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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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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펀드매니저보다 한수 위 평가… 스타급 몸값 3억~5억

[경제]‘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전성시대

새밀레니엄인 2000년 전후만 해도 신랑감 제1후보는 의사나 변호사가 아닌 ‘펀드매니저’였다. 물론 펀드매니저의 인기는 여전하다. 비결은 바로 고액연봉. 그러나 21세기 들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라이벌인 ‘애널리스트’가 등장했기 때문.

결혼시장이나 증권업계에서는 이제 펀드매니저보다 애널리스트를 ‘한 수 위’로 쳐준다. 평균연봉도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의 숫자가 펀드매니저보다 적어서 존재를 모를 뿐이다. 최근에는 모 애널리스트가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면서 연봉으로 20억 원 가량 받았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세가 대단함을 잘 보여준다. 또 업계에서 이름이 난 웬만한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1억 원을 훌쩍 넘긴다. 스타급 애널리스트의 몸값은 3억~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히 ‘애널리스트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게다가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한 장에 기업들의 주가가 춤을 춘다. 하루에도 시가총액이 수십 억~수백 억 원의 변동이 생긴다.

그렇다면 과연 애널리스트는 별세계 사람일까. 물론 아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애환을 겪고, 몸값에 상응하는 실적을 내기 위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격무로 인해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것도 직장인의 모습 그대로다. 각 증권사를 대표하는 최고 애널리스트를 만나봤다. 여기에다 팁 하나, 이들 최고 애널리스트가 뽑은 올해 유망종목도 알아봤다. 〈편집자 주>

동양종금증권 정우철
애널리스트(인터넷·소프트웨어)

2002년 NHN 강력매수 보고서

<조완제 기자>

<조완제 기자>

동양종금증권 정우철 애널리스트(37)은 인터넷·소프트웨어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답게 신세대다. 말투나 외모에서 이러한 모습이 배어나온다. 기자가 “젊어 보인다”고 하자, “며칠 전 이발을 했는데, 짧은 머리에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재치있게 받아넘긴다. 촬영을 할 때는 멋있게 찍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밝은 성격이지만 평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뒤늦게 공부가 하고 싶어 1995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런던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받았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가 귀국한 것은 2000년. 마침 대우증권에서 애널리스트를 뽑아 증권업계 입문은 순조로웠다. 맡은 업종은 소프트웨어·SI·인터넷 등이다.

그가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NHN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2002년 10월에 업계 최초로 NHN을 호평하는 보고서를 냈다. ‘강력 매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로 6만3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공모가 2만2000원의 3배에 육박한다. 상당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톡톡 튀는’ 행동이 그대로 드러난다. 비록 등록 직후 NHN의 주가하락으로 개인투자자로부터 항의를 받긴 했지만 주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또 하나 발굴한 것은 모바일 콘텐츠업체인 다날이다. 그는 2004년 9월 첫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날은 이후 폭등하면서 몇 달 만에 4배가 됐다. 네오위즈도 2003년에 매수 추천해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올랐다.

‘눈에 띄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 낸 ‘인터넷 산업 10계명’은 히트작으로 평가받는다. 펀드매니저들이 ‘신선한 주제였다’고 호평한 것. 실제로 중국보다 일본시장 확대를 강조했는데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실력이 뒷받침돼 2004년부터 최고 애널리스트 대열에 올라섰다. 그의 강점은 학구열. 또 부지런하다. 워낙 성실한 성격인 데다 정력적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탐방도 열심이다. 호평받는 리포트도 이런 탐방의 결과물이다.
올해에는 4개 종목을 매수 추천했다. 인터넷업종에서 NHN, CJ인터넷 그리고 소프트웨어산업에는 유엔젤과 더존디지털이 유망하다고 말한다. 특히 수익성이 좋아질 CJ인터넷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은행·신용카드)

2002년 카드산업 문제점 지적

[경제]‘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전성시대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40)를 만나보면 조용한 말투에 외모도 부드러워 푸근하다는 인상을 받아 어떻게 피 말리는 경쟁에서 최고 애널리스트가 됐는지 의아해진다. 그러나 계속 얘기하다보면, ‘어어, 이게 아니구나’라고 생각게 한다. 그렇다. 이 팀장은 외유내강형이다.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것. 조용한 말투에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그가 애널리스트가 된 과정은 남다르다. 처음부터 애널리스트를 원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 고려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증권사에서 국제영업을 하고 싶었다.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길 원했다. 그러나 1994년에 입사한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서 맡은 업무는 해외 리서치. 해외영업은 그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재미동포 출신 직원에게 돌아갔다. 그러다가 1999년부터 국내와 해외의 리서치가 통합되면서 본격적인 애널리스트 길에 들어섰다. 그가 맡은 업종은 금융, 은행·증권·보험 등을 모두 아울렀다.

그러나 그는 이왕 들어선 길, 최고 애널리스트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가 2001년이다. 그리고 전략을 짰다. 바로 카드업종에 집중하기로 했던 것. 밤낮으로 카드산업만 생각했다. 2001년부터 카드산업에 대한 리포트를 줄기차게 냈다. 특히 2002년 정부의 카드산업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카드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의 리포트를 계속해서 발표했다. 물론 LG카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결국 2003년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매각돼 그의 분석이 정확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2003년초 그의 자리로 조병문 애널리스트(현 한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가 스카우트되면서 회사를 떠나게 된 것. 그는 잠시 대우증권을 거쳐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2003년 비록 라이벌에게 밀려 회사를 떠났지만 그 라이벌을 제치고 처음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인생지사 새옹지마’인 것. 이후 그는 베스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의 강점은 소신이 있다는 것. 이해관계자와 무관하게 냉철한 판단에 의거한 분석을 한다. 또 정확한 숫자로 논리를 전개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강점은 ‘고객 존중’이다. 그는 “내·외부 고객의 요청자료로가 모든 일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힌 것도 이러한 점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가 올해 자신 있게 추천한 종목은 신한지주다. LG카드의 인수는 신한지주 수익구조의 근간이 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지닌 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카드와 LG카드의 통합은 총자산 대비 약 2%에 육박하는 비용 감축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3년 후 신한지주의 주가가 100% 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운송·창고)

9·11테러후 항공주 매수 추천

<조완제 기자>

<조완제 기자>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40)는 찾아간 기자에게 터트린 일성이 “별 차이가 없다”였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연속으로 뽑혔지만 다른 애널리스트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그는 2001년부터 베스트 애널리스트 대열에 올라 현재까지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실력자다.

고려대 경제학 석사인 송 애널리스트는 대신경제연구소를 가기 위해 1993년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 방침상 2년간 영업지점에 근무해야만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애널리스트를 한 것은 1996년부터다. 그리고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1년. 그의 승부사 기질이 빛을 발했다. 그 해 9·11테러가 났을 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 항공주를 매수 추천했다. U.A.(유나이티드 에어라인)가 휘청거리는 상황이었지만 대한항공의 주가는 오히려 그때가 바닥이었다. 9월25일 4110원을 기록한 대한항공 주가는 두 달이 지나 8000원대에 진입했다. 두 배가 오른 것이다.

이것이 히트가 돼서 2001년말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혔다. 명성을 떨치면서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2002년초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겨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가 회사를 옮긴 것은 돈을 더 주어서가 아니라 인프라 면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강점으로는 적절한 데이터 업데이트를 꼽을 수 있다. 백데이터가 필요한 펀드매니저 등 투자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준 것. 그는 오랫동안 운송업종과 조선업종의 애널리스트를 해와 관련 데이터를 꾸준하게 축적해왔다.

또 적정한 투자 시점을 제시했던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9·11테러 때 외에도 대한항공을 2005년 중반에 매수 추천했다. 그 당시 대한항공의 주가는 1만7000원 가량이었다. 그런데 그해 말에 3만 원대로 치솟았다. 6개월 만에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도 2005년에 5만 원대에서 추천한 뒤 몇 달 만에 9만 원대까지 올랐다.

그가 꼽은 올해의 유망종목은 역시 대한항공이다. 여객·화물 수송량 증가세 속에 유가의 하향 안정화도 나타나고 있어 올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강세도 영업이익·외화환산이익 증가를 가져오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기종 도입으로 운항 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자동차·타이어)

2005년말 현대차 부진 족집게 분석

<김세구 기자>

<김세구 기자>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43)를 만나보면, 과연 이 사람이 글로벌기업인 현대차를 쥐락펴락 하는(?) 애널리스트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이기 때문.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깔끔한 증권맨을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증권사에 입사해 리서치나 분석을 하고 싶었다. 영어보다는 수학을 더 좋아하는 성격도 작용했다. 그래서 1989년 현대증권에 입사했다. 하지만 주로 기획 등의 업무를 했다. 리서치·분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고, 그것이 영국 에든버러대 경영대학원 유학이었다. 물론 돌아와서는 원하던 애널리스트를 할 수 있었다. 그때가 1996년이다. 그런데 2002년 돌연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현대차그룹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현대증권의 특성상 현대차그룹의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 자동차업종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자동차·운송 팀장으로 옮겼고, 2006년 3월에는 리서치센터장(이사)으로 승진했다. 능력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자동차·타이어 업종의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리서치센터를 이끄는 수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1인2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올라선 것은 2001년말부터다. 우선 그는 펀드매니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으로 리포트를 작성했다. 주고객의 ‘입맛’에 맞게끔 한 것.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이 계속 그를 찾게 만들었다. 또 ‘치밀한’ 리포트를 냈다. 그는 “리포트를 쓸 때는 의심할 수 있을 때까지 의심해 보고 나서야 판단한다”고 말한다. 빈틈없는 리포트를 낸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것이 점차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히게 됐다”고 자평한다.

그는 현대차의 부진도 ‘족집게’처럼 맞췄다. 2005년 현대차의 주가가 질주하자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매수’를 외쳤다. 하지만 그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2005년 11월 ‘매수’에서 한 단계 낮춘 ‘보유’를 제시했다. 그의 분석대로 현대차는 2006년 들어 환율하락 등의 이유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홍콩의 유력 경제지 ‘아시아머니’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현대오토넷. 2005년 당시 시장에서 소외받던 현대오토넷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후 추천했던 것. 그의 예상대로 당시 3000원대이던 현대오토넷은 꾸준히 상승해 1만 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의 추천종목은 한국타이어. 현대차가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크게 성장한 것처럼 한국타이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어 올해 수익성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한국타이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음·식료)

식음료업종 독보적 존재 평가

<조완제 기자>

<조완제 기자>

증권가에서 스타 애널리스트 중에서 또 스타를 꼽으라고 하면 1순위가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40)다. 1994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기 때문. 10년 이상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것도 그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그는 음·식료 업종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지존’이란 용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타업종의 애널리스트조차 그의 ‘명성’을 인정할 정도다.

그는 애널리스트를 위해 태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그는 1991년 대우경제연구소 음식료·담배 애널리스트로 첫 발을 내디딘 후 계속해서 음식료·담배업종만을 담당하고 있다. 한 우물을 팠던 것. 그가 처음 애널리스트를 할 때는 ‘애널리스트’란 용어조차 없었다. 그 당시는 기업분석가로 불렀다. 그가 애널리스트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로 칭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그는 ‘애널리스트론’에서도 돋보이는 존재다. 그는 리포트, 주가 분석, 종목 선정이 애널리스트 3대 요소라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더욱 중요한 항목으로 ‘마케팅’을 강조한다. 리포트도 하나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 즉, 투자자들에게 리포트의 내용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 리포트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설득하는 이유가 충분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가 애널리스트를 단순한 연구원이 아닌 종합엔터테이너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개 가까이 되는 리포트가 나오는 판이니 내가 만든 종목 리포트를 고객이 읽어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초창기부터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체험한 것이다. 음·식료나 담배 등은 전기·전자, IT(정보기술) 등의 업종보다 관심을 끌지 못한다. 소외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자주 열고, 함께 기업탐방도 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고객(투자자)이 수익을 내게끔 하는데 전력투구한다. 이런 점이 다른 애널리스트로부터 ‘교본’이 되고 있다.

그는 10년이 넘게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종목을 발굴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리온. 그가 추천할 때 5만 원대였지만, 이후 상승을 거듭해 최고 3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가 최근 발굴한 것은 두산이다. 지난해 두산이 3만 원일 때 매수추천을 했다. 현재 주가는 5만 원대. 거의 두 배가 오른 셈이다. 아쉬운 종목은 CJ다. 그가 매수 추천한 이후 별다른 상승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는 오리온과 CJ가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는 삼성생명 상장 가능성과 CJ미디어 성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애널리스트(바이오·제약)

종근당 추천 3년만에 20배로

[경제]‘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전성시대

미래에셋증권의 황상연 애널리스트(36)는 스타급 중에서는 ‘젊은 피’다. 다른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1960년대 출생인데 그는 1970년대생이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을 지낸 황 부장은 애널리스트인 대학 과선배의 권유로 애널리스트에 입문했다. 물론 평소에 기술적 지식을 접목해 기업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에 관심이 많았고, 자기 이름으로 리포트를 내는 업무에 매력을 느낀 점도 크게 작용했다. 2000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그는 약 5년간 기업분석의 기초와 애널리스트의 기본기를 닦는데 주력했다. 그는 이곳에서 조용준·장득수 현·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해 2005년 미래에셋증권으로 둥지를 옮겼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는 미래에셋증권에서 더 많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서다. 그는 의도대로 회사를 옮긴 뒤, 바이오·제약업종에서 쟁쟁한 라이벌을 제치고 2005년과 2006년에 연거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펀드매니저 등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강점은 역시 전공이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다. 게다가 연구소에서 5년간이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기술적인 분야, 특히 바이오나 의약은 전공과 유사해 기술에 대한 이해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여기에 그의 정보습득에 대한 노력이 가미되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해당기업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에서 입수한 정보의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연관된 연구소·학계·관공서 등 다양한 곳을 탐문한다. 그는 “‘회사 관계자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는 애널리스트가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늘 공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종목은 종근당이다. 2003년 5월쯤 종근당의 주가는 2400원이었다. 종근당은 2002년에 800억 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주가는 곤두박질 돼 있었다. 게다가 차입금의 비율도 높았다. 하지만 그는 적자 대부분이 비현금성 요인, 즉 부실을 떨어내면서 발생한 것임에 주목했다. 높은 차입금 비율도 금리가 역사적 저점으로 치닫고 있어 영업이익에 의해 충분히 상쇄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첫 추천 이후 종근당의 주가는 지루하게 횡보만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어 추천 후 3년 만인 2006년에는 4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추천했을 당시에 매수했다면 3년 만에 20배의 돈이 계좌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가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가장 괴로운 때는 개인투자자의 ‘무대포’ 항의를 받을 때다. 리포트 완성도와 관련된 질책보다는 본인이 투자한 종목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대해 일방적인 공격을 가한다고 한다.

그는 올해 유망종목으로 SK를 추천했다. 비록 영업구조가 변동성이 높은 편이지만 풍부한 자산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 고도화 설비 증축의 숙원을 최근 해결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따질 때 이익의 질이 2008년 이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1년 이상의 중·장기적 투자라면 SK의 현 주가는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애널리스트는 특별한 양성기관이 없다. 자격증도 없다. 그래서 유능한 애널리스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결국 애널리스트는 양성해야 한다. 하지만 각 증권사는 손쉽게 타사가 양성한 애널리스트에게 손을 뻗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와중에 몸값이 치솟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2년과 2003년에는 증권사 간에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져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하려면 5억 원은 줘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스카우트 전쟁이 휴전·종전이 되면서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그때가 ‘전성시대’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각 증권사에서 자체적으로 애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다.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재무분석사(CFA)나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두는 것이 좋다. MBA를 하는 것도 상당히 유리하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리포트를 쓰는 시니어 애널리스트, 그리고 시니어와 팀워크를 이루어가면서 리포트를 쓰는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구분된다. 처음 애널리스트로 입문하면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를 하게 된다. 어시스턴트는 주니어 애널리스트 밑에서 기업 가치 분석능력, 이를 금융·증권관련 용어로 기록하는 능력 등을 ‘도제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물론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 능력에 따라 다르다.

일반 기업에 입사 후 기업홍보(IR) 재무·회계 기획마케팅 등 분야에서 직접 실무 경력을 쌓은 경력자들을 뽑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애널리스트로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고, 리포트도 잘 쓰기 때문이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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