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 풍부 변비·다이어트에 효과적… 웰빙과일로 ‘이미지’ 변신
‘바나나가 뭐예유.’
바나나가 무슨 과일인지 모르던 시절, 한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 동화는 한 청년이 서울 나들이 길에 바나나를 먹고 귀향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해학과 풍자로 꾸며낸 동화다. 동화는 바나나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먹는 방법을 상상하던 마을 사람들이 눈앞에 우연히 나타난 바나나를 몰래 간직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 모두가 도둑이 되어버리는 황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바나나는 귀한 과일 중 하나였다. 지금은 가장 흔한 과일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귀한 손님 접대나 병문안 등에 요긴하게 쓰였다. 귀한 만큼 가격도 비쌌고 일반 서민들은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과일이었다. 오죽했으면 바나나맛 향료를 첨가한 바나나맛 우유가 등장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서민들의 입맛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켰을까. 실제로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30여년간 소비자들로부터 장수상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고, 적지 않은 아류 제품을 낳았다.
임상실험에서 감량효과 확인
하지만 국민소득 향상과 관세인하 등으로 바나나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사시사철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됐다. 대형할인점은 물론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언제든 바나나를 사 먹을 수 있다. 바나나를 먹고싶다는 임신부의 눈물겨운 호소(?)에 한겨울밤 칼바람을 가르며 온 동네 가게를 누비던 초보 신랑의 가슴 저린 이야기는 이제 오랜 옛날 얘기가 됐다.
그동안 바나나는 고열량 탄수화물 식품이라는 인식에 수입자유화 이후 ‘값싼 수입 과일’의 대명사로 인식돼 국내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나나가 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미네랄·섬유소 등은 풍부한 반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거의 없어 면역력 증강과 변비·다이어트 등에 효과적이라는 임상실험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판매량이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바나나가 몸무게를 줄이고 체지방률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며, 변비까지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바나나가 고열량 식품으로 변비를 일으킨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은 것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이복희 교수팀은 과체중 및 변비 증세가 있는 20대 남녀 30명에게 하루 3회씩 20일간 바나나를 먹게 한 결과 큰 효과를 봤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30명을 3개의 실험군으로 나눈 뒤 각각 하루 3개, 6개, 9개의 바나나를 평소 식단과 병행해 먹게 한 뒤 몸무게 및 체지방률, 배변 습관 등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3개 실험군에서 모두 감량 효과가 있었다는 것.
숙성될수록 면역력도 높아
이 교수측은 “바나나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질인 펙틴의 경우 점성이 높아 위장 내 음식물 이동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도함으로써 체중 감량을 초래할 뿐 아니라, 대변의 질량과 부피를 늘려 장내 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변이 보기 쉬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데이쿄 대학 약학부 연구팀은 최근 쥐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연구팀은 가게에서 파는 것과 같은, 껍질이 푸른 바나나를 에틸렌가스로 숙성 처리해 껍질 전체가 시커멓게 되는 10일째까지 숙성도에 따른 면역력 향상효과를 분석한 결과 숙성 일수가 긴 바나나일수록 백혈구 증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실험결과 발표와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비교적 싼 바나나 수요는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선입견을 뒤집는 이론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바나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올 상반기 국산 과일값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바나나 등 수입 과일로 수요가 몰린 데다 웰빙 바람을 타고 스위티오, 스위티오 진, 골드 등 프리미엄 바나나가 대거 수입된 점도 바나나 판매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형 할인마트인 이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이마트 전점의 바나나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22.5%나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신규점을 제외한 31개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년 동기 대비 28%나 늘었다. 특히 골드 바나나(델몬트), 스위티오(돌) 등 프리미엄 품종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판매량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수입된 바나나 총량은 약 870만 달러에 달했으며 현재 국내 바나나시장은 델몬트가 43%, 돌이 30%가량 차지하고 있다.
한국 델몬트 후레쉬 프로듀스(주) 전은경 차장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관세가 무려 100%였지만 최근엔 40%로 크게 낮아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면서 “변비 유발 등 오해가 풀리면서 바나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차장은 “일반인들이 바나나에는 잔류농약이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정작 바나나는 엄격한 농약 잔류 검사 등을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해한 과일”이라면서 “특히 다이어트와 변비에 큰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바나나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나나가 농약이 많고 비만, 변비의 원인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얘기라는 주장이다.
바나나의 학명인 ‘무사 사피엔툼(Musa Sapientum)’은 ‘지혜로운 자의 과일’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원전 3세기 인도의 현인들은 바나나를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이 먹었다고 한다. 또 바나나는 뿌리 하나에서 끊임없이 과실을 만들어 내는 속성 때문에 회교도 사이에서는 자손번식(정력)과 번영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결혼식 때마다 집 앞에 바나나를 걸어두는 관습도 여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올 여름 대한민국은 노란 바나나 물결에 휩싸여 있다.
바나나에 대한 오해 vs 진실 바나나는 변비를 유발한다? 바나나는 변비를 유발하는 과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덜 익은 바나나에는 떫은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있으며, 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변비나 소화불량에 걸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바나나는 익어감에 따라 타닌 함량이 줄어들고 식이섬유질 함량이 늘기 때문에 잘 익은 바나나는 오히려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바나나는 뚱뚱보로 만드는 과일? 바나나의 열량은 100g당 93kcal로 다른 과일에 비해 칼로리가 높은 편이지만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줘 오히려 다이어트에 적당하다. 점성이 높은 식이섬유질인 펙틴이 위장관내 내용물의 이동을 지연시키고 부피를 증가시켜 포만감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과당도 사과나 포도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지방과 나트륨도 적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간경변 환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당질 또한 소화흡수가 잘되므로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 농약잔류? 국내에 수입되는 바나나는 대부분 필리핀에서 수입되며 현재 40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격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농약 잔류량은 기준치 이하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거의 농약성분이 없다는 얘기다. 농장으로부터 국내 입항지까지 바나나를 운송하는 동안 너무 익는 것을 막기 위해 섭씨 13.5℃를 유지하며 가장 신선한 상태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바나나가 익는 단계는 모두 7단계(0~6단계)로 진행된다. 0단계는 농장에서 수확할 당시의 색깔로 완전히 녹색 상태며, 4~5단계가 가장 먹기 좋다. |
바나나 알뜰 정보 맛있는 바나나 고르는 법 노란색 껍질에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바나나의 신선도가 떨어진 것으로 생각해 먹기를 꺼리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은 껍질이 샛노란 색일 때보다 갈색 주근깨 같은 반점이 송송 박혔을 때 당도가 가장 높고 영양가 또한 높아 먹기에도 좋다. 집에 두고 천천히 먹으려면 바나나 꼭지에 녹색 부분이 남아 있는 바나나를 골라서 갈색 점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 구입 당일 바로 먹으려면 아예 껍질에 갈색 점이 있는 바나나를 고르는 것이 좋다. 올바른 바나나 보관법 바나나는 수확한 후에도 호흡을 계속하면서 익어가는 후숙 과일이다. 때문에 꼭지에 약간 녹색을 띤 바나나를 구입하면 4∼5일간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푸르스름하게 남아있던 부분이 충분히 익어 노란 껍질에 갈색 주근깨 같은 점이 생겼을 때 먹기 좋다. 또한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으면 껍질이 금방 까맣게 변해 바람이 잘 통하고 서늘한 곳에 저장해야 한다. 몽키 바나나는 왜 일반 바나나보다 비싼가. 일반 바나나보다 작고 귀여운 몽키 바나나는 흔히 원숭이들이 좋아한다고 하여 ‘원숭이 바나나’ 혹은 ‘베이비 바나나’ ‘세뇨리타(아가씨)’ 등으로 불린다. 이 품종은 고산지대 같이 한정된 곳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물량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당도가 높고 어린아이들이 먹기 편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