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장 정씨 :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도 꼬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삭막하고 험한 세상이라도 용기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동업자 김씨 : 잘 나갈 때 자세를 낮추라고 해서 납작 엎드려 있는 거지.
공판장 정씨 : 그러면 물건을 어떻게 팔아?
할아버지: 저기, 그거 한 마리 얼마 해요?
공판장 정씨 : 할아버지는 비켜주세요. 애들만 오세요, 애들만.
천막 박씨 : 정씨, 이제 다 팔았으면 좀 비켜주세요. 나도 좀 팔게. 애들한테 불량품을 팔지 말고.... 자, 애들은 가세요.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한 마리 목마른 사슴이 옹달샘을 찾듯 정처없이 이 험한 세상에 홀로 버려진 지 어언 30년. 오직 배움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따뜻한 빌딩을 비워놓고 천막 속에서 밤낮으로 연구하길 어언 사흘. 갱상도 지역에서 나는 흙에다 눈물을 섞어 특수하게 만든 향수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만 바르면 노린내가 깜쪽같이 없어집니다. 간혹 옛날 애인이 생각나는 부작용도 있으나 돈 냄새를 없애는 데는 그만입니다. 냄새나는 돈은 나한테 주세요.
콩가루 추씨 : 어이 박씨, 내가 들어보니 하나도 불쌍하지도 않구만, 저리 좀 비켜줘요. 우리 집만큼 기가 막힌 집이 어디 있나. 집안이 완전히 콩가루가 되어 팔 것도 없고, 그냥 콩가루만 팔 수밖에 없어요. 나이 많은 시아버지는 돈 좀 벌겠다고 바깥에 혼자 나가 일하는데 벌어오는 것은 없고 용돈만 깎아먹지, 이제는 이웃집 정씨가 투표하러 오지 말라고 그러지. 도장이나 파고 있을 수밖에 없다니까. 그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오죽하면 며느리가 이렇게 링겔병을 달고 길바닥으로 나섰겠습니까.
이 콩가루로 말하자면 뭐든지 한꺼번에 순식간에 말아먹을 수 있는 특수 콩가루로서 마음이 차가울 때 열받기 아주 좋은 콩가루입니다. 단 부작용으로 한꺼번에 먹을 경우 뒤로 넘어가는 수가 있으니 양을 알아서 조절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저기 저쪽에 돈이 한 푼도 없는 권씨는 왜 저렇게 입을 벌리고 좋아할까. 민노표 불판갈이가 그렇게 잘 팔리나. 우리도 콩가루 장사 대신 불판갈이 장사나 할까.
전앵련(전국앵벌이연합회) 성명서 : 우리에게도 앵벌이를 할 기회를 달라! 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