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말했다, 윤 대통령 뜻도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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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종식 국민행동’ 기자회견·간담회 방문

개고기 주소비 60~70대 총선 반발 고려한 듯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과 함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과 함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1마리의 반려동물(개 6마리·고양이 5마리)을 키우는 자타공인 ‘애견인’이다. 반려견의 이름을 딴 ‘토리 아빠’는 윤 대통령의 별명이다. 그럼 언제가 될까.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개 식용을 이제 끝내자”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은.

사실 ‘애매’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개 식용 문제를 직접 언급한 적이 한 차례 있다.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TV토론회에서 그는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시책으로 하는 건 많은 분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단서를 달았다. 당시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오히려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고 발언했다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부터 “모순”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른바 ‘식용견 따로’ 주장은 개 식용 찬성론자들이 주로 제시하는 논리다.

애매함은 대선 전·후로도 계속됐다. 국민의힘이 대선 당시 발간한 <대선 중앙정책공약집>을 보면 ‘개 식용 금지 추진’을 명시했다. 반면 정부 출범 후 대선 공약 중 중점을 둬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공개한 대통령실의 ‘120대 국정과제’에선 해당 조항이 빠졌다. 국정과제엔 대신 ‘동물복지 강화’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개 식용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은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개 식용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침묵’이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김건희 “윤 대통령, 개 식용 종식 원해”

윤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는 데 반해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에서 “국회는 개 식용 종식 특별법과 관련 법을 반드시 이번 임기 내에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국가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위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8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8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회견은 참석자들의 개별 발언과 단체 구호를 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회견 말미에 갑자기 박수와 함성이 일더니 김 여사가 등장했다. 예고에 없던 깜짝 등장에 일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진행자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 여사는 “오늘 이 자리에 얼마나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으로 나왔는지 우리 모두 서로 공감할 것”이라며 “지금 시대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시대다. 더 이상 불법 개 식용은 절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저는 이분들과 같이 친구가 돼 개 식용이 종식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하겠다. 약속하겠다”고 덧붙인 그는 현장에서 손등에 백구 그림까지 그려넣은 뒤 비공개 간담회장으로 이동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갈수록 적극적인 김 여사의 행보다. 김 여사의 경우 “개 식용은 없어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실 자체가 놀랄 일은 아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그간 동물보호단체의 여러 행사에 ‘비공식적으로’ 참석해왔던 그가 이날은 공개적으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참석을 국민행동 측이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국민행동 관계자는 “행사 소식을 듣고 대통령실에서 먼저 김 여사의 참석 의향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국민행동 측도 다소 놀랐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주목할 부분은 이날 회견 뒤 열린 국민행동 관계자들과 김 여사의 비공개 간담회다. 윤 대통령이 언급됐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간담회에선 개 식용 종식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이나 의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들 역시 대통령의 침묵에 답답함을 토로해온 터였다고 한다. 김 여사는 “대통령도 임기 내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참가자 A씨의 증언) 내지는 “대통령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개 식용 종식을)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참가자 B씨의 증언)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어느 쪽이든 윤 대통령이 개 식용 종식을 원한다는 내용이다.

김 여사에 일임? 총선용 ‘아웃복싱’?

과감해지는 김 여사의 행보는 다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김 여사가 워낙 예전부터 관심과 애정을 쏟아온 사안이라 이 문제만큼은 그에게 일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 식용 종식 문제에서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이심전심’이란 뜻이다. 공교롭게도 김 여사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이후 여당에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을 잇달아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 나선 의원들은 “예전부터 준비해오던 법안”이라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 등 ‘윤심’을 의식한 법안 발의”라는 촌평도 나왔다. 언론 등이 이 특별법을 이른바 ‘김건희법’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에 비해서는 정치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김 여사가 개 식용 문제를 전담키로 했으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갤럽 등의 2021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 식용’ 자체에 대해선 국민의 60~70%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비해 ‘법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찬반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질 않는다.

아직 개를 사육하는 농가나 보신탕 판매업소가 적지 않은 점, 개고기를 주로 소비하는 연령대가 윤 대통령 지지층이 많은 60~70대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이 직접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하고 나설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한육견협회가 지난 4월 김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언급했다는 이유를 들어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그를 경찰에 고발했을 정도로 개 식용 찬성론자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크다. 한 야권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을 법제화하는 문제의 경우 반려견을 키우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측면 역시 분명히 있다”며 “김 여사의 활동을 통해 이 같은 지지는 확보하되 상대적으로 이들의 반발은 최소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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