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란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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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요?” ‘청년정치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주간경향 좌담회가 열렸고, 좌담회에 참석한 우석훈 경제학자가 “차기 대선은 한동훈 대 이준석의 싸움이 될 것이며, 이준석이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전하자 한 정치권 인사가 보인 반응입니다(아직 기사가 노출되기 전이었습니다). 기사 노출 이후 반응도 별반 다르진 않았습니다. 모두 수천 개 이상 달린 댓글을 일별하면 “기자가 소설 쓰고 있네”와 같은 반향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각종 여론조사 지표만 놓고 보면 이제 겨우 4개월 남은 내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은 분명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지지층에서는 야당이 200석 이상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외부로 유출돼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내부 판세 보고서에서 “다음 총선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6석”이라 전망한 것도 야당 압승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읽힙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요. 옛날 기사를 뒤져보니 1960년대엔 문화를, 1980년대 초에는 경제를 살아 있는 생물에 빗댄 비유가 있더군요. 명시적으로 정치를 살아 있는 생물에 빗댄 사람은 1988년 11월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였습니다. 김 총재는 당시 5공 청산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윤길중 민정당 대표를 만났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정치 자체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되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본령으로 하는 정치의 본질을 보여주는 통찰이었지요.

현재까지의 예상으로 내년 총선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3차 대리전이 될 듯합니다. 지난 두 차례 대전과 달리 이번 세 번째 대회전에서 진 쪽은 몰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양쪽 모두 승리를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바로 대선정국입니다. 현재로선 야권 대선주자는 사법리스크 해소 여부와 상관없이 이재명이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이 됐든, 한동훈이 됐든 지난 대선처럼 박빙 승부가 될까요. 여기에 제3세력이 등장해 ‘연합전술’을 쓴다면 그때도 이재명 대세론은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때때로 정치가 드러내는 간지(奸智)는 당대의 정치적 상상력을 뛰어넘을 때가 많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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