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빌리고 보자”가 결국 화 불러… 금융에 있어 신뢰·안전성이 기본 입증
장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자 하는 차입자의 금융회사 거래실적이 없거나, 신용평점이 낮거나, 자기 돈이 없이 거의 모든 주택구입자금을 대출에 의존하거나(no-downpayment), 일정기간은 이자만 상환하는 등의 모기지를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모기지보다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2006년 말 현재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인 10조3000억 달러이고 이중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1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2001년 말 전체 모기지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비중은 8.5% 남짓이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06년 말의 비중은 12.7%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 늘어
모기지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새로운 자금조달을 위해 기존에 취급하던 모기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를 MBS(Mortage Backed Security)라고 한다. 이러한 MBS는 자금을 운영하고자 하는 금융회사, 기관투자가, 연금기금 등을 통해 인수하는데 투자은행들이 다양한 형태의 펀드 편입자산으로 MBS를 활용하고 좀 더 높은 수익률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편입한다.
2006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MBS시장 규모는 5조8000억 달러이고 이중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바탕으로 유동화된 MBS는 전체 MBS의 14%인 8200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 이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 주택가격의 하락 등으로 부실화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7년 3월 말 현재 전체 모기지의 연체율은 4.38%로 알려졌다. 이는 전고점인 2001년 9월 말의 5.35%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2004년 말 10.8%, 2006년 초 12.3%, 2006년 말 13.3%, 2007년 3월 말 13.77%로 전고점인 2002년 6월 말 14.96%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중 주택압류대상이 20%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편입한 베어 스턴(Bear Stern) 운용 헤지펀드 두 개가 청산되었고 BNP 파리바스(Paribas) 자산운용의 펀드가 환매 중단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현재화되었다.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다. 파급 영향이 제한적이고 낙관적이라는 견해의 논거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건실한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미국 GDP의 10% 정도이므로 파급효과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약 58조 원, 유럽중앙은행(ECB)이 20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일본·호주·싱가포르·캐나다·스위스 등의 중앙은행도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하는 등 방어벽이 튼튼하므로 일시적인 위험을 극복하고 오히려 과잉 유동성, 과잉 대출을 조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부정적이라는 견해의 논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추정 손실 규모가, 현 주택가격이 유지되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20~30%에 이르고 연체모기지의 손실률을 50% 정도로 보면 1200억~1800억 달러 이상 될 가능성이 있어 GDP의 1%를 상회하는 부담은 미국 경제에 충격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이후 미국은 17차례의 정책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고정금리 적용 모기지의 상당부분이 변동금리 모기지로 전환됨에 따라 금리부담이 가중되었다. 또 미국의 주택가격이 2004년 11.8%, 2005년 13.3% 상승했으나 2006년 상승률은 5.9%에 그쳤고 이 과정에서 주택가격이 대출금액을 하회하는 모기지의 비중이 18~20%에 이른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국내 금융회사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는 5개 은행 6억 달러, 9개 보험회사 2억5000달러로 총 8억5000달러로 알려졌다. 이중 A- 등급이 80%, 트리플 B 등급이 20%로 평가손실 규모는 8500만 달러라고 한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투자에 따른 영향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관투자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련된 펀드 등에 투자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차입자 상환능력 꼼꼼히 따져야
한편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300조 원가량 되는데 은행권이 75%, 비은행권이 25%를 점유하고 있고 이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0~15%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국내에서도 재연된다면 30조~45조 원가량이 일차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지나 LTV 수준, 연체율 추이 등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에 대한 부담은 최대 5조~7조 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 정도 수준은 관련 비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자본금 수준으로 볼 때 분명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전염 효과가 크지 않다면 금융시장의 규모, 은행권 등의 대손충당금 및 자본금 규모로 볼 때 전체적인 상황에서는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결국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사태가 소나기로 끝날지, 혹독한 엄동설한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현 시점에서도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첫째,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의 범위 내에서 빌려주고 빌려 써야 한다”는 말은 진리다. 차입자는 모기지를 살집을 마련하는 데만 써야 한다.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담보인정비율이나 상환 여력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차입자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다.
둘째, 금융에서 신뢰와 안정성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레버리지, 과도한 서브프라임 편입을 용감하게 감행한 투자은행들의 고해성사가 좀 더 일찍 있었더라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절한 파생화(hybridization)는 잡종강세의 편익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줄 수도 있지만 과도하면 난교의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는 교훈도 던져주고 있다.
김장희〈국민은행 경영연구실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