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출구조사는 왜 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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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 200석·국힘 100석 이하 예측 실체는 있어…출구조사 데이터 공개 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일인 4월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일인 4월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성동훈 기자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는 것이 맞다. 투표 날 저녁부터 그다음 날 방송·유튜브까지 패널로 참여한 곳에서 예측 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를 많이 했다. 국회방송 총선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던 정관용 교수가 ‘엄 소장님, 한마디 하셔야지요?’라고 말씀하셔서 또 사과했다. 사과는 당연히 하는 것인데 큰 틀에서 이번 선거 판세가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알았지만 입장을 유지한 측면도 있고, 선거 막판 방향과 흐름이 여론조사와는 달리 나올 거로 봤다.” 총선 1주일 뒤인 지난 4월 18일 통화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의 말이다.

주간경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2회에 걸쳐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 8인의 판세 예측을 제시했다. 선거 6일 전인 지난 4월 4일까지 엄 소장은 ‘국민의힘 과반 예측’을 유지했다(민주당 130·국민의힘 151). 8인 전문가 예측을 선거 결과에 비춰보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예측(민주당 171·국민의힘 108)과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의 예측(민주당 165~175·국민의힘 105~115)이 실제 선거 결과에 제일 가까웠다. 이와는 별도로 주간경향은 MBC와 서울대 박종희 교수 연구팀의 ‘여론M’을 활용해 판세를 예측했다. 주간경향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세를 전망했는데 3월 29일 첫날 범야권은 199석을 얻는 것으로 나왔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됨에 따라 이 수치는 매일 변했다. 개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 예측 수는 202→209→207→205 순으로 달라졌다. 범야 200석은 개헌과 탄핵을 할 수 있다. 예측에 따라 범야 개헌의석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당은 개혁신당에서 진보당으로, 마지막에는 조국혁신당으로 바뀌었다.

여론조사 기반 예측 200석 나온 까닭

범야 ‘200석+α’는 주간경향만 내놓은 수치가 아니다.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도 앞다퉈 비슷한 예측을 제시했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4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선거 전날 여론조사업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받을 의석을 두고 85석, 87석 이야기가 나온다”라는 말을 들었다. 헌정사상 최초 범야 200석 돌파는 거의 확정된 듯했다. 그리고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KBS는 민주당 178~196석·국민의힘 87~105석, MBC는 민주당 184~197석·국민의힘 85~99석, SBS는 민주당 183~197석·국민의힘 85~100석을 예측했다. 대체로 12~14석을 받을 것으로 나온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범야 200석이 만들어진다는 전망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개표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민주당(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175석, 국민의힘(비례 국민의미래 포함)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새로운미래 각 1석이었다. 여론조사 기반 예측에서 최소 1석이었던 무소속 당선은 없었다. 부산·경남(PK)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범야 200석을 이야기했던 여론조사 종합 판세·출구조사는 왜 실패했을까. 흥미로운 대목은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방법으로 조사된 출구조사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출구조사의 경우 나온 것을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보정한다. 듣기로는 이번에는 거의 보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구조사를 자문하는 사회학이나 통계학 교수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세(勢)가 워낙 강하니 조정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 총선 당시 집권당이던 현 민주당이 180석을 한다는 결과를 받고 조정했는데 결국 그 보정이 틀렸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번 출구조사 보정에 반대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여론조사·출구조사 민주당 편향, 왜?

이번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입소스 3개사가 수행했다. 조사는 4월 10일 전국 254개 선거구 1980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응답자 추출 방법은 ‘투표소 출구로 나오는 매 5번째 투표자를 같은 간격으로 조사하는 체계적 추출’이다. 총조사자 수는 35만9760명. 조사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포인트~7.4%포인트다. 방송 3사는 유권자의 31.28%, 1384만9043명이 참여한 사전투표를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출구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사전투표는 투표 종료 후 5만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면접조사를 했다. 5만 명 중 비례대표는 6000명, 지역구는 4만4000명(55개 경합선거구에 800명씩) 조사해 당일 출구조사 보정에 반영했다. 이 조사는 응답자 중 40% 정도가 사전투표자일 것이라는 가정으로 설계됐다. 출구조사의 구체적 데이터는 개표방송 당일 각 방송사가 제시하는 그래프나 웹사이트에 개설한 총선 특집 페이지를 제외하곤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 총선·지방선거·대선 모두 마찬가지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데이터를 모아 제시하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나 중앙선관위가 사후에 발간하는 <선거총람>에도 이 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 세대별 정당·후보 지지율 등의 유일한 근거가 바로 이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다. 2021년 재보궐 이후 논란이 됐던 ‘이대남 72.5% 보수 지지-이대녀 15% 군소후보 지지’ 주장의 근거도 이 출구조사 세대 지지율이 바탕이었다. 여심위·선관위는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출구조사 결과의 검증이나 수집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나경원(동작구을)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나경원(동작구을)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더 있다. 공표금지 기간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와 각 정당이 수행하는 비공표 여론조사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14일 기사에서 국민의힘 측이 수행한 비공표 여론조사 동향에 대한 흥미로운 내막을 전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할 당시 국민의힘 자체 판세 조사에서 예상 의석수는 80~90석이었고, ‘부산에서도 과반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 49석 중 우세 6석’이라는 국민의힘 자체 분석 결과가 이 시점에 회자됐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둘러싼 한동훈·윤석열 극렬대치가 봉합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올라갔다. 1월 말에는 100석, 2월 하순엔 130석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5일에는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장성민 후보가 160석을 거론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 수치는 지난 3월 첫 주에 140석을 넘기며 과반이 눈앞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3월 1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3월 14일)이 터지며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주일 사이에 15% 빠졌다. 3월 하순 대파 논란, 민생토론회, 의료개혁으로 당 자체 분석 의석수는 100석으로 내려갔다. 한 달 상간에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범야 200석을 막아달라”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유세는 단순히 지지자 결집용 엄살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롤러코스터’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선거전문가들의 분석에서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어준 여론 동원에 여연도 당했다”

상반되는 의견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 등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의 구도는 정권심판 선거였으며 일찌감치 민주당 등 야권의 압도적 우세가 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근거는 김씨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여론조사기관인 ‘꽃’의 여론조사 결과와 민주당 지지세가 변하지 않은 MBC 패널 조사 등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 잡힌 1~2월 중 국민의힘 지지율의 ‘깜짝 상승’은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를 기다리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과다표집돼 벌어진 착시라는 주장이다. 어떤 분석이 맞는 걸까. 국민의힘 측 여의도연구원(여연) 부원장을 지낸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장는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에 한한다면 김어준의 ‘프로파간다’에 우리 측 여연도 당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샤이 보수가 응답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어떤 성향 사람들이 과다하게 응답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누굴까.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 구독자가 150만 명이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통하는 막강한 망(네트워크)이다. 여론조사기관 ‘꽃’ 설립 의도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빌라이즈(동원)하는 것이었다. 그게 밴드웨건 효과(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사람들이 따라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편향은 ‘꽃’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나타났고, 그 경향이 출구조사까지 이어졌다. ‘꽃’만의 기관 편향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문제를 더 정확히 본다면 샤이 보수의 숨은 표가 아니라 응답자 편향이 지배한 것이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출구조사 실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나 선거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추이만으로 판세 예측을 하지 않는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최종적으로 판세를 예측할 때 54군데를 접전지역으로 봤는데, 거기엔 스윙보터 지역도 있고 초접전 지역도 포함돼 있다”라며 “역대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추이, 후보의 인물 경쟁력과 정국 구도 아래 나온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특정선거구의 유불리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예측에 실패한 것이 부산·경남 지역인데 부산은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에 상당히 여론도 좋고, 여론조사에서도 두 개 정도 앞섰기 때문에 야권이 더 득표할 것으로 봤다”며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가면서 샤이 보수라기보다는 100석 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부산을 포함한 전체 영남을 휩쓸었다. 부산의 경우 대부분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40~45%선에서 접전을 벌였는데 막판에 1~2% 차로 뒷심에서 달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대치 전선은 ‘여권 100석 여부’를 두고 그어져 있었고, 막판 PK 결집이나 경기 분당 등에서 엎어지면서 최종 108석이 된 것은 ‘양문석 효과’와 같은 야권 악재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미완의 선거 혁명이었다고 본다. 탄핵 여부를 떠나서 나라가 이대로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표심을 통해 드러난 민심이었다. 결국 윤석열이 바뀌어야 하는데 선거 막판, 그리고 선거 후까지 보여주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바꾸려면 100석 이하가 돼야 의미가 있었다. 양문석 당선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에 죄를 저지른 셈이고, 그 죄를 만든 후과는 어떤 식으로든 현 민주당 지도부에게 돌아올 것으로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공표금지 기간 6일 없애거나 줄여야

현행 6일로 규정돼 있는 공표금지 기간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선거 여론조사·출구조사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지적된다. 김능구 대표는 “소위 깜깜이 기간이라 불리는 공표금지 기간에 이뤄진 여론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우르르 한쪽으로 몰려갈 수 있다는 의심을 전제하고 있는데 실제 국민의 마음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도록 공표금지 기간을 없애거나 단축해야 한다”라며 “한편으로는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에서 나타나는 주권자로서 민심 표시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빈번하게 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총선 출구조사에 대한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창운 소장은 “한국의 선거 여론조사에서 안심번호 제공과 같은 여건은 선진국들과도 비교해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라며 “똑같이 사전투표가 시행되는데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출구조사의 정확성은 높은 데 비해 총선 출구조사 실패가 계속되는 걸 보면 실패의 원인을 단지 사전투표 실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신 소장에 따르면 예컨대 미국의 경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연구용으로 공개해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는데 한국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서 하는 조사인데 투표가 완료되면 그날 오후 6시부터 30분 정도 사용하고 끝이다. 개표가 시작되면 출구조사는 더 활용을 안 한다. 당연히 딱 1시간 사용하려고 그 많은 비용을 들이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 부분도 다른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종합판단은 조사를 진행한 세 개 조사기관이 보고서를 만들어 올해 4월 하순 방송 3사 자문교수단과 함께 평가회의를 열어 검토하지만 내용은 비공개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참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대선이나 지방선거 광역단위와 달리 사실 몇퍼센트 차이로 바뀌는 것이 많아서 개별선거구 단위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라고 말했다. 출구조사 자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를 수행한 기관이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협회 등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여론M 판세 예측이 국민의 절묘한 선택에 이바지했다면 보람”

박종희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 인터뷰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4월 1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총선여론조사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4월 1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총선여론조사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집계되는 각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판세 예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심위에 올라온 기관별 개별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하는 작업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선거전문가나 정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 수행하는 작업이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MBC가 2020년부터 개설한 여론M 사이트는 그 작업을 대신하는 한편, 들쑥날쑥한 각 여론조사 결괏값의 편향을 제어해 선거구별 판세를 카토그래프 형태로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판세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 1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박종희 교수를 만나 한국 여론조사의 현황과 여론M의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보면 여론M에서 실시간 판세 예측을 해준 덕분에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판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개인 주장 판세가 특정 기관 내부자료가 유출된 것처럼 오해도 생겼다.

“당연히 어떤 것이 새롭게 나오게 되면 부작용도 있다. 우리가 여론M을 내놓았던 의도와 다르게 소비하는 사람도 당연히 생긴다. 물론 우리가 내놓은 결과가 객관적인 조사 중에서는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조사가 다르다면 이것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고려를 하고 있다. 예컨대 공표금지 기간이 없는 미국의 경우 투표 당일까지 이번 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과반을 획득할 확률은 몇퍼센트다, 와 같은 확률발표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통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확률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확률은 좀 다르다. 일반인들은 그것을 승률로 본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공표금지 기간 전까지의 여론조사기관의 예측 실패가 출구조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여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국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선진국 기준으로 봤을 때 너무 길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에 진행된 조사 결과가, 예를 들어 이번 선거처럼 유례없이 야권 200석을 돌파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두 가지 가능성이 생긴다. 첫째는 민주당을 꼭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자면 투표를 자제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는 반대쪽으로 이번에는 안 찍으려 했는데, 그러니까 반대당을 찍을 정도로 내가 마음이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여당이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투표를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나라도 투표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출구조사의 경우 앞으로 더 경험과 자료가 쌓이면 정확한 방향으로 개선되리라고 보는가.

“세계에서 여론조사에 안심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조사환경은 제가 농담으로 하는 말인데 ‘K-polling(한국투표제도)’도 수출해야 한다고 할 만큼 우리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또 선관위나 선관위 안의 여심위도 굉장히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가 우려할 만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으로 조사기관과 여론조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점점 더 쌓이고, 국민의 민도도 높아지면서 저는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결과를 미리 투명하게 알아버리게 되는 건 다른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여론M이 거둔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민 개인이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표다. 그런데 유권자로서 내가 마지막에 표를 선택할 때는 전체 판세 예측도 필요하다. 이번에 민주당 쪽에서 우리를 원망할 수도 있다. 여론M 때문에 사람들이 200석 넘게 줄 수도 있었는데 주춤하게 했다고. 그런 말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민주당으로 봐서는 안 좋은 일이지만 한국 정치를 봐서는 좋은 일 아닌가. 정치학에서는 ‘밸런싱’이라고 하는 게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주면서도 그 정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금 과장을 하면 여론M을 통해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민이 미시적으로 내 한 표를 행사하면서 거시적으로 밸런싱을 하는, 이 두 개가 이번 선거에서는 아주 잘 작동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은 여당도 국민으로부터 교훈을 얻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야당도 국민에게 큰 상을 받았지만 과한 상을 받지 않은 절묘한 선택이 됐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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