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틈타 오픈마켓 ‘불야성’… 옥션·G마켓 선두싸움, 2위그룹 추격전
![[경제]인터넷 쇼핑, 오픈마켓이 ‘대세’](https://img.khan.co.kr/newsmaker/685/eco1-1.jpg)
인터넷에 능통한 강승수씨(남·37)는 순대, 김치, 냉면 등 시장이나 할인점에서 살 물건을 모두 오픈마켓에서 산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반찬거리를 살 때 몇 백 원을 깎듯이, 이 곳에서도 얼마든지 몇 백 원~몇 천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고자 하는 품목을 검색한 뒤 거기서 가격비교를 하면 끝~! 이 얼마나 간단한가. 발품을 팔 필요가 전혀 없다. 이제 여성의 전유물인 장보기가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남성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 오픈마켓은 맞벌이 부부에겐 복음과 같은 존재다.
컴퓨터 사용이 많아 자주 업그레이드를 하는 김영명씨(35)는 이제 컴퓨터 부품을 사려고 용산전자상가에 가지 않는다. 용산전자상가를 한번 돌려면 반나절이 걸린다. 그렇다고 싸게 구매했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용산전자상가 특성상 흥정을 잘못하면 그다지 싼가격에 구매하지도 못한다. 그는 이제 오픈마켓에서 ‘클릭’만 한다. 그에게도 오픈마켓은 복음과 같다. 혹시 불량품이 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 붙들어 매시라. 에스크로라는 안전장치가 돼 있어, 직접 시장에 가서 사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 시장에서 불량품을 사면 다시 시장에 가야 하지만, 여기서는 교환신청만 하면 된다. 그러면 택배기사가 와서 물건을 바꿔준다.
넌 쇼핑몰에서 사니? 난 오픈마켓에서 산다 누구나 시장에 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갔던 그 시장. 장터에서 파는 순대, 김치 등 각종 반찬거리, 그릇에 한가득 올려져 있는 완두콩이나 강낭콩, 매장에 가득 늘어놓고 파는 옷가지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은 시장에 다 있다. 그 시장을 사이버 세상으로 끌어들인 것이 바로 오픈마켓이다. 이것 뿐이랴. 용산전자상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컴퓨터·가전제품도 찾을 수 있다.

옥션은 오픈마켓의 선구자다.
오픈마켓 혹은 이마켓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인터넷장터는 인터넷쇼핑몰과는 차별화된다. 인터넷쇼핑몰이 할인점 형태라면, 오픈마켓은 시장이나 상가로 보면 된다. 할인점은 한 명의 주인(기업)이 물건을 들여와 판매를 한다. 이에 비해 오픈마켓은 땅주인(오픈마켓 운영기업)이 상인(판매자)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세를 받는다. 즉, 임대를 해주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가 바뀌어 인터넷쇼핑몰에서 점차 오픈마켓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격비교를 통해 가장 싼 곳에서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 소비자의 지혜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인터넷쇼핑몰은 가격이 단일화돼 있지만, 오픈마켓은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하는 상인마다 가격이 다르다. 오픈마켓은 바로 이를 파고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할인점에 소비자가 몰리듯이 불황기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쇼핑몰에서 오픈마켓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거래가 보편화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그러면서 인터넷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직접 판매에 나서 상인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이자 상인이 되면서 오픈마켓의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렇게 오픈마켓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오픈마켓의 매출규모는 2003년 7800억 원, 2004년 1조4800억 원, 2005년 3조 원으로 매년 100%씩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말에 인터넷쇼핑몰을 제치고 오픈마켓이 온라인거래시장 1위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픈마켓 시장규모는 계속 가파르게 성장해 2008년에는 8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오픈마켓의 수요가 급격히 커지면서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체는 물론 대기업의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체들의 오픈마켓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인터넷쇼핑몰과 오픈마켓의 영역이 파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옥션-G마켓, 불붙은 1위 싸움 오픈마켓의 효시는 옥션(www.auction.co.kr)이다. 옥션이 수익성·성장성 등을 통해 오픈마켓(이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의 우수성을 입증했기 때문. 특히 지난해 오픈마켓은 급속한 시장확대로 유통업계의 화두가 될 정도였다. 2002년 옥션이 이마켓플레이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할 때,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 정점에 바로 옥션이 있다.

G마켓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옥션의 독주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바로 G마켓(www.gmarket.co.kr). 나스닥 상장으로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는 기업이다. G마켓은 2000년 설립됐으나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G마켓의 해’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했을 뿐만 아니라 거래금액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금액은 1조807억 원. 1조7000억 원인 옥션의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만 1조129억 원을 거래했다.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거래금액에 육박한 것.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G마켓 마니아인 조영호씨(33)는 “G마켓은 새 제품을, 그것도 도매값으로 파는데다 운영을 잘해 믿음이 간다”고 칭찬했다. 조씨는 “옥션은 중고품 경매 이미지가 강해 G마켓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방문자 수와 거래금액, 매출액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G마켓. G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 거래액 4450억 원을 달성해 거래액에서 옥션을 따돌리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면서 “웹사이트 조사업체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하루 방문자수도 옥션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옥션측도 맞불을 놓았다. 옥션 관계자는 “(옥션은) 거래금액을 밝히지 않았는데 무엇을 근거로 1등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자 수 등도 하나의 조사업체 자료만 갖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랭키닷컴에서는 순방문자수와 페이지뷰로 따진 점유율이 옥션은 42.75%로 1위이고, G마켓은 37.03%로 2위다.

2위 그룹에 있는 GSe스토어(위)와 엠플.
다음온켓, GSe스토어, 엠플, 싸이마켓 2위 그룹 형성 옥션과 G마켓에 도전하는 다음온켓, GSe스토어, 엠플, 싸이마켓 등 2위 그룹의 노력도 대단하다. 이들도 하나같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다음온켓(www.onket.com)은 다음에서 만든 오픈마켓. 다음을 등에 업고 있는 셈이다. 온켓과 다음오픈마켓을 통합해 지난해 5월 개설됐다. 지난해 거래액은 1169억 원. 5월말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최근 랭키닷컴의 오픈마켓 점유율은 7.56%다. 전체 순위는 30위. 이는 지난해 6월초 58위에 비해 28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GS홈쇼핑에서 운영하는 GSe스토어(www.gsestore.co.kr)는 점유율 6.54%로 4위를 달리고 있다. GS홈쇼핑은 인터넷쇼핑몰인 GSe숍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GSe스토어는 오픈마켓 시장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GSe스토어는 판매자를 엄선해 입점시키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변형된 오픈마켓인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판매자들의 난립으로 노출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오픈마켓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만들되 입점 업체의 노출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기존 오픈마켓 모델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판매자와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가치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엠플(www.mple.com)은 CJ홈쇼핑에서 만든 오픈마켓이다. CJ홈쇼핑도 역시 인터넷쇼핑몰인 CJ몰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00억 원을 들여 ㈜엠플온라인을 설립해 오픈마켓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엠플은 오픈 두 달 만인 지난 6월 한 달 매출 150억 원, 회원 80만 명, 일 평균 20만 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올해 거래액 목표는 1500억 원인데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점유율은 3.64%로 선두권과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의 싸이마켓(market.cyworld.com)은 오픈마켓 업계에서 돌풍의 핵이다. 1800만 명에 달하는 싸이월드 유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 싸이마켓은 회원들이 직접 생산하는 다양한 상품정보를 통해 회원간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단순한 상품구매를 넘어,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참여하는 커뮤니티 개념의 마켓이다. 점유율은 0.69%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5위인 엠플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업체와 달리 오픈마켓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출범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중론. 업계에서도 싸이마켓이 기존업체들이 주도해온 오픈마켓 시장에 적잖은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픈마켓의 이색숍 ![]() 옥션의 ‘얼짱샵’. “끼리끼리 모여서 구매한다.” 다음온켓의 카페스토어는 공동구매라고 하기에는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다음온켓만의 특화된 시스템인 카페스토어는 다음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와 소호몰 판매방식이 결합된 것이다. 즉, 기존 다음카페에서 상거래가 가능해진 특징화된 숍으로 변신한 것이다. 카페스토어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소호몰과 달리, 다음카페로 온라인 상점을 만들어 내 가게의 단골을 카페회원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숍이다. 카페스토어는 온라인으로 관심사가 많은 사람들이 모인 다음카페의 커뮤니티 특징을 살린 제품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애완곤충카페, 등산용품전문카페 등 일반 쇼핑몰에서는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스토어가 많다. 카페스토어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장소로, 꾸준한 관리를 통해 재구매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공동 구매 등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래서 오픈 1개월 만에 매출 1억이 넘는 카페스토어도 생기는 등 인기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도 “카페스토어는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분석했다. 눈에 띄는 이색숍이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옥션의 ‘얼짱샵’. 기존의 ‘스타샵’과 ‘미니홈피샵’을 혼합한 것으로 모델 겸 사장인 판매자와 소비자가 상품거래 뿐만 아니라 1대1커뮤니케이션을 하는 C2C(Consumer to Consumer:소비자와 소비자 간 상거래) 개념을 도입했다. ‘얼짱샵’은 고객충성도가 높은 모델 겸 판매자들의 전용공간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얼짱샵’에서는 모델 사장들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판매 제품 사진과 쇼핑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 홈피처럼 일상과 패션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려 소비자들과 개인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 소비자들은 팬등록, 방명록 기능 등을 통해 수시로 방문하고, 관심이 가는 가게를 단골가게로 지정해 얼짱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 G마켓도 업계 최초로 ‘스타샵’을 열어 10배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한데 이어 올 초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타브랜드샵’을 통해 판매자와 공동 개발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타샵’은 스타가 모델이 되어서 스타가 입은 옷을 일정 기간 판매하는 형태였다면 ‘스타브랜드샵’은 스타 이미지를 이용하는 형태다. G마켓에서 판매자와 스타간 동업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스타들은 모델료 외에도 수익의 일정부분을 가져간다. 현재 탤런트 이영아 등 30명 가량의 스타브랜드샵이 오픈한 상태다. 싸이마켓도 ‘몸짱샵’ ‘입소문샵’ ‘2030샵’ 등 갖가지 이색숍을 열고 있다. |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