 골프장 경영자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평일 새벽 시간대와 일요일에 입장료를 할인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고 월요일에도 추가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전남 영암 소재 대중 골프장 아크로CC를 운영하는 한길수 사장은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가 13만 원일 때 우리는 10만 원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10월까지는 실적이 괜찮았지만 중과세율 인하 조치 이후에는 회원제 골프장과 가격이 같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앞으로 대중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내년 1월부터는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하던 중과세율이 크게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지방 회원제 골프장과 수도권 대중 골프장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골프장 건설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해외로 나가는 골프 인구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진은 말레시아의 한 골프장. <경향신문>
지난해 10월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정부의 중과세율 인하 조치가 지방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면, 정부의 골프장 관련 정책은 골프장 산업 전반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2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기존 골프장 관련 규제를 없애거나 크게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골자는 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과 골프장 설치 기준 완화다.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확대를 꾀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골프장 공급 확대는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골프장 산업이 공급 확대에 따른 업체 간 경쟁 격화로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7년 말까지 운영 중인 골프장은 18홀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98.8곳이고, 공사 중이거나 착공하지 않은 106.1곳을 포함하면 2009년 말에는 404.9곳이 될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11년이면 골프장이 531곳으로 늘어 2007년 비해 77.8%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 적정 골프장 수를 450~500개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3년 안에 수익성 하락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와 입회금 반환 문제도 폭발력 높은 뇌관이다. 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미착공 골프장은 130여 곳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공사를 중단하는 골프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골프장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현재 공사 중인 골프장 가운데 20개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가 골프장 건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골프장 건설이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장 사업자는 줄잡아 700억~1000억 원에 이르는 전체 공사비의 20% 정도 금액만 갖고도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 수 있었다. 나머지 금액은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대출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권 분양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회원권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런 방식의 골프장 건설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본도 거품 빠져 현재까지 후유증
골프장은 5년 뒤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팔아 공사 대금을 충당했다. 골프장 회원이 입회금으로 1억 원을 냈다면 1억 원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회원권 가격이 입회 시점과 비교해 떨어질 경우다. 입회금 반납 요구가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상황이 나쁜 곳인 경우 현재 회원권 시가가 절반에 못 미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에 골프장 거품이 꺼지면서 현재까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일본 골프장은 1994년 10곳이 도산했고, 2002년에는 109곳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03년 90곳, 2007년 49곳으로 감소했다. 먼저 경기 침체로 골프장 이용 인구가 줄고 회원권 가격이 하락했다. 회원권 가격 하락에 따라 한국의 입회금에 해당하는 예탁금 반환 요구가 불거지면서 상환 여력이 없는 골프장은 도산으로 내몰렸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권은 골프장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부채다. 반환 요구가 들어오면 돈을 내줘야 하는데 골프장은 이미 공사대금으로 다 써버렸으니 돈이 없다. 그래서 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골프장 건설이 주춤하면서 공급 과잉 속도는 일시적으로 주춤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서 소장은 “지방 골프장부터 타격받고 있지만 수도권도 영향을 늦게 받을 뿐 안 받을 수는 없다”면서 “골프장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