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혐오 방치하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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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보도 뒤 윤지사TV 채널 삭제·재개설 숨바꼭질

지난 1월 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녹사평역에 갔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분향소 가는 길.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남의 죽음 위에 숟가락 올려 정치선동질을 하는 사람들은 꺼져라!” 등 신자유연대가 내건 플래카드들이 신호등 넘어 광장을 뒤덮고 있었다.

지난 1월 3일 방문한 이태원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길 건너 신자유연대 측이 내건 플래카드가 시민분향소를 포위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지난 1월 3일 방문한 이태원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길 건너 신자유연대 측이 내건 플래카드가 시민분향소를 포위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광장 입구에는 노란색 배경에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얼굴 옆으로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제도 정비·법령 정비 안 하고 뭐했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러니까 이태원 참사도 전 정권과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탓에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유족들이 내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배경의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플래카드는 딱 하나. 신자유연대 측의 막말 주장에 포위된 형국이었다.

신자유연대 주장에 ‘포위’된 유가족 분향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는 혹한의 날씨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이 공간이 혐오 선동과 2차 가해를 일삼는 극우세력들의 패륜적 악행에 더럽혀지고 있습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송 의원은 패륜적 악행의 근거로 사진 두 장을 제시했다. 신자유연대 측이 분향소 건너편 가로수에 붙여놨던 플래카드들이다.

“13. 문재인 정권 때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사망하신 분들을 추모합니다. 14. 문재인 정권 때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사망하신 분들을 추모합니다.” 분향소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추모’ 현수막은 모두 14장이 걸려 있었다. “왜 14건인지 기준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기네들 말로는 제천 화재사건이나 현대산업개발 붕괴사건 같은 대표적 사건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도 사과를 안 했지 않냐는 겁니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의 말이다. 피장파장이라는 논리다. 문 대통령도 사과하지 않았는데 왜 윤석열 대통령더러 사과하라고 요구하느냐는 주장이다.

기자가 방문한 1월 3일 현재 이 현수막들은 떼어졌다. 이 실장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기관보고에서 불법 현수막들을 왜 방치하느냐는 질의에 집회시위 물품이라 놔두고 있다는 서울시 측의 답변을 받았다. 아무리 집회시위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자리를 비웠는데 24시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용산구청이 새벽에 철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우리가 내건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현수막도 다 뗐다.” 분향소 자원봉사자들에 따르면 신자유연대 측은 이 현수막들을 다시 돌려받아 내걸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측이 ‘윤지사TV’를 삭제하자 김상진 측은 지난해 12월 26일 네이버TV로 옮겨 같은 이름의 채널을 개설했다. / 네이버tv 캡처

유튜브 측이 ‘윤지사TV’를 삭제하자 김상진 측은 지난해 12월 26일 네이버TV로 옮겨 같은 이름의 채널을 개설했다. / 네이버tv 캡처

왜 ‘신자유연대TV’ 채널은 방치되는 걸까

2주 전 기자는 이태원 분향소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벌이고 있는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른바 진보단체들의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집회장소를 ‘선점’하기 위한 맞불집회를 진행한다는 그의 주 선전무대는 유튜브다. 기사 직후인 12월 25일, 유튜브 측은 김상진 측의 집회를 실시간 중계하던 채널인 ‘윤지사(윤석열을 지키는 사람들)TV’ 채널을 삭제했다. 신자유연대 측은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두 차례 채널복구를 시도했지만 모두 삭제됐다. 구글은 정말 ‘김상진 채널’을 퇴출시킨 걸까.

김상진 채널이 유튜브 측으로부터 삭제조치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6월 기자는 ‘선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기사를 썼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폭력행사를 다룬 기사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반공회사라고 주장하던 GZSS 안정권 등의 행태를 주로 보도했다. 유튜브 측에서는 안정권과 함께 당시 김상진씨가 운영하던 김상진TV 역시 삭제했다. 유튜브 측이 크리에이터 측에 제시하고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경고사항’에 따르면 콘텐츠가 유튜브 정책을 처음 위반하면 경고메일이 발송된다. 두 번째로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1차 경고’ 통보와 함께 1주일 동안 동영상이나 실시간 스트림 등을 올릴 수 없는 조치를 받는다. 1주일 제재가 끝나면 권한이 자동복구되지만, 최초 경고로부터 90일 이내에 2차 경고를 받으면 제재 기간이 2주로 늘어난다. 3번 받으면 채널이 영구삭제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된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계 측에 따르면 “특정 인물에 ‘밴’(활동금지)을 걸었다면 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구글 측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주간경향의 기사 후 안정권과 GZSS의 콘텐츠는 모두 퇴출됐다. 그후 안씨는 ‘벨라도’라는 독자 플랫폼을 만들어 활동했다. 영향력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활동할 때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실제 유튜브 활동을 해보니 활동을 계속해야 후원이 들어온다. 만약 개인사정이라도 생겨 한 달이라도 중단하면 후원도 확 준다. 김상진이 채널이 폭파돼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계정을 파고 또 파고 하는 이유다.” 강민구 턴라이트 대표의 말이다.

윤지사TV를 1차 삭제한 유튜브 조치 이후 김씨 측은 “아무 발언 없이 자기들이 이태원 분향소 현장에 내건 플래카드만 비추는” 방식으로 운영방식을 바꿔 채널을 재개설했으나 48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적어도 ‘윤지사TV’는 퇴출시키겠다는 유튜브 측의 의사가 확인된 셈이다. 윤지사TV는 퇴출됐지만 웬일인지 유튜브 측은 본진에 해당하는 ‘신자유연대TV’ 채널은 살려두고 있다.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대부분 김상진 대표의 활동 위주 영상으로 채워져 있어 윤지사TV와 다른 성격의 채널로 보이진 않는다. 윤지사TV가 삭제되자 김씨 등은 네이버TV에 윤지사TV를 옮겨 개설했다. 신자유연대TV 채널에도 이종철 유가족 대표를 겨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의 저격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측은 알고리즘을 변경시켜 신자유연대나 김상진을 검색하는 경우 신자유연대 채널을 보여주는 대신 관련 보도영상을 우선 보여주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신자유연대를 검색했을 때 신자유연대TV 채널을 찾기가 몹시 어려운 형태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유튜브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25일 이태원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탄대축일 미사’ 바로 옆에는 분향소 철거 주장과 행사를 주최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하는 집회가 함께 열렸다. / 연합

지난해 12월 25일 이태원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탄대축일 미사’ 바로 옆에는 분향소 철거 주장과 행사를 주최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하는 집회가 함께 열렸다. / 연합

집회신고했다고 ‘유가족 혐오’도 허용하나

앞에서 송갑석 의원이 ‘패륜적 악행’이라고 불렀던 실력행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성탄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연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탄대축일 미사’ 현장 바로 곁에서 고성능앰프를 동원한 이들의 방해 집회가 열렸다. 이날 이들은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들을 두고 “종북사제들 물러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울면 안 돼~”와 같은 캐럴을 틀고 춤을 추는 등의 방해 행위를 벌였다.

“그런 욕을 하라고 집회신고를 내준 건 아니잖습니까. 제가 법은 잘 모릅니다. 이렇게 욕하고 계속 시비를 거는 식이라면 적어도 제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경찰도 방관만 하고 있고 아무도 손을 못 쓴다면 뒤에서 누가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요.” 지난 1월 3일, 이태원 시민분향소에서 만난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의 호소다. 응급실에서 누워 있던 아들의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는 조씨는 “이런다고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한 마디 사과도 듣지 못한 게 억울해 매일 이태원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신자유연대 측의 끝없는 확성기 방송과 현장중계 등 지옥도(地獄道)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가끔은 현실감이 없어질 때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 뭐를 하겠다고 집회신고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유가족을 향해서 욕설을 뱉고 확성기로 방해하고 차 위에 올라가서 뭐라고 떠들어도 좋다고 집회신고를 내준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는 분명히 모욕과 명예훼손을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데 집회신고를 했다고 다 허용해줘야 하는 건가요.”

윤지사TV는 삭제해놓고 신자유연대TV 채널은 왜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유튜브 측은 “유튜브에 올라온 모든 콘텐츠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법을 준수해야 하며,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는 담당팀이 리뷰하고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콘텐츠는 삭제한다”라며 “개별 콘텐츠나 채널(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는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유튜브 채널이 삭제된 뒤 네이버TV로 옮겨 윤지사TV를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네이버 측은 “타 플랫폼에서 한 발언 등을 토대로 네이버TV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으며, 해당 채널(윤지사TV)의 경우, 현재 업로드된 영상을 기준으로 이용약관을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다만 해당 채널의 콘텐츠가 사용자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인터넷 활동을 해치지 않도록 네이버의 이용약관과 네이버TV의 운영정책을 벗어나는 부분은 없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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