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부터 공략, 영향력을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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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지방의회 다수당’ 영국 녹색당, 한국에 ‘바닥부터 접촉’ 조언

2024년 열릴 예정인 런던 시의회 선거에 출마할 런던 녹색당의 예비 후보자들의 모습이 찍힌 홍보물 / Pete Elliott 페이스북

2024년 열릴 예정인 런던 시의회 선거에 출마할 런던 녹색당의 예비 후보자들의 모습이 찍힌 홍보물 / Pete Elliott 페이스북

영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오랫동안 양당제와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를 유지해온 나라다. 기득권 양당(보수당과 노동당)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제도적으로 막은 결과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은 2019년 총선에서 650석 중 1석밖에 얻지 못했다. 올해 양상은 달랐다. 지난 5월 실시된 영국 지방의회 선거에서 크게 선전하면서 무려 241석을 늘린 481명의 지방의원을 당선시켰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강세이던 미드 서퍽(Mid Suffolk) 지역에서는 34석 중 24석을 차지해 영국 역사상 최초로 의회 다수당이 됐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택해 10년 대계를 세운 후 밑바닥부터 유권자들과 접촉을 늘린 결과다.

세계녹색당총회 기간이던 지난 6월 9일 김찬휘 대표를 비롯한 한국 녹색당 지도부는 영국 녹색당 대표단을 만나 선거 승리 비결을 청취했다. 런던 남부 램버스 지역의 피터 엘리엇 의원과 선거전략 담당인 세스 파이퍼, 캐서린 도킨스가 참여했다. 이들은 목표를 정해 승리 전략을 짠다는 ‘타깃 투 윈’ 개념을 소개했다.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녹색당 선거 캠페인에서 활약한 세스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공략 대상으로 정하고, 거기에 당력을 쏟아부어 한명이라도 당선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명이라도 당선을 시켜야 그 사람과 녹색당이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하고 긍정적일 수 있는지 지역사회에서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기업(보수당)과 노동조합(노동당)의 지원을 받지 않는 녹색당은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매우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당선에 필요한 득표수가 1만 표 이상인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 100~200표면 충분한 ‘하이퍼로컬’(아주 작은 동네 생활권)을 주로 노렸다. 피터 의원은 “작은 선거구에선 충분히 양당 구도를 깰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에서부터 전략을 실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출된 후에는 일을 망치지 않고,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일 수 있다.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자리도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피터 의원은 선거가 있기 수년 전부터 지역사회에 얼굴을 알리고, 이미 선출된 것처럼 활동했다고 한다.

피터 의원은 풀뿌리 활동을 강조했다. “일종의 이벤트 조직을 권합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해 재미있고 유익한 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을 녹색당원과 자원봉사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면 다음 단계로 그들이 자연스럽게 친구,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앱을 활용해 지역의 의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얻기 어렵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초등학교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청원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연락처를 확보하는 식이다. 피터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언을 더 했다. “지구를 위해 녹색당이 필요하니 크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세요. 당선자를 낼지, 득표율을 높일지 전략을 세우고 우리가 가야 할 곳에 어떻게 하면 도달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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